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사람의 몸에 비유한다면 창은 눈에 해당한다. 그 창에 드리워진 커튼이나 블라인드는 눈꺼풀과 마찬가지로 필수불가결한 존재다. 여성의 눈매를 빛내는 아름다운 아이 섀도처럼 다채로운 색채와 질감의 커튼과 블라인드가 집의 인상을 결정짓는다. 다소 생소한 차양산업은 이와 같은 커튼과 블라인드, 버티칼, 롤스크린 등 창에 관련된 모든 제품을 다루는 업계를 지칭한다.
단순히 집을 꾸미는 데코레이션의 개념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차양제품들은 전기에너지 절감과 밀접한 관계를 지녔다. 커튼을 설치하는 것만으로 냉난방비를 40%까지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이미 나와 있다. 겨울에는 단열효과를 거두어 열효율을 높일 수 있으며 더워지면 차광효과를 통해 시원하게 여름을 날 수 있다.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빛을 단순히 막는 데 그치지 않고 빛을 통제하여 우리 삶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안들이 연구되어 왔고 이미 시제품으로 선보이고 있다. ‘샤이닝 케어’라고 이름붙인 이 기능은 말 그대로 빛을 조절하는 능력을 말한다.
“햇빛이 주는 항균효과는 정말 크거든요. 적절한 빛이 들어오는 집은 냄새가 없죠. 이 좋은 빛을 조절해 아토피 등 다양한 질병을 예방 혹은 개선할 수 있죠.” 한국차양산업협동조합 권오금 대표의 주장이다.
한국차양산업협동조합은 2011년 법인 설립 허가를 받고 사단법인으로 출범했다. 차양사업자 간의 기술 교류를 확대와 관련 산업 제도 정비가 목표다. “기술표준화 용어 정립이 정말 중요해요. 규격화가 시급합니다. 지금은 이런 저런 용어가 난무하거든요.”
한국차양산업협동조합은 소식지를 받아보는 회원사가 3600곳에 이르며, 이중 차양제조사는 2500군데다. 소상공인의 정의는 소상인은 오인 이하 사업장, 소공인은 십인 이하 제조업을 의미한다. 차양산업의 경우 90% 이상의 업체가 소공인에 속한다. 70-80%가 지하에서 열악하게 제조하는 게 현실이다.
“중복이 돼요. 똑같은 시스템을 갖고 우리끼리 경쟁하고 있었죠. 시장에 대한 전망이나 영업력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마케팅 전반이나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습니다. 일명 제조 개미군단이라고 하죠. 제조만 하고 영업을 하거나 유통을 하기에는 약했어요. 클라이언트가 일 주다가 안 주면 금세 기우는 구조에요. 약간의 교육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면 다양한 일자리 창출도 가능하겠더라고요. 한국인의 매운 손끝으로 제품력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거든요.”
차양사업은 최소 자본금 일억이 드는 산업이다. 영세 소공인들의 경우 더 이상 투자 여력이 없어 확장 없이 인건비만 겨우 버는 업체가 숱하다.
“협업화를 해야 돼요. 블라인드 종류가 백 군데가 넘거든요. 이걸 우드블라인드, 롤스크린, 커튼, 이런 식으로 지역별, 종목별로 조합으로 묶어주는 거예요. 가장 잘 할 수 있는 걸 특화하여 경쟁력 제고하자. 이제껏 자료가 없어서 못하던 홍보는 협동조합 차원에서 하고요. 제조는 마진이 작거든요. 특화하고 협업하는 거죠. 본부는 마케팅과 교육 담당해서 자립을 돕고요. 기술을 가진 사람이 영업을 접목하면 훨씬 큰 이익을 거둘 수 있거든요.”
한국차양산업협동조합 경기북부는 경기도 파주 의정부에 있는 교도소의 제소자들에게 기술전수를 무료로 하고 있다. 이들은 석방 후에 해당 업체로 기술자로써 취업도 가능하다. 또 나눔 행사도 한다. 금천구의 취약계층에게 ‘행복한 방 만들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2000여개의 제품을 기증했고 서울시와 MOU를 맺어 노인, 장애인에게도 기증이 이어지고 있다.
“윈플러스의 변태웅 대표가 개발한 제품이 독일의 건축박람회에 휩쓸었어요. 음성에 있는 공장에서 해외수출을 이백억 이상 합니다. 계속되는 연구 개발로 신제품을 만들어 해외에 판로를 만들자는 거죠. 한국인이 정말 잘 만들거든요. 건축 한류를 하는 거죠. ‘R+T in seoul’을 내년 가을부터 한국에서 개최할 예정입니다.”
건축한류의 선두주자, 차양산업. 협동조합으로 인해 더욱 앞날이 밝게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