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유연석은 ‘응답하라’ 시리즈가 낳은 스타다. 그는 ‘응답하라 1994’(이후 응사) 속 순정남 칠봉이 역으로 출연해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드라마가 끝나고 자연스레 저주가 붙었다. 일명 ‘응답 저주’로 ‘응답하라’ 시리즈로 갑자기 스타가 된 배우의 후속작이 흥행하지 못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실제로 유연석은 ‘응사’ 이후 영화 ‘상의원’ ‘그날의 분위기’ ‘해어화’, 드라마 ‘맨도롱 또똣’에 출연했지만 기대 만큼의 성과를 얻지 못했다.
하지만 흙수저 의사로 변신한 SBS ‘낭만닥터 김사부’로 지난 부진을 극복했다. 드라마는 평균 시청률 20.4%(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최고 시청률 27.6%를 기록하며 화제 속에 종영했다. 드라마 종영 후 만난 그 역시 ‘응답 저주’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연이어 작품을 촬영할 때는 저주에 대해 신경쓰지 않았어요.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고 도전하는 것에만 집중했죠. 그런데 그런 시간이 지나고 5개월 정도 생각할 시간이 있었어요. 그때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어요.
너무나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하고 있고 이것 말고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과연 내가 행복할까. 흥행에 대해 생각할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흥행은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에요.
결국 제가 좋아하는 일을 절실히 하면 해답이 나올 거라 믿었죠. 그런 마음가짐으로 이번 드라마를 선택했어요. 다행히 좋은 결과가 있어서 용기를 얻게 됐죠.”
‘낭만닥터 김사부’는 강원도 정선의 돌담병원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괴짜 천재 의사 김사부(한석규)와 열정이 넘치는 젊은 의사 강동주, 윤서정(서현진)이 펼치는 의학 드라마다.
유연석은 뛰어난 실력을 지녔지만 출세만을 목표로 살아가는 강동주 역으로 출연해 한석규, 서현진과 호흡을 맞췄다.
“한동안 쉬지 않고 달려올 때가 있었어요. 그때 했던 작품 중 하나가 한석규 선배님과 같이 연기했던 ‘상의원’이에요. 스스로 쉴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 선배님이 ‘억지로 공백을 만들 필요는 없다.
쉼은 때가 되면 찾아온다’고 조언해 주셨죠. 저는 선배님 특유의 여유가 좋고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유연석은 서현진과 로맨스에 대해 ‘아주 소중했다’고 설명했다.
“드라마 성격상 (서)현진씨와 로맨스가 많지 않았어요. 그래서 잠깐씩 등장하는 로맨스가 소중했어요. 어떤 분은 의학 드라마에 로맨스가 왜 필요하냐고 하지만 저희는 너무 적어 좀더 넣으면 좋겠다는 말이 들릴 정도였죠.
현진씨와 호흡도 좋아서 재미있게 촬영했어요. 특히 키스신을 찍을 때는 제가 직접 와인을 준비해갔어요. 와인 한잔씩 나눠 마시는 상황이 웃기면서 적당히 로맨틱해져 잘 나왔던 것 같아요.”
긴장감 넘치는 수술 장면은 의학 드라마의 핵심이다. 강동주의 인물 설명에는 ‘세상에서 수술이 제일 쉬웠던 의사’라고 적혀있다. 드라마는 그것을 증명하듯 박진감 넘치는 수술 장면으로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았다. 이를 위해 유연석은 실제 병원 실습을 하며 관련 용어와 기술을 익혔다.
“수술하는 촬영은 정말 많이 했어요. 처음에는 손 대역을 쓰다가 하도 많이 하니 익숙해져서 중간부터는 제가 직접 했죠. 한 선배님 수술할 때도 제가 손 대역을 하기도 했어요.
실제 의사가 와서 제가 하는 걸 보더니 자기네들 몇년 동안 배운 걸 몇 개월 만에 한다고 놀라더라고요. 의학 공부는 2008년 드라마 ‘종합병원2’ 할 때 한번 배우고 이번에 다시 배웠어요.
심폐소생술부터 매듭, 기도 삽입 등 응급실에서 해야 하는 걸 실습했죠.수술은 영상으로 보고 익혔어요. 현장에는 실제 의사가 있어서 시범을 보여주면 따라 하는 식으로 촬영했어요.”
다음 행보는 연극이다. 유연석은 대학교 은사인 배우 이순재 데뷔 60주년 기념 공연 ‘세일즈맨의 죽음’ 지방 공연에 함께한다.
“큰 역할은 아니지만 꼭 이순재 선생님과 함께하고 싶었어요. 공연은 2월 초부터 시작돼요. 연극이 마치면 좋아하는 여행도 갈 계획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