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코리아 이정민 기자] 기술적 자립은 곧 경제적 자립을 의미하고 이는 나라가 튼튼하고 강해지는 밑거름이 될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 첨단 현미경의 기술자립의 기반을 확보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첨단 현미경의 핵심 기반기술인 에너지 분석기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첨단측정장비연구소의 박인용 책임연구원팀은 전자 및 이온 현미경의 광원인 하전입자 빔의 에너지 분포를 측정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개발했다고 한다. 이를 이용해 만든 에너지 분석기는 기존의 기술을 이용한 기기보다 매우 작고 간단한 구조임에도 더 높은 측정 정확도를 자랑한다.
그간에는 국내 현미경 산업은 외국 장비회사에 대한 의존도가 컸다. 그러나, 이번 기술 개발로 인해 현미경 산업의 완전한 국산화를 이룰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졌다.
전자현미경과 이온현미경과 같은 나노미터급의 분해능을 자랑하는 현미경을 첨단 현미경으로 분류한다. 이는 소재와 부품, 바이오 등 다방면의 과학기술에 활용되는 핵심적인 소재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중요하고 핵심적인 현미경 산업은 외국산 장비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다. 대표적으로 우리나라 현미경 산업이 의존하고 있는 나라는 다름 아닌 일본이었다.
최근, 한국과 일본 간의 무역 분쟁이 심화되면서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사회적으로 순식간에 퍼졌으나, 현미경 산업의 경우는 불매운동을 하고 싶어도 여건이 좋지 않아 할 수 없는 실정이었다.
특히, 이번에 개발된 기술을 바탕으로 한 에너지 분석기는 다양한 현미경 관련 기술 중에서도 높은 공간 분해능을 구현하기 위한 가장 필수적인 기술 중 하나로 꼽힌다. 에너지 분석기는 광원의 에너지 폭이 얼마나 넓고 좁은지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이다. 전자나 이온과 같은 현미경의 광원은 특성에 따라 저마다 유한한 에너지 폭을 가진다. 여기서 고분해능 현미경일수록 에너지 폭을 좁게 설계하고 구현한 다음에 검증해야 한다. 여기에 좁아지는 에너지 폭을 측정할 고도화된 분석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기존의 외국산 장비는 촘촘한 그리드 전극을 사용하여 전극이 하전입자와 충돌하는 현상이 종종 발생했다고 한다. 이 경우에 전극이 오염 및 손상되어 신호가 왜곡되고 측정이 잘 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다. 물론, 이 단점을 보완한 반구 형태의 분석기가 나왔지만, 구조가 복잡하고 가격이 매우 고가라 사용하기에 녹록지 않았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의 박인용 책임연구원팀은 기존 형태와 전혀 다른 원통형 전극을 개발해 에너지 분석기의 근본적인 문제요인을 해결했다. 하전입자 전극이 충돌하는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했다. 연구팀은 성능 저하의 주된 원인인 전극 내부 불균일한 전위를 최소화하는 데에도 마찬가지로 성공했다.
이제까지 연구 장비의 국산화를 위한 노력은 계속됐다. 그러나, 고부가가치의 설계기술 개발은 확실히 부족함이 많았다. 그러나 이번 연구를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에너지 분석기 설계기술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개발된 기술을 바탕으로 현재 일본, 독일, 미국 중심으로 선점된 연구 장비 시장에 순수 국산 기술로 당당하게 도전장을 내밀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인용 책임연구원은 “점차 미세해지는 반도체의 선폭을 포함하여 재료, 바이오 분석과 같이 첨단 분야에 사용하는 고분해능 현미경 구현에 필수적인 기술”이라며, “해외의 것을 가져와 완제품을 만드는 연구 장비 국산화가 아닌, 더 우수한 성능의 현미경을 100% 국산 기술로 만들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말했다.
한편, 국가과학기술연구회와 창의형융합연구사업의 소중한 지원을 받아 시행된 이번 연구는 울트라마이크로스피(Ultramicrosopy – IF: 2,644)에 11월 게재되었으며. 추가적으로 국내·외 특허출원까지 마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