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코리아 손은경 기자] 지난달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진료 상담을 받던 환자 A 씨가 의사를 흉기로 휘둘러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폭력 환자에 무방비하게 노출된 의료진의 안전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경찰은 의사에 흉기를 휘두른 A 씨에게 살인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한 상태다.
의료진이 폭력 환자로부터 위협받는 일은 꾸준히 있어 왔다. 지난해 10월에는 전남 목포시 한 병원 응급실에서 만취 상태의 환자가 의사와 간호사를 폭행한 일이 있었다. 같은 해 11월에는 술에 취한 채로 응급실에 온 경찰관이 물을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의료진을 폭행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같은 해 9월에는 술과 수면제를 과다 복용한 환자가 처치 도중 1년 차 여성 전공의의 뺨을 때리고 간호사를 발로 차는 사건이 발생했다.
실제로 의료 방해 행위로 신고·고소된 건수는 매년 증가 추세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17년 한 해 응급의료 방해행위로 신고가 접수된 사례는 2016년 570여 건에 이어 지난해 890여 건에 달했다. 2017년 한 해 응급의료 방해행위 신고 총 890여 건 중 무려 40.8%(365건)이 폭행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응급의료 방해행위 신고현황의 67.6%가 가해자가 주취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정신병원 의료진의 경우 94%가 환자로부터 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는 걸로 나타났다.
의료진에 대한 폭행 사건이 꾸준한데도 처벌에 미온적이라는 비판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2017년에 응급의료 방해행위로 신고된 사건 890여 건 중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받은 것으로 확인된 사례는 약 3.3%인 27건에 불과했다. 또 처벌 자체를 받지 않은 가해자는 214건으로 전체 사건의 24%를 차지했다.
1월부터 응급실에서 의료진을 폭행해 다치게 한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상 1억 원 이하 벌금형, 중상해를 입히면, 3년 이상 유기징역형을 받게 된다. 또 의료진이 사망하면,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처벌 기준이 강화됐다.
하지만 이번 ‘신경정신과 의사 피살’ 사건으로 응급실뿐만 아니라 진료실 등 병원 내 모든 곳에서 안전대책이 절실하다는 주장이 제기된 상황이다.
해외 선진국의 경우 영국은 의료진을 향해 폭력을 행사할 경우 벌금 없이 바로 징역형에 처하게 하며, 싱가포르는 의료진을 향한 폭력사태에 대비해 응급실에 경찰 초소를 마련하고 있다.
한편, 대한의사협회는 ‘신경정신과 의사 피살 사건’과 관련해 정신질환자를 향한 사회적 편견이 조장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다. 2일 의협은 입장문을 내고 “이번 사건이 피의자의 정신질환에서 비롯된 것인지는 아직 전혀 밝혀진 바가 없다”며 “이번 사건이 정신질환자에 대한 막연한 오해나 사회적 편견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의협은 “수사당국의 피의자의 범행동기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정밀한 정신건강의학적 감정을 함께 요구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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