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 구조조정이 1년째 진행되고 있지만 국적 해운사와 업계의 불확실성은 더욱 짙어지면서 정부의 구조조정 정책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해운업계는 ‘한진해운 물류사태’, ’정부 정책 실효성’에 이어 최근엔 ‘최순실씨 개입 의혹’과 ‘현대상선 들러리’ 등의 논란에 휘둘리는 등 안팎으로 혼란을 겪고 있다.
최근 법원의 한진해운 미주노선 영업망 매각과 관련해 현대상선이 입찰 들러리를 섰다는 논란은 현대상선이 한진해운 미주노선 영업망 인수에 소극적이었는데도 ‘입찰 흥행’ 차원에서 보이지 않는 압박을 직간접적으로 가해온 정부측의 입장을 감안해 억지로 입찰에 나섰다는 관측에서 제기됐다. 실제 현대상선은 미국 롱비치 터미널 지분에 대한 인수 입찰가로 단돈 1달러를 적어냈다.
해운 구조조정에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개입했다는 의혹 역시 줄어들지 않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채권단의 한진해운 자금지원 거부 결정에 최순실 씨가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의혹 제기에 “한진해운은 구조조정 원칙에 따라 결정한 것”이라며 의혹을 부인하기까지 했다.
이처럼 해운 구조조정 작업이 1년 가까이 진행된 상황에서 업계 안팎의 불확실성이 더욱 가중되면서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간 기획재정부, 해양수산부 등 정부 부처는 한진해운 사태 속에서 혼란을 드러낸 데 이어 법원과도 엇박자를 내며 일관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돼왔다.
한진해운 사태를 해결하거나 혹은 현대상선을 키우겠다며 제시한 정책들 역시 무색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한진해운 물류대란 사태 당시 현대상선의 대체 선박 투입으로 운임 상승을 막고 미주 노선 물량을 흡수할 수 있다고 강조했지만 현대상선 역시 국내외 화주들의 신뢰를 잃음은 물론 대체선 투입으로 인한 직간접적인 효과도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 또 현대상선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한진해운 우량 자산 인수를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SM그룹의 대한해운이 인수자로 선정되면서 정부 방침을 머쓱하게 만들었다.
국적사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한진해운을 잃게 된 상황에서 국내 유일한 원양 선사가 된 현대상선은 적자를 지속하고 있는데다 롱비치터미널 인수 무산 등으로 향후 성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진해운의 영업과 인력 등을 인수하게 된 대한해운에 대해서도 컨테이너선사로서의 경쟁력 확보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존재한다. 컨테이너선 운영 경험이 전무한데다 글로벌 경쟁에서 필수로 손꼽히는 해운동맹에 가입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재민 한국해양대학교 선박금융학과 교수는 “정부는 해운 산업에 대한 특수성을 감안하지 못한 데다 한진해운이 망하면 현대상선만 키우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까지 했다”며 “1년간 진행돼 온 정부의 해운 구조조정 작업은 한국 해운업의 신뢰성을 크게 훼손시킨데다 현재 업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만 봐도 성공적이지 못했다고 평가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