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가을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 때가 되면 한국인들은 마음이 착잡해진다. 이번엔 혹시우리가 받으려나 하는 기대감에 들뜨다가 막상 발표되면 역시나 하는 실망과 열패감 때문이다.
그나마 지난 몇 년간 수상자 단골 후보라고 매스컴을 장식하던 우리의 원로작가 한 분은 미투 추문으로 낙마해서 안타깝다. 상은 그냥 상일 뿐인데도 노벨문학상에 집착하는 한국인들의 심리는 남다르다.우리나라가 노벨문학상을 받지 못하는 데는 근본적인 문제점이 몇 가지 있다.
100년 남짓 일천한 우리 현대문학사를 논외로 치더라도 우리 현대문학의 수준이 결코 낮아서는 아니라고 본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기도 하니 말이다. 국력도 그렇지만 문학부문에 대한 정부의 종합적인 지원서비스 부족과 번역시스템 미비가 최대 관건이다. 또한 세계인의 공감을 살만한 훌륭한 작가와 작품의 집중 선정과 번역 문제, 자비출판 등으로 어렵게 번역한 후에도 세계 출판 독서시장으로의 홍보와 유통부족도 문제이다.
게다가 매년 문화예술분야 전체 예산중에서도 극히 미미한 문학부문 예산을 보면 노벨문학상을 운운하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다.노벨문학상에 대한 국민들의 무지와 막연한 기대감도 고려 대상이다. 한국내에서 유명작가라거나 한국어로 글만 잘 쓴다고 노벨상을 받는 게 아니다. 우선 세계인이 공감하는 주제로 스웨덴어를 포함한 5개 언어 이상으로 작품이 번역된 역량 있고 주목받는 작가라야 한다. 일본은 가와바타 야스나리, 오오에 켄자브로 2명, 중국은 모옌 1인이 노벨문학상을 받은 바 있다.
작년 2018년에는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없었다. 주최측인 스웨덴 한림원의 특수사정 때문이다. 소식통에 의하면 종신직인 노벨문학상 선정위원이 18명인데 카타리나 프로텐손이라는 여성 선정위원의 남편이 성폭력 미투사건으로 여러 여성들에게 고발 당하고 이에 연루된 선정 위원 몇 명이 추가 사퇴함으로써 심사 자체가 불발됐다는 것이다.
1901년에 노벨상이 제정된 이래 전쟁 등 외부 상황이 아니라 주최측 내부사정으로 수상이 불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작년 것을 포함해 올해는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2명 낸다고 하니 지켜볼 일이다.한국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국제PEN한국본부에 한가닥 희망을 걸어본다. 각국 PEN은 매년 스웨덴 한림원으로부터 노벨문학상 추천의뢰를 받고 있는데, 한국PEN도 공식 추천자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일반인들에게 PEN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일부 문인들 중에도 PEN을 아이돌 가수들의 팬클럽이라거나, 펜팔클럽, 펜문학회 등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있다. 유일한 세계 문인단체요, 인권단체인 국제PEN은 P(시인 Poet, 극작가 Playwright), E(수필가 Essayist, 편집자 Editor), N(소설가 Novelist)의 약자이다.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국제PEN은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존 골즈워디를 초대 회장으로 1921년에 창립되어 현재는 전세계에 154개 센터가 있다. 1954년에 창립된 국제PEN한국본부도 그중 하나이다.필자가 2년 전 제35대 한국PEN이사장에 당선되어 주력하는 분야가 한국문학의 세계화이다.
매년 각국 PEN센터와의 교류와 4회째의 세계한글작가대회 개최, 2년째 펜회원 영문 대표작 선집을 발간한 바 있다. 특히 올 1월 28일에는 을 창립하여 영·불·독·스페인·스웨덴·아랍어· 중국어 등 9개 번역위원회를 구비하고 펜회원들의 대표작들을 집중 번역하려 한다. 목마른 자가 우물파는 격으로 아직 미미한 시작에 블과하지만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관련기관과 국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협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