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가 소비되는 시대에 커피를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그가 들고 있는 커피 잔에는 커피만 들어있지 않다. 시간, 이야기, 꿈, 철학이 혼재됐다. 모든 색을 섞으면 검은색이 되듯이 잔에 담긴 그의 생각들은 하나의 색을 띈다. 커피를 사이에 둔 대화는 깊어지고 뜨거워진다. 인간 사이 뜨겁고 깊은 느낌, 그는 커피를 철학이라고 말하고 있다.
커피 잔만한 꿈에서 시작
“오래가는 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커피다. 커피 마시는 분들이 이 시대에 오래갈 수 있는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해보셨으면 좋겠다.”
더 엘가의 이종도 대표는 커피를 앞에 두고 수많은 생각을 해왔다. 커피공화국 대한민국에서 커피는 생존위협 속에서 생산된다. 바리스타가 수없이 교체되고, 커피 전문점도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사라지길 반복한다. 직업정신이 흔들린다는 지적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커피는 장사로만 생각하지 직업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바리스타가 평생 직업이 되지 못 할 거라는 생각도 한다. 화려할 것이라 생각했다 금세 떠나기 일쑤다. 견디고 참아야 할 일이 커피 이면에 많기 때문에 커피는 결코 쉬운 업이 아니다.”
커피 한 잔을 정성스럽게 내리는 일부터 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종도 대표는 더 엘가의 역사도 커피 한 잔에서 시작하고 있다고 한다. 너무 큰 꿈을 커피 잔에 담지 말고, 소박한 꿈을 담아 공을 들여야 한다는 말이다.
커피는 학문이 아니라 음식이다
2011년 신림점을 시작으로 57개 전국 가맹점을 보유하기까지 엘가 커피의 본질은 맛과 재료에 있었다. 오래할 수 있는 일이 커피를 만드는 일이라면 커피가 오래 먹을 수 있는 음식이어야 하는 이유도 분명해야 했다.
“전 세계 커피 인구의 70%가 농약 커피를 먹고 있다는 사실을 책으로 접했을 때 큰 위기감을 느꼈다. 속도 문명으로 생긴 에스프레소 머신을 볼 때도 커피 본연의 맛은 어디에 있는지 의문이 들곤 했다.”
커피에 정답은 없다고 말한 이종도 대표는 원두 생산국 에티오피아에서 마시는 내림 커피가 존재하듯이 커피를 단정 짓고 배우거나 마시는 일은 삼가야 한다고 말한다. 아울러 커피를 가르치는 일도 사람에서 사람으로 이어지는 장인 정신의 문화가 생겨야 한다고 전한다.
“커피는 분명히 음식이다. 음식을 어떻게 지식으로 전할 수 있겠는가? 손에서 손으로,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야만 커피의 맛은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커피 장인, 엘가의 바리스타 실험
사실, 엘가 커피가 대중의 인기를 얻기 시작한 것은 팥빙수 때문이었다. 이종도 대표는 술과 안주를 커피에 비교하며 커피에도 함께 먹을 음식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모든 음식에 정성이 들어가지 않을 수 있을까? 좋은 팥을 고르는 일과 좋은 원두를 고르는 일은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좋은 재료로 맛을 내기 위해서는 과감한 실험이 필요하다. 재료를 버려가며 만든 음식이 전문가의 입맛을 통과해 진정 소비자에게 전해져야 한다. 엘가의 커피가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아낌없는 투자를 하고 싶다.”
더 엘가 본사 매장에는 유독 항아리가 많다. 커피나무도 항아리에 심었다. 장인 정신을 상징하는 항아리는 이종도 대표의 정신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는 옹기 장인인 부친의 정신을 옆에서 느낀 탓에 견디는 법을 배웠다고 한다. 오래가는 길은 견디는 일.
끝으로 이종도 대표는 커피와 커피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투자가 생겨 커피에도 장인 정신을 갖고 일할 수 있는 문화가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