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표 축구 선수 박지성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히딩크 감독에 의해 발탁된 후, 영국의 최고 명문 클럽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하면서 ‘언성 히어로(Unsung hero)’라는 별명을 갖게 됐다.
‘소리 없는 영웅’이라는 뜻이다. 눈에 띄지는 않지만 성실하고 이타적인 플레이로 팀 승리에 공헌한 박지성을 세계적인 축국 명장 알렉스 퍼거슨 감독과 동료는 칭찬했고 귀감으로 삼았다.
그러나 이제 중원에서 주목받는 스타 플레이어가 되어 박진감과 즐거운 영감을 주는 소리 있는 영웅도 보고 싶다. 온풍기 제조업제 ㈜자엔 대표 이상원 대표는 온풍기와 가습기의 기능을 접목시키는 세계 최초 기술을 보유했지만 안타깝게도 소리 없는 영웅이었다.
“히터 기능을 강화하는 고열발열체를 장착한 자엔의 온풍기는 기존의 제품보다 전력사용을 현저하게 줄이면서 높은 효율성을 보장합니다. 온풍기에 가습기 기능을 접목시키는 기술로 세계 최초로 특허를 받았습니다. 쉽게 말하면 온풍기를 틀어 놓아도 실내가 건조해지지 않습니다. 내부에 발열체가 장착되어 있기 때문에 가습기에 따라 다니는 살균 문제도 없습니다.”
공장은 열 명이 채 안되는 직원이 묵묵히 작업에만 열중하고 있고 공장 한 켠에 있는 사무실은 책상 세 개가 붙어 있는 비좁은 곳이다. 정갈한 공장과 사무실은 좋은 인상을 주었지만 세계 최초로 선진 기술을 개발한 곳 치고는 화려한 느낌은 없었다.
“제품개발에 있어 디자인보다 기술에 치중합니다. 소비자는 광고에 현혹되어 구매하지만 나중에 제품에 대한 불만족을 표출합니다. 거의 매년 ‘신제품’ 출시가 되는데 실제적으로 기술상의 신제품은 없다고 봐야 합니다. 기술 개발은 빨리 이루어질 수가 없는 겁니다. 결국 신제품이라고 할 때 디자인 같은 외적인 변화만 있는 겁니다.”
이 대표는 20년 베테랑 엔지니어 출신이다. 스스로를 ‘쟁이’라 부르며 기술력에 애정과 자부심을 보이며 내실 다지기에 공을 들인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제품의 외모까지 공을 들일 수 없는 것이 중소기업 자본력의 한계이다. 기술을 개발하고 제품을 만들기도 빠듯한데 포장까지 멋들어지게 할수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대기업 위주의 산업체계입니다. 중소 기업은 정부에서 지원받기가 어렵습니다. 정부지원금으로는 기술을 개발하기도 부족합니다. 그후에 발생하는 광고 비용이나 판로 개척 비용 같은 것은 없습니다. 애써 개발한 기술이 시장에 나가 보지도 못하고 사장됩니다.”
이 대표는 ‘히든 챔피언’이라고 자칭했다. 일본의 축구 영웅 나카타 히데토시가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아시아 출신 선수의 변방 이미지를 바꿔놓은 일은 개인의 뛰어난 기량을 뒷받침하는 국가의 지원이 있어서 가능했기에 이 대표의 ‘히든 챔피언’이라는 말이 이해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