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모 대학 사진과를 수석 졸업한 한 젊은이는 학생 딱지를 떼자마자 광고회사에 입사했다. 당시 유명했던 김혜수, 차승원, 하지원 등을 촬영하며 남들이 보기엔 성공 가도에 진입한 듯했다. 하지만 그는 돌연 회사를 그만뒀다.
일본 문화를 유난히 좋아했던 젊은이는 일본 사람을 대상으로 사진을 찍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다니던 회사도 그만두고 직접 스튜디오를 차렸다.
직원 2명을 데리고 일본행 배에 몸을 실었다. 무모할 정도로 열정이 넘쳤던 그는 일본 18개 도시를 순회하며 한국 스튜디오를 홍보했다. 이름도 누구나 쉽게 기억할 수 있게 ‘신데렐라’로 지었다.
일본어로 신데렐라가 적힌 옷을 입고 “한국 오면 여기서 사진을 찍어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귀국 후 신데렐라 스튜디오는 연일 발 디딜 틈 없이 일본인을 맞아야 했다.
10여 년 전 국내 사진관은 딱 3종류로 나눌 수 있었다. 가족사진, 웨딩사진, 베이비사진이 전부였다. 하지만 이때부터 신데렐라 스튜디오는 커플사진, 우정사진은 물론 외국인 대상 한복사진을 전문 촬영했다.
특히 외국인사진은 이 스튜디오의 특화된 프로그램으로 지금까지 두드러진 인기를 보여주고 있다.
촬영 신청이 들어오면 외국인이 묵고 있는 호텔 픽업 서비스부터 출발한다. 그리고 스튜디오에서 전문 메이크업 후 한복, 웨딩드레스, 교복 등 7벌 의상별 촬영이 진행된다. 찍힌 사진은 특화된 편집을 거쳐 EMS 국제 배송으로 마무리된다.
이 모든 촬영과정이 2시간 내에 끝나고 가격은 몇 년째 15만 원으로 동결했다. 외국인의 발걸음은 끊이질 않는 이유다.하지만 이 아이템을 너도나도 도입해 이젠 흔한 서비스가 된 형국이다.
외국인 유치에 혈안이 된 스튜디오들은 가격 경쟁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 사진 품질은 자연히 낮아지고 업계의 우려는 높아만 갔다.
이런 흐름 속에서도 신데렐라 스튜디오는 신념을 잃지 않았다. 스타샷, 이미지 셀카 등의 상품이 난무할 때 고급사진의 길을 계속해서 고집했던 것이다.
예쁜 사진 찍기 위해 한국까지 와
신데렐라 스튜디오는 외국인의 재방문율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어떤 외국인은 여행이 아니라 신데렐라에서 사진을 찍으러 한국에 올 정도라고 한다.
고객은 다른 게 아니라 “예쁘게 찍어줘서 이곳을 계속 찾는다”고 말한다.
신데렐라 스튜디오의 박민수 대표가 좀 더 예쁜 모습을 찍어주기 위해 연구를 거듭했기에 가능했던 이야기다. 각고의 노력 끝에 여성라인을 살리면서 이목구비를 강조할 독자적 편집 방법을 개발한 것이다.
촬영 고객 중 디자이너가 직업이었던 한 사람은 이후에 박 대표에게 전화해 “도대체 어떻게 이런 편집이 가능하냐”고 문의해온 사례도 있다.
신데렐라 스튜디오는 아직까지 가맹점이 없다. 쇄도하는 문의에도 박 대표는 준비가 덜 됐다고 여겼다는 이유다. 그러나 15년 이상 모아온 데이터를 토대로 이제 곧 사업을 확장할 예정이다.
전국 각지에 신데렐라의 품위를 담은 사진이 걸리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