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코리아 최지현 기자] 이세돌 9단이 국내 바둑 인공지능(AI) ‘한돌’과의 은퇴대국 1국에서 이겼다. 비록 2점을 깔고 뒀지만 인간이 AI에게 이긴 것은 이세돌이 2016년 알파고에 승리한 이후 처음이다.
이 9단은 은퇴 대국인 ‘바디프랜드 브레인마사지배 이세돌 VS 한돌’에서 92수만에 불계승을 거뒀다. 3번기로 열리는 은퇴대국은 18일부터 19일까지 이틀간 열리는 1, 2국은 서울 강남구 도곡동 바디프랜드 본사에서 진행되고 마지막 3국은 21일 이 9단의 고향인 전남 신안군 엘도라도 리조트에서 열린다.
이날 1국은 3년 전 호선으로 대결했던 알파고와의 대결과 달리 흑돌을 쥔 이세돌이 2점을 깐 상태에서 한돌에게 덤 7집 반을 주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평소 호선만 학습해온 한돌에게도 이번 대국은 도전이었다. 한돌이 접바둑을 준비한 기간은 두 달 정도다. NHN에 따르면 호선의 승률은 54~55%, 2점 접바둑의 승률은 8% 정도다. 한돌은 중반 전투에서 어이없는 실수를 저질러 승부가 단명국으로 끝났다.
한돌은 NHN이 알파고를 계기로 개발을 시작해 2017년 12월 국내 게임업계로선 처음 선보인 토종 바둑 AI다. 1999년부터 NHN이 쌓은 ‘한게임 바둑’의 데이터를 학습했다. 여러 예측 모델을 동시에 돌리는 ‘앙상블 추론’ 분석 기법을 쓴다. 사람으로 치면 여럿이 동시에 다음 수를 의논하는 형태다.
대국 실력점수인 이엘오(ELO) 점수 기준 한돌의 기력은 4500점 이상이다. 이는 이세돌과 대국했던 알파고 리, 2017년 중국의 커제 9단과 대결했던 알파고 마스터보다 높은 점수다. 통상 최정상권 인간 프로기사가 3600점대 후반이다.
앞서 한돌은 지난해 12월과 1월에 걸쳐 신진서, 박정환, 김지석, 이동훈, 신민준 등 국내 대표 프로바둑기사들과 릴레이 바둑을 펼쳐 모두 이겼다. 당시에는 프로기사들이 직접 컴퓨터 앞에 앉아 인터넷 바둑을 두듯 ‘한돌’과 대결했다.
남은 2국과 3국은 2점 접바둑이 아닌 호선으로 치러진다.
한편, 지난달 19일 한국기원에 사직서를 제출한 이세돌은 국내 프로 바둑기사 중에는 처음으로 은퇴기를 치른다. 과거 일본 바둑계에선 은퇴기가 중요한 행사로 여겨졌지만 한국은 특별한 일이 없으면 은퇴하지 않고 프로기사직을 유지하기 때문에 은퇴기가 치러지는 것은 드문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