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코리아 이정민 기자] 과거의 우리는 신문을 통해 혹은 TV 뉴스를 통해 새로운 소식을 접했다. 뉴스를 접할 때면, 곧 옆에 앉아있는 가족 혹은 친구에게 해당 뉴스에 대한 소감을 전한다. 그리고 거기에 대해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며, 대화를 흘려보낸다.
딱, 거기까지였다. 기술의 발전이 없던 과거에는 저기서 더 이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매체에 노출이 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가져야 되는 부담감은 덜했다. 사이버라는 단어 자체도 생소했던 당시였기에 ‘사이버 윤리’는 너무도 먼 이야기일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TV와 신문뿐 아니라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새로운 소식을 실시간으로 접하는 시대가 됐다. 과거에는 정해져 있는 시간에 특정 소식통을 이용해 소식을 들었다면,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멀티미디어 기기를 통해 실시간으로 소식을 접할 수 있게 됐다.
이제 사람들은 원한다면, 길을 걸으면서도 실시간으로 뉴스를 보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이야기를 나누는 대상 역시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확대됐다. 옆에 앉은 지인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고작이었다면 현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s, 이하 SNS)를 포함한 다양한 방법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세상에 전달할 수 있게 됐다. 내가 내뱉는 한 마디, 내가 쓰는 글 한 줄이 가지는 파급력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달라졌다.
안타깝게도 기술의 발전에 따라 문제가 생겨나고 있다. 지인끼리의 대화로 흘려보내듯 떠들었던 소감들이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다양한 방법으로 기록으로 남아 누군가에게 화살이 되어 날아들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 11월 12일부터, 악성 댓글을 걸러내기 위해서 네이버를 통해 볼 수 있는 뉴스 전체에 AI 기술 바탕의 클린봇 기능을 적용했다. 클린봇 기능은 AI기술을 활용해 욕설과 원색적인 비난이 포함된 댓글을 자동으로 숨겨주는 기능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시범적인 단계라 완전한 기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그러나, AI 기술을 사용하면서까지 이러한 기능을 만들어 냈다는 부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 10월 국감 당시 더불어민주당 김병관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한 해 동안 발생한 사이버 명예훼손 및 모욕 범죄 발생 건수가 15,926건이라고 한다. 2014년 8,880건이었던 것에 비해 2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우리나라는 흔히 인터넷 강국이라 불린다. 전국에 깔려있는 초고속 인터넷망을 통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터넷 사용이 가능한 국가다. 이를 바탕으로 멀티미디어를 활용한 새로운 매체들을 활용하고 소통하는 것 역시 가장 빠른 나라다. 하지만, 빠른 인터넷이 바른 사이버 윤리 의식으로 자리 잡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제, 악성 댓글로 인한 우울증에 시달리다 극단적인 선택으로 유명을 달리하는 연예인을 보는 것은 안타깝게도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니다. 물론 연예인과 같은 유명인들에게만 적용되는 문제 역시 아니다. 매체의 발전에 따라 일반인들 역시 1인 방송을 통해 대중들과 소통할 수 있는 시대다. 최근, 초등학생들의 장래 희망 중 압도적 1위가 ‘콘텐츠 크리에이터’였다. 그릇된 사이버 윤리 의식으로 인한 피해는 누구에게나 돌아올 수 있다.
물론, 네이버에서 개발한 AI 클린봇 기술과 같은 악성 댓글과 같은 현상을 막아줄 새로운 기술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사용자들이 올바른 윤리 의식을 가지는 것이다. 기술의 발전은 탓할 수 없다. 문제는 사용자가 그릇된 인식을 가지고 잘못된 방법으로 사용하는 부분이다. 앞으로 기술을 계속해서 발전하는 만큼 이에 걸맞은 윤리 의식이 필요하다.
더 이상 자신의 의견과 다르다고 해서 사이버 공간에서 테러를 가하는 행위도 분명히 지양할 필요가 있다. 사이버 공간에서 행해지는 테러 역시 분명한 테러다. 자신과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상대방을 죽도록 괴롭힐 수 있는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없다.
마지막으로 한번 되묻고 싶은 말이 있다.
“그들이 당신에게 죽을 만큼 괴로움을 당할만한 잘못을 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