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동영상 플랫폼에 방송 채널을 개설한 뒤 영상 콘텐츠를 제작, 송출하는 ‘1인 창작자’가 2,000명을 넘어섰다. 검색을 할 때 네이버가 아닌 유튜브를 떠올리는 10대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고 ‘병맛’, ‘저퀄(낮은 퀄리티)’ 등으로 대표되는 B급 문화가 인정받기 시작하면서 급성장했다. 최근에는 ‘양띵(구독자 174만명)’ ‘영국남자(156만명)’ ‘대도서관(136만명)’ 등 스타 크리에이터뿐 아니라 구독자 10만명대의 크리에이터들이 늘어나면서 허리가 단단해지고 있다. 이제 1인 크리에이터는 부업이나 취미가 아닌 어엿한 직업으로, 크리에이터 산업은 하위문화가 아닌 미디어산업의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 중이다.
한국전파진흥협회는 3월 보고서에서 1인 크리에이터를 1,857명으로 파악했고 현재는 2,000명이 넘어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크리에이터들의 기획사인 다중채널네트워크(MCN)에 소속돼 대다수가 전업 크리에이터이다. 초창기에는 ‘BJ(아프리카TV 1인 방송 진행자)’가 더 알려졌지만 유튜브와 아프리카TV에 동시에 방송을 내보내는 크리에이터들이 늘어나면서 1인 창작자로 불린다. 최근에 대도서관 등의 간판 BJ들이 불공정계약을 문제로 삼고 아프리카TV를 접고 유튜브에서만 활동할 것을 선언하면서 크리에이터들이 유튜브로 몰리고 있다.
이들은 아이디어 기획과 콘티·탈고까지 2~3일, 촬영·편집에 1~2일을 투자하는 많으면 매일, 보통은 일주일에 2~3편 이상 올리며 구독자를 유지한다. 규모가 커지면 1인이 아니라 팀으로 방송을 만들며 PD를 고용하기도 한다. 스타 크리에이터 대도서관의 경우 월수입이 5,000만원을 넘는다. 대도서관은 ‘엉클대도’라는 법인을 세우고 크리에이터 후배들을 양성하며 새로운 일자리도 만들고 있다. 제작자이지만 얼굴이 알려지면서 스타성도 커진다. 대도서관은 BJ로 활약한 ‘윰댕’과의 결혼이 화제가 돼 방송으로 따로 편성되기도 했다. CJ E&M에 따르면 다이아TV 상위 5%(43팀) 크리에이터의 평균 월 수익이 910만원으로 지난해(630만원)에 비해 40% 이상 성장했다.
내수 시장의 한계에도 MCN 시장 규모가 기존의 미디어 산업 규모를 넘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 최대의 MCN으로 8억2,000만명의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메이커 스튜디오(Makers studio)의 경우 2014년 월트디즈니에 5억달러에 인수된 바 있다. 이들의 경우 구독자층이 10대에서 3040세대까지 확대돼 게임, 뷰티 등에 편중된 국내 MCN과 달리 가족 장르까지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렇듯 미디어 기업이 MCN을 인수합병(M&A)하면서 유튜브에만 의존하지 않고 버라이즌이 인수한 AOL이나 페이스북 등 여러 플랫폼에 진출하며 독자적 플랫폼으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그보다 늦은 2011년 설립된 풀스크린은 7억2,000만명의 구독자를 대상으로 월정액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를 한다. 또 시청자의 성향을 분석해 기업이나 시장에 판매하는 미디어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공공기관 홍보기획 관계자는 “공공기관까지도 기존의 블로그 등 전통매체를 통한 홍보기획 대신 동영상 플랫폼 기반으로 한 크리에이터와의 협업을 준비하고 있는 흐름”이라며 “국내에서도 브랜디드 콘텐츠뿐 아니라 미디어 컨설팅 등 MCN 산업이 갈 수 있는 미래를 무궁무진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이아TV는 내년까지 소속 크리에이터를 2,0000팀으로 늘리고 3명 중 1명은 미국·중국·유럽 등 해외에서 활동하도록 하는 계획을 마련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구독자층이 20대 중후반에서 30대 초중반까지 확대되고 있다”며 “중국·대만 등 아시아권에 진출하는 크리에이터가 늘어나면 산업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