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원 대표가 기부에 눈뜬 계기는 부모님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제 이름으로 부모님이 후원하는 곳이 있었더라고요. 20여 년간 무관심하게 지내오다 후원이 끊긴다는 편지를 받고서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죠.” 이후 기부에 관심을 갖게 된 이 대표는 국내 실정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했다. 통계학도인 그의 눈에 비친 현실은 암담했다. 외부에 드러난 수치만을 살펴보면 기부액은 매년 꾸준히 증가해 기부문화가 활성화되고 있는 듯 보였다. 그러나 실상은 소수에 의해 부풀려진 숫자에 불과했다.
“기부를 하게 되면 친구들끼리도 ‘왜 그런 걸 하냐. 나한테 해라.’ 이런 식의 농담이 싫었습니다. 내가 기부를 하지만 감성적으로 돌아오는 부분이 많아요. 외국의 경우 어렸을 때부터 기부를 생활화합니다. 그래서 기부할 때 단순히 내 것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기부가 나한테 주는 게 많다는 사실을 가슴으로 알고 있죠. 그러나 국내에서의 인식은 아직도 물질적인 데 머물러 있습니다.”
우리나라 기부문화의 기형적인 측면에 돌파구를 찾고 싶었던 그는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기부를 생활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 제작에 골몰하게 된다. 좀 더 용이하게 기부가 이뤄지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이러한 노력은 오년 전 지인들을 모아 ‘기부타임’의 기초를 다진 것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바로 자본이었다.
“일단 돈이 필요해서 중소기업청의 창업융자 형태로 금융지원을 받아 2012년에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전문 개발업체를 차렸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2013년 6월 ‘기부타임’을 선보였다. ‘기부타임’은 광고 시청만으로 기부를 실천할 수 있는 모바일 기부 서비스로 스마트폰으로 사용자가 짧은 시간 기업 광고를 시청하면 해당 광고비용이 사용자가 설정한 NGO에 자동 기부되는 돈 없이 기부하는 신개념 서비스이다. 1기 기부타임의 경우 굿네이버스, 아름다운커피, 자연환경국민신탁, 지구의벗 환경운동연합, 한국자원봉사협의회 등 13개업체와 MOU를 맺어 사용자가 편리하게 기부할 수 있도록 했다.
사용자는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 후원에 참여할 수 있게 됐고, 광고주는 홍보와 나눔을 통해 긍정적인 이미지 효과를 동시에 거둘 수 있는 혁신적인 서비스다. ‘기부타임’은 리워드 되는 적립금으로 기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단체들의 캠페인에 직접 후원할 수 있도록 카드결제 시스템도 구축되어 있다. 카드결제를 통한 기부는 기부영수증과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반 년 만에 1억 모금에 성공한 1기 기부타임은 올 1월에 마감되었고 현재는 리뉴얼중이다. 굿웨이브는 더 많은 단체와 연계하여 3월에 새로운 서비스 시작 예정이다. 이승원 대표는 기부문화가 급변하고 있음을 온 몸으로 체감하고 있다. “백 군데가 넘는 단체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 예전에는 제가 찾아다녔죠. 후원금을 깨끗하게 사용하고, 피드백이 빠른 단체 위주로 선정할 예정입니다.” 성공에 자만할 법도 하건만 그의 입장은 다르다. “전 기부금은 관심 없습니다. 제 관심사는 기부율이에요. 현재 서울시 기준 40%대에 머물고 있는 기부율을 60%까지 끌어올리고 싶습니다.”
또 그의 관심은 모바일뿐 아니라 오프라인 상으로 이어진다. “나폴리에서 시작된 미리내 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커피 한잔을 마실 때 세잔 값을 내면 나중에 찾아오는 노숙자들에게 두 잔이 돌아가는 데서 유래한 건데요. 나눔 문화 확산을 위해 곧 온라인을 통한 미리내 서비스도 선보일 예정입니다.’ 누구나 나눔을 실천하는 그날까지 그의 노력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