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 옆의 오렌지색은 빨강에 비해 덜 자극적이고, 노랑 옆의 오렌지색은 노랑에 비해 덜 유쾌하다. 그래서 오렌지색은 마케팅에 잘 쓰이지 않는다. 광고, 패키지, 인테리어 등 단독으로나 체계적으로나 꾸준히 쓰인 예가 별로 없다. 그러나 사방천지가 빨강이라면 오렌지색은 더 튀어 보이지 않을까?”
-오연수, ‘색의 유혹-색채심리와 컬러 마케팅’
빨강에 비해선 덜 자극적이고 노랑에 비해선 덜 유쾌하지만 달리 말하면 빨강에 비해선 더 따뜻하고 노랑에 비해선 더 활기 있는 색깔이 바로 오렌지색이다. 온통 빨강과 노랑의 사람들 틈에서 주목 받을 가치가 충분함에도 그 화려한 빛을 펼치지 못 하고 있는 장애인은 오렌지색과 무척 닮아있다.
‘장애인 인권’을 위한 첫걸음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있는 ‘교남소망의집’은 장애인 생활 시설 최초로 장애인 인권규정을 만든 기관으로서 발달 장애, 자폐성 장애 등의 지적 장애인들이 생활하는 시설이다.
“지적 장애인은 스스로의 의사결정으로 도움을 ‘요청’하면서 살 수 있는 지체 장애인과 달라 평생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다.”
평생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지적 장애인들은 그들의 인권조차 타인을 통해 보호 받아야하기 때문에 ‘교남소망의집’에서는 황규인 원장을 필두로 소망의 집 생활교사 6명과 공익변호사의 지원으로 2004년 ‘교남장애인인권보장규정’을 제정했다.
교남장애인인권보장규정은 표면적인 인권 보호에 그치지 않고 생활 전반에 걸쳐 실제적으로 적용 가능한 ‘인권보장’ 매뉴얼을 제작했다. 호평 속에 국가인권위원회규정에 ‘교남규정’이 기재되는 등 ‘교남소망의집’은 장애인들의 인권보호를 위해 앞장서고 있다.
‘다름’은 ‘차별’의 이유가 아니다
‘교남소망의집’은 시설 입소자의 60%이상이 시설 외부에 위치한 일반적인 가정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른바 그룹홈(공동생활가정)이다.
“장애인들이 그룹홈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룹홈에 있는 자신이 평범한 사람들과 ‘달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지하방이든 옥탑방이든 아무리 환경이 열악해도 그들은 시설보다 그룹홈을 좋아한다.”
황규인 원장이 장애인들의 인권신장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일들 중 가장 중심이 되는 것은 그들을 ‘차별’하지 않는 것인데 그 ‘차별’은 무의식적으로 아주 사소한 일에도 장애인들의 선택권을 무시하는 일이라고 한다.
“그룹홈 제도를 시행하지 않으면 시설 입장에선 사실 편하다. 하지만 그들이 좋아하는 거니까 무시할 수 없다.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대할 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장애인을 위한 ‘배려’라는 명목아래 좋고 싫음을 무시하는 것이다.”
빨강과 노랑만이 색깔의 전부는 아니다. ‘충분히 아름다운’ 오렌지색이 관심 받기 위해선 사회적 구조와 인식의 개선이 필요하다.
모든 인간이 누리고 있는 ‘인권’은 비장애인의 입장과 시선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색깔의 구분이 분명하듯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구분이 불가피하다면 권리 또한 평등하게 구분되어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