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왕좌를 지키던 삼성전자의 입지가 위태로워졌다. 지난해 4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에서 애플이 삼성전자를 제친데다, 화웨이·오포(OPPO)·비보(VIVO) 등 중국 업체들의 추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연구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가 31일(현지시간)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7750만대의 스마트폰을 출하했다, 이는 2015년 4분기 출하량인 8130만대에 비해 5%가량 줄어든 수치다.
같은 기간 글로벌 시장 스마트폰 출하량은 4억 3870만대로, 2015년 4분기(4억 30만대)에 비해 9% 가량 가파르게 성장했다. 중국·아프리카 등 개발 도상국의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이 증가했지만, 삼성전자는 수혜를 보지 못한 셈이다.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의 부진은 하반기 갤럭시노트7 단종에 따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SA는 “삼성전자가 갤노트7 배터리 발화로 4분기 성장 모멘텀을 잃어버렸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애플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과 발맞춰 전년 동기 대비 5% 대 출하량 증가를 이뤘다. 지난해 4분기 7830만대의 스마트폰을 출하한 애플은 간발의 차로 삼성전자를 앞섰다. 애플의 출하량 증가 배경으로는 지난해 하반기 출시한 ‘아이폰7’시리즈의 인기와 더불어 삼성전자 갤노트7 단종에 따른 반사이익이 지목된다. SA는 “애플이 삼성전자의 실수를 놓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중국 제조업체들의 추격도 매섭다. 지난해 4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점유율 1위부터 5위까지 중 1위 애플(17.8%)과 2위 삼성전자(17.6%)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중국 업체가 차지했다. 이들의 시장점유율은 화웨이 10%, 오포 7%, 비보 6% 순으로 뒤를 이었다.
‘중국의 삼성전자’로 불리는 화웨이는 중국시장을 넘어 서유럽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막대한 비용의 M&A투자를 통한 자체 기술력 확보와 해외 유수 전문 업체들과 손잡은 화웨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점차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가장 괄목할 성장세를 보인 오포는 지난해 4분기 전년 대비 2배 가까운 성장을 이뤘다. 오포는 2015년 4분기 시장점유율 4%에서 2016년 4분기 7%로 세력을 넓히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태풍의 눈으로 급부상했다. 오포의 자매회사인 비보도 지난해 4분기 6%의 시잠점유율을 기록하며 높은 성장세를 유지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올 상반기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8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8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MWC를 통해 자사의 플래그십 스마트폰을 소개하던 관례를 벗고 공개 시기를 늦추며 안전을 비롯한 최종 점검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8에 스타트업 비브랩스와 손잡은 음성인식 인공지능 비서 ‘빅스비’를 내장하고, 갤노트7에서 호평을 받았던 홍채인식·방수방진·무선충전 기능을 부착하는 등 고도화된 성능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다만 시장 상황이 삼성전자에게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애플이 올 하반기 아이폰7S가 아닌 새로운 시리즈인 아이폰8을 내놓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인 데다, 오포와 비보 등 업체들이 중국 내수 시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삼으면서 삼성전자의 입지가 불안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폰과 중저가 폰으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을 양분해 성과를 내왔다”며 “최근 중국 업체들의 중저가 폰 시장 진출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삼성전자의 고민이 깊어지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LG전자의 글로벌 시장 부진은 지난해 4분기에도 이어졌다. LG전자의 지난해 4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은 1410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8% 감소했다.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3%에 그쳐 9위에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