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생활고를 비관하여 세 모녀가 번개탄을 피워놓고 자살한데 이어 고지서에 ‘미안하다’고 적어 넣고 네 살배기 아들을 안은 채 삼십 대 주부가 15층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리는 등 생계비관형 자살이 잇따르고 있다. 출구를 알 수 없는 가난의 고통이 이들을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몰고 있다. 이런 빈곤계층에게 일자리를 창출하고 희망을 주는 사회적 기업이 있다고 해서 만나 보았다. 음향 기사 양성으로 지역 문화 발전에 힘쓰는 엘림 엔터테인먼트의 노승범 대표이다.
인하대 전자과를 졸업한 공학도 노승범 대표는 사회적 기업에 종사하게 된 계기가 있다. “개인사업을 할 때였는데 장애가 있는 친구를 면접 보게 됐죠. 그 사업의 속성상 장애우를 채용할 수 없는 상황이었거든요. 마음이 너무 아픈 거에요. 한참 고민하다가 사업을 접고 더 어려운 친구들도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자 했죠.”
그가 눈을 돌린 것은 음향 관련 업체였다. 방송장비, 콘서트, 행사 장비 등을 임대하면서 전문 오퍼레이터를 양성하는 업체라면 기술을 전수해 전문가로 살아가는 길을 터주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현재 엘림 엔터테인먼트에는 음향감독 네 명과 무대제작 한 명, 사무관리 한 명, 청소 관리 한 명으로 총 일곱 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중 무대제작 기술자는 노숙인이었으며 청소관리는 고령자가, 사무관리는 경력단절여성이, 음향기술직에는 청년실업자가 근무하고 있다. 모두 사회 소외계층이다.
물론 힘들 때도 많다. 대기업에서는 자본력으로 엘림과 같은 중소업체를 압박하며 음향지식이 보편화됨에 따라 고객이 요구하는 기준은 높아지고만 있다. 엘림 엔터테인먼트는 이를 전문성 확보를 통해 방송사와 제휴를 하는 등 정면으로 돌파구를 찾고자 한다.
“음향 배울 때 가르쳐 주지 않으려고 하는 선배들 틈에서 음향 기사 되기까지 참 어려웠습니다. 이런 기술직들 고질적인 이기주의를 깨어 음향기사라는 전문직을 양성하여 자립 가능한 인재를 많이 양성하고자 합니다.”
후배들이 많이 알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가장 보람을 느낀다는 노승범 대표. 그를 괴롭게 하는 순간들은 언제일까.
“직원들이 일하려는 의지가 안 보일 때. 그리고 진로의 암담함을 느낄 때입니다. 일이 재미는 있는데 희망이 없다, 돈이 안 된다, 몸으로 하는 노동이라 힘들다. 이런 말 할 때 솔직히 의욕이 많이 꺾입니다. 그리고 장비가 너무 빨리 고급화되어 영세한 업체로써 굉장히 힘들죠.”
그렇지만 그는 그만의 전문성으로 이를 극복해나간다. “항상 고객에게 먼저 여쭈어봅니다. 어떤 소리로 튜닝해 드릴까요, 하고요. 먼저 묻고 고객이 원하는 소리를 연출해드리죠.”
이런 면 때문에 그와 거래하였던 고객은 다시 그를 찾는 경우가 많다. “많은 업체가 있지만 전문인력으로만 구성된 팀은 없다고 봅니다. 모든 직원이 이 일에 보람을 느끼고 희망을 가지고 있는 팀입니다. 믿고 맡겨주세요.”
문화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소외계층을 위한 행사나 콘서트 등의 음향을 담당하며 소리로 마음을 전하는 엘림 엔터테인먼트의 노승범 대표. 낮은 데서 묵묵히 자신의 몫을 다하는 그를 마음 속 깊이 응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