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부터 세 남자가 커피숍에 앉아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어느새 해는 중천에 뜨고 남자들이 차지했던 자리는 비워졌다. 그러나 잠시 후 점심을 먹고 돌아온 세 남자는 빈 컵을 들고 다시 자리를 꿰찼다. 그리곤 해가 질 때까지 이야기는 계속됐다. 커피숍 직원들의 눈치를 보느라 빈 컵을 놓고 아이디어 회의를 했던 이 세 친구는 모바일 앱 셀폰의 공동창업자들이다. 불과 2년 전엔 커피숍에서 아이디어 회의밖에 할 수 없었던 이들은 그동안 KU 창업경진대회 우수상, SK플래닛 창업경진대회 대상, 트라이앵글 토크 콘서트 우수상, 101 Start up KOREA 선정, 대한민국 창업리그 전국 TOP30 선정, 엔텔스 VC 투자 확정 이 모든 상과 투자들을 휩쓸었다. 커피숍에서 나눈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
같은 증권회사 입사 동기로 근무했던 셀폰의 공동창업자들은 회사 재직시절부터 유난히 친한 사이였다. 신입직원에서 걸음마를 떼고 회사 생활에 적응하다 보니 어느새 타성에 젖은 자신들을 마주했다. 여느 때처럼 만났던 세 친구는 자신들은 물론 다른 사람들도 모두 비슷한 행동을 하고 있는 걸 발견했다. 대부분의 손에는 다름 아닌 휴대폰이 들려 있던 것이다.
세 친구 중 한명인 박상권 공동창업자는 취미로 휴대폰을 300개 이상을 매매해왔다. 지인이 손해를 보고 전화기를 팔까 싶으면 박 창업자는 대신 팔아주기도 하며 친구들 사이에선 유명한 휴대폰 매매업자로 통했다. 하지만 자신이 직접 매입업체를 찾아다니며 휴대폰을 팔면서 느낀 불편함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개인 대 업체의 거래이다 보니 가격 설정과 물건 상태 모두가 중구난방인 형국이었다. 박 창업자는 무릎을 쳤다. 이 아이템으로 우리가 앱을 만들면 같은 불편함을 호소하는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날의 모임은 증권회사에서 3명의 직원이 퇴직을 결심하는 날이었다.
출시 100일 만에 10만 다운로드 돌파
세 남자가 개발한 모바일 앱 셀폰은 중고휴대폰을 손쉽게 팔 수 있도록 도와준다. 쉽게 말해 중고휴대폰 중개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휴대폰 중고 매입업체가 어디에 위치해 있고 어떤 기종을 얼마에 파는지 사용자에게 알려준다. 고객은 채팅을 통해 업체와 가격 등의 조율이 가능하다. 이것은 최근 자동차 회사들이 속속들이 내놓고 있는 ‘인증 중고차 서비스’와 비슷한 모양새다. 뉴스위크에 따르면 지난해 BMW만 봐도 3600만대의 자사 차를 구매해 되팔았을 정도로 인증 중고차 서비스는 성황을 이루고 있다. 이런 개념을 휴대폰에 도입한 것이 셀폰이다.
현재 중고에 관련된 서비스는 시중에 많다. 모든 중고 서비스는 크게 개인 간 거래 중개, 개인과 업체의 중개로 나눌 수 있다. 자동차를 제외한 시장에 나온 서비스는 거의 둘 중 하나만을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다. 하지만 셀폰은 개인과 업체의 거래를 필두로 개인 간 거래까지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또한, 휴대폰 중개만을 전문적으로 서비스하는 앱은 셀폰이 유일하다.
지난 2014년 출시한 셀폰은 개시 100일 만에 10만 다운로드를 달성했다. 여태껏 휴대폰 매매에 불편함 내지 손해를 느꼈던 이들이 매우 많았다는 방증이다. 그러고 나서 SK플래닛 창업경진대회 대상, 트라이앵클 토크 콘서트 우수상, 101 Start up KOREA 선정, 대한민국 창업리그 전국 TOP30 선정되는 등 사용자는 물론 전문가들의 인정을 받고 있다. 특화된 포털로 성과를 거둔 셀폰은 지난 2월 엔텔스 VC의 투자확정을 받는 쾌거를 거뒀다.
선의의 경쟁으로 공정성 확보
사람들이 똑같은 휴대폰을 사는데 가격이 살 때 다르고 팔 때는 더욱 달라진다. 누군가는 이익을 얻고 다른 이는 손해를 본다는 이야기다. 셀폰의 창업자들은 이런 정보의 비대칭성에 회의를 느꼈다. 그래서 모바일 앱을 통해 가격과 제품의 상태를 상세히 비교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들은 ‘선의의 경쟁’이 시장의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열쇠라고 생각했다. 판매자는 판매자끼리, 구매자는 구매자끼리의 시장에서 대칭적 정보로 경쟁할 때 수평적인 서비스가 가능하리라 판단한 것이다. 셀폰 커뮤니티는 이런 비대칭적 정보로 인한 손해 누수를 막고 결과적으로는 공정 시장의 첨병으로 나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