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에만 100개가 넘는 연기학원이 있다. 그 중 법인 설립허가를 받고 운영 중인 연기학원도 6,70 곳. 강남구 한 동에만 2.5개의 학원이 있는 셈이다. 개인 교습소까지 합하면 한 동에 위치하는 연기학원은 네 군데가 넘는다. 비가 온 뒤에 솟는 죽순처럼 일시에 많이 생겨나고 있는 엔터테인먼트 회사들 속에서 뜨거운 열정과 젊음, 이에 못지않은 깊은 사명감으로 이제 겨우 한 걸음을 뗀 연 엔터테인먼트(대표 전금향, café.naver.com/yonent)가 있다.
“사업가인 아버지께 사업을 하겠다고 말씀 드리자 제게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네가 만일 비빔밥집 사장이 되고 싶으면 온 세상의 모든 비빔밥을 다 먹어봐야 해. 한 입만 먹어도 전주비빔밥인지, 해주비빔밥인지 척척 알아낼 수 있어야 하고 주방장이 없어도 혼자서 주방장이 만든 것과 똑같은 맛의 비빔밥을 만들 수 있을 정도면 그 때, 사업을 시작해도 좋다.” 저는 그 동안의 경험으로 미루어 봤을 때 아버지가 말씀 하신 그 상태에 어느 정도 도달했다고 스스로 판단했습니다. 허락을 받고 이내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시작했죠.”
전금향 대표(Yon Entertainment Academy)는 배우의 꿈을 갖고 연극학과에 진학했다. 대학교 3학년 때, 자신보다 연기를 잘하고 얼굴도 예쁜 친구들에게 재능적으로 뒤쳐진다는 것을 깨닫고 그 때부터 스스로를 돌아보기 시작했다. 남들 보다 못하는 부분이 있으면 뛰어난 부분도 있는 법. 자신은 연기적인 재능보다는 다른 이들에게 연기를 가르치고 조언을 해주는 일에 더 능력이 있다고 판단, 언젠가는 배우를 만드는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졸업 후, 대학로에서 연극배우 생활을 했지만 월급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부조리한 상황이 계속 되었다. 천성이 밝은 전금향 대표는 좌절하지 않고 아역 전문 연기학원에서 캐스팅 디렉터를 맡게 되었다. “그 곳에서도 쉽지 않았습니다. 근무한지 1년이 지나자 당장의 수익을 내기 위해 주먹구구식으로 어린이들의 캐스팅이 이루어지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윤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역 배우 지망생들이 제대로 훈련 받지 못한 채 캐스팅 오디션에 나가면 결과도 안 좋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도 그 연기학원의 치명적인 이미지 실추로 이어집니다. 결국, 그 회사는 어려워졌죠.” 대학로에서 힘들게 연극배우를 한 경험도, 현재의 실정과는 맞지 않다고 판단한 과거 직장에서의 경험도 모두 현재 연기학원 사업을 시작하는데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탄탄한 밑거름이 된 셈이다.
연 엔터테인먼트는 교육생들과 선생님들 간의 일대 일 개인지도 시간이 타 연기학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다. 실시간으로 교육생들과 소통 할 수 있도록 수업내용은 바로 영상 녹화하여 지도사항과 함께 당일, 학원 블로그에 올려놓는다. 다른 사람들의 반응까지 알 수 있어 개인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모니터링이 된다. 본인의 실력이 하루하루 늘어가는 모습을 스스로 체크할 수 있도록 영상으로 기록하여 모니터 함으로써 타 아카데미와 차별성을 가지고 있다. 또한, 한 달에 한번, 태릉선수촌에서 직접 선수들의 체력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전문가가 와서 지도하는 합숙훈련을 통해 스스로 체력관리 하는 법을 배운다. 학생들과 선생님들 모두 함께 땀 흘리며 끈끈해지는 시간을 가져 가족과 같은 유대감이 생긴다.
열과 성의를 다해 진심으로 아이들을 관리하다보니 좋은 결과도 기대한다. “고3 남학생이 들어왔어요. 내신 6, 7등급이라 진학이 어려운 성적인데 연극영화과 지원한다고 부모님과 찾아왔죠. 독하게 개인지도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실력이 늘지 않을 수 없게끔 2, 3시간을 더 투자해서 가르치고 있는데 이 친구가 하루가 다르게 실력이 늘어나고 있어요. 그런 것을 볼 때, 정말 뿌듯함을 느낍니다. 가르치는 재미가 있죠.” 추석 연휴에도 쉴 수 없다. 연휴가 끝나는 23일 월요일부터 수시 실기시험 시작이기 때문이다. “선생님들이 연휴 반납하고 다 나오니까, 학생들도 나와야죠.” 작년까지 입시학원에서 일하던 선생님을 채용해서 따로 입시담당 부서를 두고 학생들의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초·중·고생들뿐만 아니라 성인들도 찾아온다. 대학생 이상은 전문반과 취미반이 있다. 직장인들이 사내 장기자랑 준비, 또는 퇴근 후에 취미생활로 간단한 연극 연기지도를 받고 있다. “단지 대학을 가기 위해서 혹은 이번 오디션에 합격하기 위해서가 아닌 진짜 배우를 만들고 또 언제든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는 “준비된” 배우를 만들고 싶습니다.”
영화 <이웃사람>을 제작한 제작사 대표가 연 엔터테인먼트 홍보이사로 계약을 맺은 상태이다. “경영을 하다 보니 홍보부분이 가장 민감하더라고요. 홍보방법에 대한 책을 잔뜩 사서 공부 중인데, 공부를 하다 보니 결국 다 똑같은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홍보보다 내실을 다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이죠. 연기학원 내부적으로 실력이 되야 그로 인해 자연스럽게 홍보가 되고, 또 홍보로 인해 사람들이 찾아와도 부끄럽지 않겠죠. 결국 키워드는 내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연 엔터테인먼트 전금향 대표는 마지막으로 정책당국에게 당부했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국민행복”을 비전으로 제시하고 임기 중 정부 재정의 2%를 문화 재정으로 쓰겠다는 공약을 공표한 바 있습니다. 과거 1.2%에 비해 두 배 가량 재정 지원이 늘었는데도 문화예술계는 아직도 마음 졸이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기초 예술인의 생계보장을 위한 공약은 거의 없는 실정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정치는 잘 알지 못합니다. 다만 정말 공약이 실천되어 정부재정 2%가 문화재정으로 쓰여지게 될 때, 그 세부 사안들이 막연히 외국의 법을 도용하여 실정에 맞지 않는 것이 아니라 국내 현실에 맞게 합리적으로 치밀하게 계획해서 쓰여졌으면 좋겠습니다. 과거의 저처럼 불합리하게 급여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 있는 예술인들이 밥을 먹으면서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정책이 만들어지는 곳에 쓰여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예술을 하는 사람도 즐겁고, 또 보는 사람도 즐거워야 진정한 “국민행복”이 이뤄지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