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개봉한 영화 ‘공조’를 보면 배우 김주혁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다. 예상 가능한 범위 내에서 변화를 시도한 현빈, 유해진과 달리 김주혁은 그동안 보여주지 못했던 악역으로 출연해 관객에게 신선한 충격을 준다. 분량은 많지 않지만 등장할 때마다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맡은 역할은 북한 군인 출신으로 남한으로 잠입한 범죄 조직 리더 차기성이다. 그릇된 신념으로 자국의 위조지폐 제작 동판을 훔쳐 달아나는 인물로 북한 특수부대 형사 림철령과 남한 형사 강진태과 맞서 싸운다.
김주혁은 이번 작품으로 KBS2 ‘1박 2일’로 보여줬던 친근한 ‘구탱이형’ 이미지를 완전히 지웠다. 구탱이형은 김주혁이 ‘1박 2일’ 방송 도중 토사구팽을 토사구탱이라고 하면서 얻게 된 별명이다. ‘공조’ 개봉 후 인터뷰 자리에서 만난 김주혁은 ‘언제까지 구탱이형으로 살 순 없지 않냐’며 웃음을 지었다.
“예능에서 보여준 이미지를 지우고 싶지는 않아요. 다만 제게도 이런 다양한 모습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구탱이가 아닌 배우로 살아야죠(웃음). ‘공조’는 전작 ‘좋아해줘’ 촬영할 때 제의받았어요. 평소 악역을 해보고 싶었고 시나리오도 재미있었죠. 강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운동하고 태닝도 열심히 했어요. 샤워 장면은 없었다가 갑자기 들어가게 됐어요. 그래서 급하게 운동을 해야 했죠.”
강도 높은 액션에 대해선 힘들진 않았지만 무서웠다고 고백했다.
“달리는 차에서 총 쏘는 장면은 별로 안 힘들었어요. 처음에는 안전 때문에 차가 천천히 달렸어요. 그러다 속도를 60km까지 올렸는데 모니터로 보면 달리는 느낌이 잘 안 났어요. 그런 식으로 계속 속도를 올려다보니 100km까지 가게 됐어요. 그게 참 위험한 걸 다 알지만 촬영 시작되면 그걸 잊게 돼요.”
유해진과는 지난 2011년 개봉한 ‘적과의 동침’으로 한 차례 호흡을 맞췄다. 오랜만에 김주혁을 연기를 본 유해진은 눈빛이 달라졌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실제로 스크린에서 차기성이 보여주는 눈은 강렬하다. 한 번 목표를 정하면 고민 없이 과감하게 실행에 옮긴다. 옛 부하를 직접 죽이는 잔인함도 보여준다. 조국을 버리고 오직 돈만 쫓는 잘못된 신념이 차기성의 눈으로 표현된다.
“나이를 먹으면서 연기가 달라지는 것 같아요. 신인 때는 괜히 더 보여주려고 하다 보니 감정이 과해져요. 결과적으로 연기도 어색하죠. 확실한 건 연기는 하고자 하는 열정이 있을 때 나이를 먹을수록 잘할 수밖에 없어요. 많은 것을 보고 경험하니 표현이 좋아지죠. 대본 한 줄을 읽어도 깊이 있게 이해하고 표현해요.”
김주혁은 개봉한 영화 외에도 다양한 주제에 관해 이야기했다. 최근 ‘1박 2일’로 KBS 연예대상을 탄 김종민에 대해선 ‘당연한 결과라’며 축하를 하고 ‘집에선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이럴 거면 원룸으로 이사가는 게 낫겠다’며 농담을 했다.
“(김)종민이는 정말 ‘1박 2일’의 기둥 같은 존재예요. 뒤에서 보이지 않게 떠받히고 있어요. 안에서 보면 자기를 희생하며 남을 도와요. 저는 종민이가 정말 똑똑하다고 생각해요. 자기가 지켜야 할 선을 정확히 알고 제 몫을 소화하죠. 그런 친구가 상을 받는 사회가 돼야죠. 방송은 지금도 봐요. 멤버들하고 정이 많이 들었어요. 하차 뒤 게스트로 출연할 때는 메이크업이랑 헤어도 했는데 가자마자 탈을 썼죠. 당황스러웠지만 그때 사진이 너무 귀엽게 나왔어요. 지금 카카오톡 배경화면이 그때 그 사진이에요. 알고 보니 준호, 종민이도 그걸 배경화면으로 했더라고요.”
영화로 시작된 인터뷰는 예능 프로그램을 거쳐 연애로 이어졌다. 지난해 김주혁은 홍상수 감독의 영화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이유영과 연인 사이로 발전했고 이후 공개적으로 열애 사실을 인정했다. 공교롭게도 ‘공조’에 같이 출연한 현빈도 영화 개봉 전 배우 강소라와 열애 사실이 드러나 함께 주목받았다.
“이 질문이 왜 안 나오냐 했어요. 당시 제작발표회 현장은 저희는 가만히 있는데 주변에서 놀렸어요. 공개 연애를 하니 편해요. 이제 감추고 속일 나이는 지난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