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코리아 전세훈 기자] 실제 현실처럼 게임을 즐길 수 있는 ‘VR(가상현실, Virtual Reality)’은 놀랍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머리에 묵직한 VR기기를 써야 즐길 수 있는 기술이다. 보통 3시간가량 진행되는 야구를 관람하거나, 오랫동안 게임을 하기에는 무게 때문에 몰입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POSTECH(포항공대) 기계공학과‧화학공학과 노준석 교수팀은 빛의 스핀을 이용해 여러 홀로그램 이미지를 실시간으로 재생할 수 있는 메타표면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이러한 기술은 더욱 가볍고 편리한 증강현실(AR)‧가상현실 디스플레이나 보안 기술에 활용될 전망이다.
증강현실이나 가상현실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공중에 3D 형태의 이미지를 띄울 수 있는 홀로그램 디스플레이가 필요하다. 실제로 지금 시판되고 있는 VR기기는 모두 이러한 기술을 도입한 장비로, 아직까지는 이미지 생성에 많은 부품이 필요해 부피나 무게가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그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 바로 투명망토 소재로 알려진 ‘메타물질’로, 이 물질로 만들어진 표면으로 홀로그램 디스플레이를 만들고자 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문제는 지금까지의 메타홀로그램 기술은 아직까지 하나의 이미지만 생성할 수 있다는 점에 있었다. VR 등에 활용되는 이미지는 한 번에 다양한 이미지가 흘러나와야 하고, 때로 동영상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고효율 홀로그램 구현에는 산화티타늄, 질화갈륨과 같이 비싸고 대량 생산이 어려운 재료가 사용되어, 이제는 고작 만원에 불과한 가격이 된 VR기기 처럼 상용화하기도 어려웠다.
노 교수팀은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대량생산이 편리한 실리콘을 이용, 빛이 회전하는 방향과 편광을 조절하여 두 개의 홀로그램 이미지가 동시에 나타나는 메타표면을 개발했다.
왼쪽으로 회전하는 빛을 표면에 비추면 RHO라는 이미지가, 오른쪽으로 회전하는 빛을 비추면 ITU라는 이미지가 나타나도록 만든 후, 왼쪽으로 회전하는 빛과 오른쪽으로 회전하는 빛을 섞어 한 번에 재생하도록 한 것이다. 또, 빛의 편광을 조절하면 이미지를 실시간으로 바꿀 수도 있고, 나아가 동영상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홀로그램을 더욱 복잡하게 설계할 수 있게 되어, 화폐, 신용카드, 고급 위스키나 명품 잡화들에 들어가는 위조방지 기술이나 암호화 기술에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실리콘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기존의 반도체공정에서 바로 제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기존 연구에서 사용해온 산화 티타늄에 비해 비용을 수백 배까지 절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산업계의 주목도가 높다.
연구를 주도한 노 교수팀은 “이번에 제작된 메타홀로그램은 60% 이상의 투과 효율을 가지고 있어 눈으로 아주 선명한 이미지를 관찰할 수 있다”며 “소자의 두께가 300나노미터(nm)에 불과해 초경량 고효율의 광학기기나 VR기기 제작에도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광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레이저 앤 포토닉스 리뷰(Laser & Photonics Reviews)를 통해 발표된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 지원사업, 글로벌프론티어사업, 미래소재디스커버리사업, 선도연구센터사업, 글로벌박사펠로우십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