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여신심사 모형을 만들고 있는 금융당국이 자영업자 대출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처럼 ‘대출한도’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과정에서 부채비율이 높은 이른바 ‘한계자영업자’를 퇴출하는 등 ‘옥석가리기’를 하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위험수위에 도달한 자영업 대출은 신규대출은 심사를 강화하는 한편, 추가 대출의 경우 기업 구조조정처럼 살릴 것은 살리고, 정리할 것은 정리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밝혔다.
이처럼 금융당국이 ‘자영업 옥석가리기’ 카드를 꺼내든 것은 법인 등 대형 자영업자들이 계속해서 추가 대출을 받아 연명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또 소상공인 대출을 받은 이후 유동성이 부족하면 개인 신용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운용비로 사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 때문에 현재 자영업 추가대출의 경우 그 규모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현재 은행과 비은행권의 자영업자 대출은 신용등급, 연체이력, 연 매출액 등을 중심으로 여신심사를 한다. 심사 기준도 은행마다 다르고 법인 자영업자의 경우 기업대출을 받은 곳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금융감독원은 은행감독국 산하에 ‘자영업자 대출 전담반’을 구성해 은행·저축은행·상호금융·캐피털 등에서 이뤄진 방식의 대출 정보를 취합중이지만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체 규모조차 파악되지 않으니 대응방안 마련도 쉽지 않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영업대출이 신용·담보·기업대출 등 다른 대출과 뒤섞여 있어 선별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최근 제2금융권까지 자영업 대출 규모가 늘고 있는 것은 대출의 질이 그만큼 나빠지고 있다는 것인데 자영업 전체가 위기에 빠지지 않도록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자영업자 대출이 불어나는 가운데 경기는 얼어붙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이 뒤늦게 고삐 죄기에 나섰지만, 경기 악화 및 소비절벽 우려가 커지면서 자영업 대출은 가계대출의 새로운 ‘뇌관’으로 떠올랐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은 464조5000억원(141만명)에 달한다. 이 중 금융기관에서 사업자금 명목으로 받은 대출 규모는 300조5000억원, 생계자금 마련 등을 위해 받은 가계대출만도 164조원이다.
특히 자영업자 상당수는 다중채무자인 만큼자영업자대출 부실이 다른 대출의 부실이 전이될 경우 금융시스템 전체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