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장사는 잘 못해요. 사업은 잘하죠.”
이게 무슨 선문답일까. 남들과 다른 발상으로 창업한지 오년 만에 연매출이 36억에 달하는 블루칩, 디젤코리아의 김재규 대표를 만났다. 미국에서 경영학을 전공하는 평범한 학생이었던 그가 팔년 전 중국계와 이탈리아계 미국인 대학동기와 만든 ‘디젤 USA’이 네일업계의 판도를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왜 하필 네일이었을까?
“어머니가 네일을 하셨어요. 미용 쪽이 관심분야이기도 했고요. 유통을 하자. 친구들과 뭉쳤죠. 시작은 단순했어요. 최초 자본금이 각자 십만 불에 지나지 않았죠.”
그러나 곧 큰 외적 성장을 이루었다. 현재 디젤(Dgel)은 12개국에 지사가 있고 올 3월에 중국지사가 생긴다. 김재규 대표는 오년 전 아시아를 맡아 한국에 돌아왔다. 미국 시장의 매출은 한국의 여섯 배에 달한다. “처음엔 힘들었지만 이듬해부터는 계속 매출 기준 두 배씩 성장했어요.”
한국에서 개발한 제품은 해외에서 날개 돋힌듯 팔려나간다. 패턴 등 한국의 네일 트렌드도 아시아를 휩쓴다. 그러나 유럽이나 미주 쪽에 영향을 주진 않는다고. “미국에서 트렌드가 와서 한국을 거쳐 동남아시아에 영향을 주는 편이에요. 아시아에서는 일본의 영향력을 앞지르고 있죠.”
디젤코리아는 유통에서 한 발 나아가 부천 공장에서 제조도 한다. 디젤의 상호를 달고 나가는 제품뿐 아니라 OEM으로 타사 제품도 만든다. “젤의 질을 향상시키는 게 목표에요.” 이런 노력의 힘입어 디젤코리아의 제품은 한국의 젤을 해외에 알리는 데 일조하고 있다.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등에 매장을 만들고 기술을 전수한다. 개업과 거의 동시에 모방하는 업체가 생길 정도로 엄청난 영향력을 보이고 있다. 한국에서도 가로수길과 압구정에 네일살롱을 두고 있다.
현재 디젤코리아는 한국 스와로브스키 등 여러 업체와 협업(콜라보레이션) 관계에 있다.
사세를 키우는 데 머물지 않고 이런 행보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네일도 좀 더 대규모로 인정받았으면 좋겠어요. 단순히 이걸 팔겠다는 생각보다는 롱런을 목표로 하셨으면 해요. 비즈니스는 대를 이어한다는 마음으로 해야 되요. 자식한테 물려줘도 떳떳할 수 있도록. 대박을 노리는 태도는 틀린 거에요. 대박은 만들어가는 것이죠. 기대하는 것, 노리는 것이 아니라 결과적으로 얻어지는 것입니다.”
김재규 대표는 사업의 목표가 돈을 버는 게 있지 않다고 한다. “여러 사람들과 일하는 게 좋아요. 많은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게 사업의 최고 멋진 점이죠.”
이 때문에 디젤코리아는 이직률이 제로다. “직원들이 내일을 이야기하지 않고 십년 후를 이야기한다. 서로에게 그런 존재죠. 가족적인 분위기에요. 직원들과 함께 피시방 다니고 게임하고. 엄청 친하죠. 대표라고 힘주고 그런 건 싫어요. 무거운 거 들고 궂은 일 먼저 하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능률이 극대화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