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 부부’가 맞이하는 2019년은 어떨까?

[이뉴스코리아 심건호 기자·전세훈 기자·손은경 기자]

#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언제 빠져나갈지도 모르는데 계속 들어가야 하나 그런 생각도 들고 제일 힘든 것은 계속해야 하나…” (ebs ‘다큐멘터리-7요일’ ‘너를 만나는 그날까지’ 편에 출연한 난임 시술자 A씨의 전언)

한국이 저출산의 늪에 빠졌다. 통계청이 지난달 28일 발표한 ‘인구동향’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 합계출산율은 0.95명으로 역대 최저수준으로 집계됐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인 OECD 국가 중에도 꼴지 수준이다. 2016년 기준 OECD 회원국의 합계 출산율은 평균 1.68명인데 반해 한국은 1.17명으로 평균을 밑돌아 초저출산국으로 분류됐다.

초저출산 국가인 대한민국에서도 아이를 갖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난임부부’다. 난임은 자연임신이 어려운 상태로 국내서는 적지 않는 부부가 난임으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다.

▲ 난임 환자 절반 이상이 우울감 느껴

난임 환자들은 60% 이상이 우울감을 느낄 만큼 정신적 스트레스에도 취약하다. 국내서는 2010년 이후부터 매년 약 20만 명 이상이 난임으로 진단되며, 난임 여성들은 죄책감, 분노, 조급함, 무가치함, 서러움 등의 정서적 고통과 상실감으로 정신적 고통이나 사회생활에서의 위축을 겪고 있다.

(사진=kbs ‘취재파일k’, ‘난임, 그들만의 고통’ 캡처)

‘2015∼ 2016년도 난임부부 지원사업 결과분석 및 평가’ 자료에 따르면 체외수정 시술경험 여성의 정신적․심리적 고통요인을 설문조사한 결과, 정신적 고통과 고립감·우울감을 경험한 비율이 86.7%로 심각한 수준이며, 자살을 생각해본 경험이 있었던 경우도 응답자의 26.7%에 달했다.

중앙 난임·우울증 상담센터 최안나 센터장은 “매년 약 20만 명 이상이 난임으로 진단되며 이 중 약 60%이상이 고립 및 우울감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전했다.

▲ 임신 어려움에도 불구…태어나는 아기 100명 중 6명은 난임시술 통해 태어나

‘애 안 낳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도 아이를 원하는 난임부부들의 노력은 지속되고 있는데, 이는 매년 난임부부 사이에서 태어나는 신생아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자료를 통해 알 수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명연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올해 6월까지 난임 부부가 난임 시술을 통해 출산한 신생아 수는 10만 329명이다.

난임 시술을 통해 태어난 아이 수(자료:보건복지부)

우리나라 전체 신생아 중 난임 시술을 통해 태어난 신생아 수의 비율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한해동안 난임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신생아 수는 2만 854명으로 이는 작년 우리나라 전체 신생아 수 35만 7771명의 약 5.8%를 차지한다.

저출산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자리잡은 상황에서 난임 시술 신생아의 비율이 매년 꾸준히 증가하는 것은 가뭄의 단비다. 이에 난임부부 지원사업을 통해 저출산 극복 효과를 봐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 경제적 부담에 대한 압박감…정부 지원 절실한 ‘난임부부’

난임부부가 증가함에 따라 정부는 지난 2006년부터 난임부부를 대상으로 ‘시술비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는 소득에 관계없이 모든 난임 부부에게 시술 총 10회(체외수정 7회, 인공수정 3회)에 한해 건강보험이 적용됐다.

그러나 난임시술은 한번에 성공하기 어려워 주기적으로 시술을 반복해야 하기 때문에 난임부부가 갖는 경제적 부담은 적잖다. 국회 보건복지위 오제세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주요 난임 시술별 예상 평균본인부담액은 건강보험 적용 후 회차 별로 체외수정은 (신선배아 102만원, 동결배아 114만원), 인공수정 24만원이다.

정부의 난임 지원책(사진=심건호 기자)

그러나 건강보험 횟수를 모두 소진하게 되면 부담 비용이 체외수정(신선배아 359만원, 동결배아 130만원), 인공수정 70만원으로 크게 늘어난다. 이에 정부에서 난임부부의 시술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 2019년, 정부의 난임치료 정책은?

정부가 발표한 ‘저출산 고령화 사회 대비 로드맵’은 최근 비혼, 만혼 추세를 고려해 난임 지원을 확대한다는 내용을 포함한다. 난임 건강보험 본인 부담 비율 30%를 낮추고, 건강보험 적용 연령도 만 45세 미만에서 확대할 계획이다.

또 난임 시술비 지원받는 대상의 소득을 ‘기준 중위소득’ 130% 이하에서 180% 이하로 확대된다. 더불어 신선배아 체외수정 시술비를 회당 최대 50만 원 씩 4회까지 지원하던 것을 내년부터 신선배아 체외수정 4회, 동결배아 체외수정 3회, 인공수정 3회 등 총 10회로 늘린다.

국회 국회예산결산위원회 위원인 바른미래당 최도자 의원실은 2019년 정부 예산에서 난임지원 사업의 예산이 당초 정부안보다 173.4억원이 증액되어 확정됐음을 언론을 통해 전했다.

내년 예산에서 난임시술비 지원은 171.4억원, 난임치료 지원제도 발전방안 연구용역은 2억원이 증액되어 정부안 100.4억원이었던 모자보건사업의 총 규모는 273.8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오는 2020년 예산안 심의 전까지 난임치료 확대를 위한 지원제도 발전방안을 마련해 향후 관련사업을 확장시킬 수 있는 체계적인 기반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출산연령의 증가를 고려한 정부의 난임치료 지원책만으로는 난임부부가 짊어진 짐을 덜어주는데 한계가 있음을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지난 11일 개최된 ‘한의약 난임 치료사업 제도화를 위한 토론회’에서 자유한국당 이주연 의원은 “난임 지원에 한의학과 양의학의 차별이 없어야 한다”라고 전하며 난임 부부 출산지원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정부 주도화의 진행시켜야 할 필요성이 있음을 강조했다.

▲ 여야, “난임치료 정책 확대해야”

여야는 난임치료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자유한국당은 ‘2019 국민희망 진짜 예산’ 발표를 통해 현재 건강보험료 비급여 항목에만 지원되는 난임치료 지원을 건강보험료 본인부담금 지원으로 확대하고, 신선배아 4회에 그치던 지원항목을 최대 10회(동결배아 3회), 인공수정 3회, 추가하는 방안으로 확대 추진하는 사업예상안을 공개했다.

(사진=자유한국당)

지난 13일 사실혼 부부 난임치료 지원을 위해 ‘모자 보건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더불어 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한해동안 병원을 찾는 난임부부가 20만명이 넘고 지난해 10월부터 난임치료에 대해 건강보험이 적용됐지만, 혼인상태의 부부 이외에 사실혼 관계의 부부에 대해서는 건강보험이 적용도지 않아 난임극복 지원대상에서 배제하고 있다”고 전했다.

난임치료의 필요 횟수, 금액에만 지원정책이 국한될 것이 아닌 지원 대상의 폭넓은 적용이 필요하다고 본 입법 취지에 대해서는 “난임 정의상의 부부에 사실혼 관계에 있는 경우를 포함하도록 명확히 규정함으로써, 사실혼 부부에게 난임치료를 위한 시술비 등을 지원하는 등 보다 적극적이고 폭 넒은 난임 극복 지원사업을 실시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 난임부부를 위한 지자체별 지원정책은?

난임부부를 위한 지자체별 지원이 시행되고 있다(사진=전세훈 기자)

정부의 난임극복 지원정책과 더불어 각 지자체에서는 추가적인 지원정책을 각 조례를 통해 지원하고 있다.

서울특별시 성동, 은평, 노원, 금천 등 4개 구에서 올해 5월부터 한의약 난임치료 지원 사업을 시범적으로 운영했다. 이밖에 강서구의회에서 한의난임치료 지원 조례안이 통과되면서 강서구에 거주하는 만 44세 이하 법적 부부는 일정한 선정절차를 거쳐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한의난임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경기도 역시 2017년 난임부부한의원 지원 시범사업을 통해 자체적인 지원사업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충청남도 금산군과 청양군, 논산시, 공주시 등도 올해 난임부부 한방치료비 지원대상자를 모집하며 난임 치료 지원 사업을 진행했다.

충북 충주시에서는 난임부부에게 정부지원 사업에서 제외되는 각종 진료항목을 고려해 의료비 체외수정 1회 50만원, 인공수정 1회 20만원 등 각각 최대 3회까지 추가로 지원하는 내용의 ‘충주시 출산장려금 등 지원에 관한 조례’를 개정했음을 전하며 난임부부에 대한 지원 사업을 이어나갈 계획임을 밝혔다.

전남에서는 난임·우울증 상담센터를 개소해 난임부부와 임산부, 가임여성을 상대로 건강 정보를 제공하고 전문의료진과 상담전문가, 간호사 등을 센터해 배치해 난임 진단과 상담, 치료를 한 곳에서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전남 영광에서는 난임부부에게 본임부담금 중 체외수정 1회당 최대 70만원, 인공수정 1회당 20만원을 지원한다. 충남 청양군은 난임 부부의 임신성공을 높이고 경제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침, 뜸, 한약 등으로 임신을 유도하는 한방치료비를 최대 150만원까지 지원한다.

남원시에서는 난임부부 시술지 지원사업을 확대한다. 만 44세 이하 여성이 있는 가정을 대상으로 기준 중위소득 180% 이하 까지 지원하며, 지원횟수도 4회에서 10회로 확대 지원된다. 지원항목으로 비급여 및 전액본인부담금만 지원됐던 것이 일부본인부담금까지 포함돼 1회 최대한도 50만원 이내에서 지원된다. 시술방법은 신선배아 4회, 동결배아 3회, 인공수정 3회다.

임실군에서는 저소득층 난임부부에게 최대 4회까지 회당 50만원의 수술비를 지원한다. 익산시는 한의 난임치료비 지원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울산 울주군에서는 ‘맘(mom)편한 임신·출산 행복 울주’를 시행한다. 난임 부부 인공수정 또는 체외수정 시술을 하는 모든 경우에 소득기준 상관없이 난임 시술 완료일까지 교통비를 지원한다. 난임 부부 진료 교통비 1회당 5만원씩 최대 10회 지원한다.

▲ 해외의 난임 지원 정책은?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에 “난임의 고통을 개인과 가족에게 전가할 수는 없다. 프랑스나 독일처럼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공공난임센터 설립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우리나라에는 난임 관련 진료를 보장 받을 수 있는 보험 상품이 전무하다. 일본 등 해외의 경우 정책적 지원을 발판으로 난임 관련 보험상품이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일본은 연 소득 730만엔 이하 가구에 시술당 400만~510만원 정도를 준다. 결혼하지 않았더라도 사실혼 관계만 입증하면 다양한 난임치료 시술비를 지원한다. 또 일본 금융청이 2016년부터 난임치료 보험상품개발 규제 해소를 통해 관련 보험상품이 다양하게 출시 될 수 있도록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불임치료에 대한 보험인수가 허용되면서 관련 상품이 줄줄이 출시됐다.

출산이나 특정 불임 치료에 대한 의료비 보장을 특약 형태로 취급하는 상품을 2016년 10월에 출시해 판매 중이다. 도쿄해상의 경우 단체보험상품으로 난임 보상보험을 만들었는데, 남성불임 치료도 보상 대상에 포함시켜 보상을 확대한 것이 특징이다.

해외에서는 국내와 다른 난임지원 정책이 펼쳐지고 있다(사진=BBC 캡처)

미국에서는 단체보험을 중심으로 난임 보장이 이뤄지고 있다. 뉴욕, 캘리포니아 등 15개 주에서 난임치료보험을 민영 단체의료보험 형태로 운영중이며 난임진단과 진단목적 검사, 투약 등을 보장한다. 시험관 시술도 제한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다.

임신과 출산관련 의료 서비스를 지원하는 ‘출산금융’ 상품을 통해 체외수정 시술 등을 보장하는 점도 눈에 띈다. 11개 주에서는 배아 이식을 통한 대리모 출산을 허용해 대리모 임신을 통한 출산도 이루어지고 있다. 일부 기업에서는 직원들에게 난임 관련 시술이나 비용을 지원하는 곳도 있다.

강성호ㆍ김동겸 보험연구원 연구원은 “선진국 사례에서 보듯 정부의 정책적 지원 하에 민영보험 역할을 강화하고, 저출산 문제를 해소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랍에미리트(UAE) 정부는 난임 시술의 경우 세 차례 해외 의료기관 치료비와 체류비를 전액 지원한다. 지난 4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온 한 부부는 UAE 정부의 국비지원 제도를 신청해 우리나라에 와 시험관 아기 시술을 통해 두 아들을 얻었다.

프랑스는 인공수정 6회, 시험관 4회 시술에 100% 비용을 지원한다. 독일은 인공수정 6회, 시험관 3회에 50%를 지원한다. 노르웨이, 스웨덴, 스페인은 난임 치료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여성 나이에 제한이 없으며, 이탈리아, 핀란드, 호주는 정부가 지원하는 인공수정 시술 횟수 제한이 없다.

▲ 기자 코멘터리

손은경 기자 : 내년 난임지원 사업 예산이 정부안보다 173억4000만원 증액되어 확정됐다고 한다. 반가운 소식이다. 만혼 추세가 지속된다면 난임환자는 꾸준히 증가할 것이다. 그렇다면 저출산 문제도 심각해진다. 정부는 장기적 관점에서 난임 지원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해결에 나서야 한다.

심건호 기자 : 해외에서 국내 의료기관으로 난임진료 및 치료를 받으러 올 만큼 난임치료에 관한 국내 의료기술은 상당한 수준으로 보인다. 특히나 정부의 지원 테두리 밖에 있는 난임부부는 N중고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난임부부의 희망의 끈이 끊기지 않도록 정부는 난임부부를 위한 다방면적인 정책을 시행하고 혜택을 누릴 수 있는 테두리를 넓혀야 하지 않을까.

전세훈 기자 : 그동안 국내 난임 치료를 위한 지원정책 발표로 인해 많은 난임 환자들이 희망과 혼란스런 감정을 동시에 느꼈다. 아이를 갖기위해 피나는 노력을 하는 난임부부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도와주는 방법이, 다양하고 현실적인 제도가 아닌 그저 출산장려에만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출산만이 목적이 아닌 난임 부부에게 맞는 한방, 양방 가리지 않는 다양한 지원정책과,난임 부부들과의 대화를 통해 현장에서 답을 찾고 정책을 조정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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