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김만 있으면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운다. 옛 시골 어머니가 숯불에 구워 주셨던 그 특별한 김은 현대의 히터로 열을 내 만들어 대량 생산해 내는 대부분의 김과는 차원이 다르다. 히터로 구운 무늬만 구운 김이 아닌 진짜 구운 김만을 고집하며 생산하고 판매하는 곳이 있다.
대양식품 궁전맛김 이학송 대표는 지난 1997년 즉석 구이 김을 재래시장에서 앞치마를 두르고 처음 시작했다. 이 대표는 서울 송파 골목시장에서 즉석에서 구워서 판매를 하다 보니 주위에서 맛있다고 소문이 나 어려운 시절을 넘기고 그 구운 김으로 애들 둘을 대학에 보냈다.
주위에서는 나도 그 장사 좀 하자고 하나 둘 모여들어 똑같은 업을 하면서 양념을 바르고 김을 대줬다. 시장에서 그렇게 입소문이 나고 김이 너무 좋아 상품으로 만들고 체인점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들었다.
대양식품은 단일품목으로 크게 보면 김 한 종목이고, 그 외에 자반볶음, 고추부각, 다시마튀각 등을 생산 판매한다.
무늬만 구운 김이 아닌 철판에 직접 구운 김
대한민국에서 나온 김의 99프로는 구운 김으로 표현하기보다는 익힌 것이다. 히터에서 열이 나오면 그 위로 10~15 센티 떠서 철망 벨트가 지나가면서 김을 익히는 방식이다. 공기를 뜨겁게 해서 김을 익히는 것이다. 프라이팬이나 숯불에 직접 굽는 직화가 아니다. 김은 예를 들어 똑같은 고기를 놓고 숯불에 구워보고 프라이팬에 구워보고 쪄서 먹어보면 맛이 각각 다 다르다. 김은 방식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대양식품 궁전맛김은 철판에 직접 구워서 만드는 방식이다. 이 대표는 김을 굽는 기계를 설계하고 3년 걸려 그 기계를 만들어 특허를 냈다. 시중의 대부분은 대량생산 체제라 익힌 방식을 선택하지만 이 대표는 기계를 자체적으로 만들어서 구워서 생산하고 있다.
이 대표는 “대량생산 체제가 아니라 양이 적게 나온다. 입소문과 인터넷으로 판매하고 전화 주문과 학교 급식으로 나가고 있다. 설비나 위생에도 철저하게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업체에서는 김을 많이 구워서 많이 파는 쪽에 포커스를 맞춘 반면에 대양식품에서는 적게 만들어도 고유의 맛을 간직하고자 했다. 이 대표는 “2년 전부터 다시 기계 제작에 들어가서 구운 김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반자동을 준비하고 있다. 오는 추석 때부터 작업에 들어갈 것”이라며 반가운 소식을 전했다.
이 대표는 “지금 면세점과 상담을 하고 있는데 샘플에서는 대한민국에서 이런 김이 있었냐는 평가를 받았다. 심지어는 일본 같은 경우 교민들이 보내달라고 한다. 맛없는 건 감추지만 맛있는 건 주변에게 자랑 삼아 나눠 먹는다. 메일이 하나 왔는데 영어로 써 있어서 뭔지 잘 몰랐다. 하나하나 읽어 보니까 감사하다는 gasa였다. 이런 맛을 줘서 행복하다. 고맙다는 글이었다”고 밝혔다.
궁전맛김에는 적절한 수온, 햇빛, 운동량이 들어있다.
김은 공산품처럼 기계로 막 찍어내는 게 아니다. 일 년에 김은 한 철 나온다. 그런데 어느 시점에 김을 생산하는 게 가장 맛이 있는가를 선택해야 한다. 김은 되는 대로 사는 게 아니다. 대양식품에서는 신안 한 지역에서만 산다. 그쪽을 선호하는 이유는 대양식품의 철판구이 김과 잘 맞고 물살이 다른 지역에 비해 약간 있다. 고기도 물살이 있는 곳에 살면 근육이 있듯이 바다 속에서 사는 해초인 김도 적정량의 수온과 햇빛과 운동량이 있어야 맛이 있다.
김 공장들은 대부분 규모가 크다. 대양식품은 자금력과 영업력이 적지만 신용과 상품력이 있다. 앞으로 구운 김의 대량 생산 기계 시스템을 갖추면 많은 분들에게 상품을 공급해 줄 수 있을 것이다.
김은 최고 메이커의 김과 이름 없는 김을 뜯어 놓고 먹어보면 맛이 거의 똑같다. 생산 방식이 같으면 맛이 같아진다. 하지만 대양식품의 김은 한 번 먹어 보면 누구라도 선호하게 되어 있다.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이 대표는 “나는 세상에서 궁전맛김과 아닌 두 가지 종류의 김을 많은 사람들이 먹어보고 우리 궁전맛김에 엄지손가락을 들어주는 걸 보고 싶다. 그 집 김 정말 맛이 있다. 그 소리를 듣고 싶은데 시간이 걸릴 것이다. 앞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서 평가를 받고 싶다. 인정을 받아 가업으로 승계를 해주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