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코리아 박은혜 칼럼니스트] 우리는 밥 없이 살 수 없다. 그러나 정작 쌀을 만들어야 하는 사람들, 반찬거리의 원료를 만드는 사람들은 농촌, 어촌, 산촌을 떠나고 있다. 1차 산업 없이는 굶어죽을 수밖에 없는데 정작 1차 산업에 종사해야 할 사람들은 사라지고 있는 위기가 지속되어 온 것이다. 실제로 ‘2018 양정 자료’(농림축산식품부)는 국내 잠정 식량자급률이 50% 이하로 내려간 시점에서 국내 식량 절반 이상이 수입으로 충당되고 있다는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국내 생산 기반이 현저하게 약화되고 있는 문제는 쉽게 넘길만한 사항이 아니다. 최첨단의 문명을 누리는 이 시대에 식량걱정이 웬 말이냐고 할지 모르나, 1차 산업이 흔들리면 모든 것이 흔들리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단지 그 위기가 체감될 단계가 아니다 보니 사람들이 그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할 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위기로부터 1차산업을 구해내고 있는 것이 4차산업혁명이다. 4차산업혁명으로 인해 혼란이 예상되고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이 일고 있는 시점에서, 1차산업 현장을 떠나려는 인구는 늘고 있지만, 오히려 그 4차산업혁명은 위기를 맞은 1차산업의 결정적인 대안이 되어주고 있는 것이다.
‘1차산업에 대한 4차산업혁명의 적용’은 ‘스마트 팜’이라는 개념으로 통칭될 수 있다. 스마트 팜이란 구체적으로 사물 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의 기술을 통해 농작물, 가축 등의 생육 환경을 관리하고 원격에서 자동 관리하는 방식으로 설명된다.
물론 스마트 팜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보다는 외국에서 익숙한 것이었다. 식물공장으로 농업혁명을 일으키고자 한 네델란드의 프리바, 두 개의 팔로 오이를 수확하는 독일의 오이로봇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4차산업혁명이 전 세계적으로 본격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나라에서도 ICT를 접목하여 지능화된 농업 시스템인 스마트 팜의 시도가 구체화되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형 스마트 팜 기술이 지속적으로 연구 및 개발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농업용 로봇은 농촌 가구의 고령화 문제를 해결할 최적의 아이템으로 각광받고 있다. 더욱 심각해지는 일손 부족의 문제를 타계할 결정적 방안이 될 수 있는 농업용 로봇은 앞으로의 로봇 기술 발달 및 원격 제어 시스템에 따라 보다 다양한 방법으로 일손을 거들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현재 농업용 로봇은 생육 환경을 모니터링하는 것은 물론, 작물 상태에 따라 작업을 달리 제공하는 업무까지 해낼 수 있다.
이와 더불어 대표적인 스마트 팜의 도구인 ‘드론’ 역시 인력난을 해소할 결정적 대안으로 활용되고 있다. 초기에는 드론이 농약 살포 등의 방제 작업에만 그쳤던 것에 비해 근래에는 병해충을 예측하고 수확량을 측량하는 것까지 수행하고 있다. 이에 앞으로도 다양한 농가를 위한 지원군이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결국 스마트 팜은 농가가 겪고 있는 노동력 문제나 생산성 저하 등의 현안을 실질적으로 해결해 줄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농산물의 생산성을 늘리는 것은 물론 품질을 높이는 수준까지 충족시켜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편, 스마트 팜의 발전단계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형 스마트 팜이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무분별한 개발 이전에 정부의 충분한 지원책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입장이 제시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항을 고려할 때, 단기적인 생산 효율성을 위해 4차산업혁명이 대표하는 첨단 도구 및 시스템을 무조건 갖다 쓸 것이 아니라, 정부 주도의 안정적인 지원 시스템 구축이 우선될 필요가 있다. 특히 특정 기술의 개발이 어떤 기업을 중심으로 진행되어야 하는지도 사전에 정해질 필요가 있다.
그만큼 지속가능한 스마트 팜의 발전과 확산을 위해서는 해당 사업이 정부를 중심으로 한 혁신과제로 지정될 필요가 있으며 관련 전문가 양성 역시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최근 농림축산식품부가 ‘스마트 팜 청년창업 보육과정’ 경영실습용으로 전남 나주시·고흥군·무안군에 스마트 팜을 완공한 것은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한 중요한 표본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