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 잘 되고 있나? 소상공인들이 힘든 시기를 함께 극복하자는 의지로 전국적인 협동조합 붐을 일으켰다. 하지만 순수한 의도와 달리 정부 지원만 받고자 설립한 부실 조합은 자생력을 잃어 사라졌다. 설립된 협동조합이 생존한 비율은 전체 20% 정도라고 한다. 협동조합이 잘 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광진구 광고시설물 업종 대표 다섯이 설립한 사업자 협동조합 ‘잘되는 광고시설물 협동조합’을 찾아가 현장 이야기를 들었다. 이들이 올해 올린 매출은 1억 원을 밑돈다. 대표 다섯은 협동조합에서 올린 매출을 플러스알파라고 부른다.
품앗이도 하고 플러스 알파도 챙기고
㈜원포인트듀오의 이인환 대표는 광진구 광고시설물 업종 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 협동조합 설립을 제안했다. 이 대표는 평소 친분이 있던 창조, 해성, 공주, 금영 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 함께해야 어려운 시기를 이겨낼 수 있다고 말했다. 공감대 형성은 침체된 경기 탓에 어렵지 않게 이루어졌다. 창조의 김 혁 대표(이사)가 협동조합 설립에 필요한 실무를 담당키로 했다.
이들이 설립한 협동조합은 사업자 협동조합으로 관공서에 입찰하거나 수주를 받는 형태다. 협동조합이 갖는 공신력과 신뢰를 앞세워 차별화를 뒀다. 이렇게 조합에서 맡은 수주는 함께 일해 함께 나눈다. 조합원들은 이인환 대표의 사무실에서 수주받은 광고물을 제작한다. 이때 필요한 인력을 서로 품앗이하는데, 이전과 달리 외주 인건비가 지출되지 않는 장점이 생겼다. 그만큼 절감한 이익을 서로 나누는 것이다.
얼마 전 이들은 3,900만 원 상당의 정부 광고 시설물 입찰을 따내 협동조합의 가능성을 확인하기도 했다. 각자 가진 사업에서 생기는 영업 이익에 협동조합에서 생기는 이익까지 더해져 경기 침체에 따른 적자 폭을 낮췄다고 했다. 조금이라도 숨통이 트였다는 말이다.
혼자선 엄두도 못 낼 일 함께 하니까 돼
협동조합 건전성은 ‘양보’에 있어
잘되는 광고시설물 협동조합을 설립하며 이들이 정부에서 지원받은 규모는 약 5천만 원 정도다. 마카스 실사출력기(폭 1800mm까지 출력), 시트커팅기(폭 1200mm), 코팅기와 컴퓨터 및 디지털 인쇄기(복사기)까지 광고 시설물을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는 장비들이다. 일반적으로 이런 장비들을 한 번에 구매하기에는 소상공인으로서는 큰 부담이 된다. 새 장비로 새로운 일거리를 만들고 있는 조합원들은 내년도 목표를 이야기했다.
“내년에는 매출 1억을 넘기는 게 목표다.”
간판, 현수막, 상패, 인쇄 등 광고 시설물 주문이 크게 줄어 소상공인들은 걱정이 많다. 기존 고객이 없었다면 더 힘든 상황이 될 처지였다. 하지만 협동조합 설립 후 여러 면에서 달라진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고 했다. 이인환 대표는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점으로 ‘목표 설정’을 들었다. 이듬해부터는 1억 이상의 매출을 올릴 계획이라고 했다. 함께 만든 목표는 각 사업장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이인환 대표는 소비자가 만족할 만한 상품 개발에 더 신경 쓴다는 생각이다.
“잘하면 함께 성장하고 잘못하면 함께 쇠퇴한다.” 이인환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협동조합이 잘 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그는 첫째로 ‘양보’를 들었다. 협동보다 양보가 먼저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익 배분도 형평성에 따라 공개적으로 한다. 서로 이해가 필요한 부분은 대화로 해결한다.
“소상공인들이 협력은 안 하고 경쟁만 해서는 안 된다. 함께 할 때에만 돌파구가 생긴다.” 이인환 대표는 조합원들과 연말 조촐한 송년회를 가질 계획이다. 함께 벌었으니 함께 쓸 생각인 것이다. 고기와 술, 따뜻한 국물이 그들 배를 채우듯 그들의 마음과 빈자리도 채워질 것이다. 내년 목표에도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가 협동조합의 힘을 다 같이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문의 02-454-04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