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번쯤 고민하잖아요, “나는 누구인가”

살면서 한번쯤 우리는 고민한다. “나는 누구이며, 왜 태어났을까”

본인을 자책할 때, 혹은 심연이 깔린 어두운 저녁에 홀로 나에 대해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때. 그것도 아니라면 학창시절에 선생님에게 들어봤을 법한 올드한 질문이다.

“여러분들, 여러분은 누구인가요.”

나의 정체성을 내가 캐치하는 것은 실로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만들어진 인간이 아니다. 하루하루 완성되어가는 존재다. 또한 이 세상은 나만 사는 공간이 아니다. 나말고도 수많은 사람들로 가득 차있다. 바로 이들과 공존하면서 또 나 자신을 그들과 공유하면서 나의 정체성도 비로소 확립되는 것이다. 미국 심리학자 에릭슨은 정체성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다.

“정체성이란 용어는 자신 내부에서 일관된 동일성을 유지하는 것과 다른 사람과의 어떤 본질적인 특성을 지속적으로 공유하는 것 모두를 의미한다”

가끔 한번씩 나에 대해 돌아보자. “나는 누구인가”

보다 쉽게 정체성을 이해하기 위해 두 영화 속 인물을 예로 분석하고자 한다. 정체성이라는 주제를 다룬 두 영화를 통해 영화 속 인물들이 그들의 정체성을 확립해가는 과정을 비교 분석해봤다.

(그들이 정체성을 확립해가는 과정은 순탄치 않다. 우리내 인생이 그러하다………)

 

영화 ‘박치기’와 ‘본 아이덴티티’

 

먼저, 이즈츠 감독의 영화 ‘박치기’에는 일본고 학생과 조선고 학생 사이에 존재하는 서로를 향한 미묘한 감정으로 인해 자꾸만 벌어지는 여러 가지 사건들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다.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스틸컷

코우스케는 조선고 학생 경자를 짝사랑하게 되고 그녀에게 다가가기 위해 사카자키에게 금지곡 ‘임진강’을 배우고 한국어를 공부한다. 경자의 친오빠 안성은 인근 일본고교생들과 나날이 격렬해져가는 싸움을 벌인다. 그러던 중 안성은 일본을 떠나 한국에서 정착을 하려 한다. 그리고 안성의 친구 경자는 졸업이 학교를 졸업하고 무엇을 할까에 대한 고민을 한 뒤 간호사가 된다. 그러던 중 안성의 후배 재독이 일본고교 학생들에 의해 죽게 된다. 재독의 죽음에 분노한 안성의 무리들은 일본고교 학생들과 다시 부딪히게 된다.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스틸컷

‘박치기’에는 질풍노도시기에 놓인 고등학생들이 여럿 등장한다. 영화에서 보이는 조선고 학생들과 일본고 학생들의 대립구도가 흥미롭다. 일제 강점기 때 일본의 식민지 치하에 놓여있었던 조선이 독립을 한 이후에도 이전 시대에 의한 영향을 직간접적으로 많이 받았음을 영화를 통해 알 수 있었다. 일본고 학생들이 조선고 학생들을 조롱하며 ‘조센징’이라는 표현을 한다던가  재독의 죽음에 오열하는 그의 가족들이 슬픔을 위로하러 찾아온 일본인 학생 코우스케에게 “너희들이 우리의 슬픔을 아느냐, 나는 아무것도 모른 채로 이곳에 끌려와 한평생 고생을 하며 살았다.’라고 말하는 부분에서 간접적으로 그 영향(일본 사회 내에서 재일동포가 받은 수모와 삶의 어려움)을 느낄 수 있었다. 재일동포인 안성 역시 자신들을 조롱하는 일본고 학생들을 경멸한다. 그의 일상은 싸움터에서 이루어지며 그저 그렇게 살아가다 아무 뜻 없이 한국으로 가기로 한다. 영화에서 등장하는 여러 학생들은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안성과 마찬가지로 일상 속에서 자꾸만 반항하고 엇나간다. 싸움을 함으로써 그들은 자신들의 힘을 과시하게 되고 그 힘에 굴복하는 자들의 두려움을 기쁨으로 삼는다. 대부분의 고등학생들이 그러하듯 진정 자신이 원하는 것, 나는 그래서 무엇이 되고 싶고 하고싶은가에대한 것이 확립이 되어있지 않다. 특히 조선고 학생들은 일본 사회 내에서 뚜렷한 국적도 없이 살아간다. 영화 속 대부분의 인물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나아가는 것처럼 보이며 영화의 전체적인 내용은 인물들의 정체성에 대해 다뤄지고 있다. 코우스케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사는 사카자키에게 동경의 눈빛을 보내고 안성의 친구 강자는 졸업 후 무엇을 할까 고민을 하다 간호사가 된다. 한국으로 가려던 안성은 자신의 여자 친구가 자신의 아이를 임신하게 되어 출산을 한 사실을 알게 되고 한 가족의 가장이 되어 그들과 함께 한국으로 가게 된다는 사실에 기뻐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찾아 나아가는 과정 속에 놓여 있다.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스틸컷

 영화 속 중요한 소재인 ‘임진강’노래는 남쪽나라로 돌아가고 싶어도 갈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겨있어 영화 속 재일동표들의 슬픔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재일동포의 현실을 대변하고 있다. 재일동포 역시 일본에서 이도저도 아닌 국적으로 힘든 삶을 살아가며 그들 스스로의 ‘정체성’의 일부분(자신들의 진정한 터전, 언어)에 대해 많은 시름을 앓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스틸컷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뇌하는 캐릭터는 영화 ‘본 아이덴티티’에도 등장한다.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스틸컷

선원들에 의해 바닷속에서 끌어올려지는 한 남자가 있다. 남자의 등 쪽에는 총알에 박힌 자국이 있고 의문의 물체도 엉덩이 피부 밑에 박혀있다.(물체에서 불빛이 나오며 게마인샤프트 은행, 취히리라는 지명을 가리킨다.) 남자가 깨어나자 늙은 선원이 남자에게 신원을 물어본다. 남자는 모르겠다고 답한다. (넌 내가 누군지 아니? 난 내가 누군지 모르겠어, 난 누구지?)라고 스스로에게 묻는 남자. 기억이 없는 남자는 자신이 무엇을 찾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는 기억에 대해 두려워한다. (장면이 바뀌고) 공원에서 자고 있는 남자에게 신분증을 요구하는 경찰들. 남자는 자신의 신분을 증명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말한다.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스틸컷

 (장면이 바뀌고)은행을 찾아간 남자(본)는 계좌번호를 인증하고 가방하나를 받는다. 가방 안에는 남자의 신분과 관련된 물품들이 담겨있다. 파리, 브라질, 러시아, 캐나다여권에 서로 다른 이름으로 자신의 신원이 적혀져있다. 남자는 경찰들에게 쫓기고 본(남자)을 살해하려는 cia도 그를 쫓는다. 

 마리를 떠나보내고 cia와 끝을 보려는 본. 본은 cia요원을 만나 자신이 누구냐고 묻는다. 그(요원)는 본에게 미국의 자산이자 무기라고 답한다. 왜 날 죽이라는 거지라고 묻는 본, 대답대신 움보씨와 관련된 사건을 언급하며 측근이 죽인 것처럼 가장해 본 자신이 움보씨를 죽이려했었다고 답하는 cia요원. 아무것도 생각이 안 난다는 본은 순간 요원의 말에 의해 3주전 기억을 떠올린다. 다시는 그런 짓을 안한다고 말하는 본에게 너에게는 그러한 결정권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요원. (영화의 엔딩) 마리를 찾아온 본. 신분증 있어요라고 묻는 마리에게 본은 그런 것이 없다고 웃는다.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스틸컷

 ‘본 아이덴티티’의 주인공 본은 끊임없이 자신의 정체성과 싸운다. 그는 기억나지 않는 자신의 정체성(이름, 국적 등 등)으로 인해 난항을 겪게 된다. cia요원에 의해 자신이 단지 국가의 자산이자 국가로부터 길러진 사람임을 알게 되고 난 뒤 그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정체성을 버리려하는 것처럼 보인다.

 영화 ‘박치기’와 ‘본 아이덴티티’의 공통점은 영화 속 캐릭터들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찾아 나아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아직 확립되지 않은 자신들의 ‘정체성’에 난항을 겪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캐릭터들은 타인의 정체성에도 서로서로 영향을 미친다. 또한 인물들만이 정체성 성립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자라나고 살아가는 환경도 그들의 정체성에 영향을 미친다.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스틸컷

그러나 ‘정체성’에 있어서 두 영화는 조금 차이를 보인다. ‘박치기’에서 캐릭터들은 아직 제대로 자리 잡고 있지 않은 고교생들의 정체성이 조금씩 확립되어가는 과정을 담고 있고 ‘본 아이덴티티’는 주인공 본이 그의 정체성(나는 누구인가)과 싸우며 나중에는 타인에 의해 자신의 정체성이 만들어지고 길러졌다는 것을 알게 되고 난 뒤 기존의 정체성의 일부인 자신의 신분을 버리고 그는 다시 그의 정체성을 새로 만들기로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박치기’에서 캐릭터들의 정체성은 주위의 ‘영향’과 타인과의 ‘교류’를 통해 점차 형성되어가고 ‘본 아이덴티티’에서 캐릭터의 정체성은 애초에 타인에 의해 ‘제조’되었지만 사랑하는 여인과 다시 삶을 시작하며 정체성을 스스로 ‘성립’해나가려 한다. ‘박치기’에서 캐릭터들의 정체성은 점점 확립되어가고 ‘본 아이덴티티’에서 캐릭터의 정체성은 ‘리셋’과정 속에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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