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출 급증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최근 2년간 증가율이 두배 이상 치솟는 등 브레이크 없이 질주하는 모습이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전세값이 떨어지지 않는 한 당분간 대출 급증세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은행권의 전세대출 잔액은 51조5000억원으로 전년보다 25.6%나 올랐다. 작년 한 해 동안 늘어난 전세대출 규모는 무려 10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최근 10년간 대출액 중 가장 많은 수준이며 2015년 증가액(5조8118억원)의 두 배를 뛰어넘는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해 전세대출 증가는 전세난과 월세 전환 등의 영향이 컸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올해 대출 규모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는 대출 증가 추이에서도 알 수 있다. 전세대출은 2010년까지 한 해 2조원 안팎 수준에 불과했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는 해마다 3조5000억원 가량으로 늘어나는 등 증가폭이 가파르지 않았다.
대출 규모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은 전세난이 시작된 2014년부터다. 연간 증가액이 5조원을 뛰어넘었고 2015년에도 비슷한 규모를 나타내면서 대출잔액은 사상처음으로 20조원을 돌파했다. 이 기간 동안 증가액은 전체 전세대출 증가액의 절반에 달한다.
문제는 전세대출을 보는 시각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내년까지 입주 물량이 대거 쏟아지면서 전세대출 상승세가 꺾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금융권의 시각은 다르다. 전세대출 증가세는 입주 물량 보다 치솟고 있는 전세값의 영향이 더 크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 주택가격동향조사를 보면 서울지역 평균 전세값은 2014년 말 2억9368만원에서 지난해에는 4억2051만원으로 1억2000만원 넘게 올랐다. 전세가율은 매매가 대비 73%를 넘어섰다. 여기에 시중은행 예금 금리 하락으로 집주인들이 이른바 ‘반전세’로 부르는 월세도 계속 늘고 있어 전세값 부담은 여전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서울 강북 지역 아파트들도 전세가격이 3억~5억원 수준”이라면서 “과거에는 전세물량이 없어서 가격이 올랐지만 올해는 전세물량이 있더라도 가격 자체가 높게 형성돼 전세대출 수요는 지난해보다 더 늘어날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