“디자이너보다 더 디자이너답게”
유아더디자이너의 슬로건이다. 여성 구두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마음껏 디자인할 수 있는 신기술. 초보자도 쉽게 나만의 구두를 디자인할 수 있고, ‘잘만하면’ 시제품도 만들 수 있다.
유아더디자이너의 박기범 대표는 “스마트폰이 디자인 기술을 대체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고 말했다.
구두에 대한 소유욕과 디자인에 대한 환상이 손안의 애플리케이션 속에서 현실화 된 셈이다. 유아더디자이너의 인기는 지난해 12월 누적 디자인 수 50만개를 돌파한 데서 확인할 수 있다.
그들의 논리대로라면 구두를 디자인할 수 있는 종류는 30억 개가 넘고, 디자인 기술이 전혀 없어도 여성 구두를 디자인할 수 있다.
박기범 대표는 국내 유명 구두 회사에서 일했다. 경제를 전공한 탓인지 박 대표는 디자이너의 전통적인 디자인 방식에 의문을 갖게 됐고, 남몰래 발칙한 생각을 했다.
몇 개월에 걸쳐 디자인을 해야 하는 과정을 스마트폰에서 손쉽게 해낼 수 있다는 상상을 한 것이다. 그런데 그 상상은 현실이 됐다.
수많은 사람들의 개성을 제품에 구현하고 싶었다고 말한 박 대표는 대중의 디자인을 디자인에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상품화까지 만드는 데에도 힘썼다.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에는 구두 제조 인력이 상당하다. 유아더디자이너는 소비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할 수 있고, 소비자와 제조사도 직접 연결할 수 있다. 소비자가 디자인 하나만 있으면 다른 소비자든 기업이든 만날 수가 있다. B2B, B2C, C2C 불가능한 영역이 없는 플랫폼으로 무한 영역을 자랑한다.
대중을 제품이나 창작물 생산 과정에 참여시키는 방식인 크라우드 소싱 가운데 이는 ‘디자이너 크라우드 소싱’으로 부를 수 있다.
박기범 대표는 “최근 화두되는 SPA브랜드가 가능한 이유는 중간 시스템과 유통이 생략됐기 때문이다. 우리는 디자이너의 개념을 생략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해 유아더디자이너가 또 다른 변화를 예고한다는 기대를 갖게 했다.
구두를 디자인하는 방법은 애플리케이션을 스마트폰에 내려받고 스케치북이라는 툴을 활용해 제공된 소스를 이용해 구두를 디자인한다. 구두 각 부분이 여러 모양으로 제공돼 스케치북에 끌어다 놓으면서 다양한 디자인을 시도를 하면 된다.
유아더디자이너가 갖고 있는 특허 기술 중 ‘마스킹 기법’은 표면의 색상을 자유자재로 확대․축소하면서 입힐 수 있는 기술이다. 어느 것 하나 현실성이 부족한 기능이 없다.
“유아더디자이너의 기술은 실제 구두 디자이너가 사용하는 ‘작업지시서’에 있는 내용과 차이가 없다. 대부분 디자이너는 디자인을 도식화 해 구두 제조 기술자에게 보여주기 때문에 유아더디자이너로 만든 디자인 시안도 구두 제조 기술자가 보고 시제품으로 만들 수 있다.”
박기범 대표의 이와 같은 말은 매우 흥미롭다. 작업지시서를 사용해 디자인하는 방식은 전통적이고 일반적이지만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든다. 전문 디자이너는 60분~90분 정도 걸린다.
그런데 유아더디자이너로 디자인하면 10분~15분 정도 소요된다. ‘작업지시서’와 다를 바 없고, 샘플을 만드는 데에도 문제가 없다. 유아더디자이너는 비즈니스 모델 특허도 가지고 있다.
박기범 대표는 최근 옥스퍼드에서 발표한 리서치를 이야기하며 큰 변화의 흐름 속에 우리들이 놓여있다고 했다.
그는 “10년 뒤에 702개의 직업이 사라진다고 한다. 기술 발전이 거대한 변화를 몰고 오는 것이다. 많은 직업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겠지만 디자이너도 예외일 수 없다”고 말해 기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들은 더 많은 개성을 구두에 담기 위해 국외로 진출을 꾀하고 있다. 유아더디자이너는 지난 3월 13일부터 18일까지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린 창조산업 페스티벌 ‘사우스 바이 사우스 웨스트(SXSW)’에서 세계적 패션브랜드인 랄프 로렌에게 디자인 콜라보레이션을 제안 받았다.
또한 홍콩 정부기관인 홍콩 인베스트에서 홍콩 대회에 초청을 받았고, 비자카드와 신용카드 디자인 협업을 추가 논의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