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최저 임금제도가 대폭 수정되면서 노동자들의 권익이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야근 시간 단축으로 인한 임금삭감과 근무 조정은 추가 수당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는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처럼 모두가 좋아할지 알았던 최저임금제도 조차 그 속을 정확하게 확인해보면 찬반이 갈리는 것이 현실이다.
본격적으로 무더운 날씨가 찾아오면서 여름 휴가시즌이 찾아왔다. 이에 사내 직원들은 나름대로 여름휴가 계획을 세우거나 휴식을 계획하기도 한다. 어떤 사업장은 일괄적으로 여름휴가를 위하여 업무를 멈추거나 개별적인 휴가일정을 배려해준다. 다가오는 여름휴가 시즌, 여름휴가는 의무사항일까? 여름휴가의 성격은 무엇일까? 라는 의문에 대하여 한번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휴가는 필요하다. 하지만 의무사항은 아니다.
가장 먼저 확인 해보아야 할 것은 나라에서 지정한 법은 어떤 기준을 갖고 있느냐 이다.
나라에서 지정한 근로기준법에는 계속근로기간이 만 1년이 지난 근로자에게 15일의 ‘법정’, ‘유급’, 연차휴가를 부여하도록 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제60조 제1항)
연차휴가의 사용 시기 및 사용 기간은 근로자의 자유의사에 맡겨져 있고, 여름에 사용하든 겨울에 사용하든 별도의 시기는 정해져 있지 않으므로 근로자가 정하면 된다. 다만, 휴가사용으로 사업운영에 지장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면 사업주는 휴가 사용 시기를 조정, 즉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노동자가 언제든지 휴가를 신청 할 수 있으나 사업주가 그 일정을 거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사업주가 휴가 시기를 조정, 거부 할 수 있다는 것은 모든 노동자들이 자신들이 원하는 시기에 맞춰 휴가를 활용하지 못하고, 상사 혹은 선배의 눈치를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시장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노동법, 이제는 바뀌어야
헌법은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진다.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고 하여 노동권을 명시하고 있다. 이는 비단 노동자들이 인간적 대우를 받으면서 노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고용주와 노동자간의 힘의 불균형을 억제하고 집단적 권리를 내세우기 힘든 소수 노동자들의 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영세사업장에서는 지켜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4인 이하 사업장의 노동자에게는 근로기준법 중 임금, 근무시간 및 휴일, 해고에 관한 주요 규정, 즉 노동조건에 관한 주요 규정들이 적용되지 않는다. 연차휴가가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여름휴가를 떠날 수도 없다. 위의 법 조항으로 명시된 사항은 대기업, 공공기업에서 밖에 지켜지지 않는 것이 현 대한민국 노동계의 현실이다.
과거 4인 이하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 제외에 관해서 헌법재판소는 합헌이라고 판단하면서 ‘소규모 사업장의 열악한 현실’을 언급하였다. 이는 1953년, 처음 근로기준법이 개정 된 이래 적용 범위에 변동을 거쳐 1998년에 지금의 제도로 자리를 잡았다. 그 당시의 4인 이하의 사업장과 지금의 사업장은 매우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벌써 20년의 세월이 흘렀다. 예를 들어 4인 이하의 병원, IT업체, 서비스직의 경우 일반 생산직과 다르게 매우 큰 수익을 창출해 나갈 수 있다. 이들은 단순 노동직이 아니고 고급 인력에 속한다. 다만, 사업장의 규모가 작아 4인 이상의 직원이 불필요한 곳에서 근무할 뿐이다. 이들은 충분한 능력을 갖추었으며, 휴식을 보장받을 권리를 갖추었음에도 단지 ‘4인 이하’라는 단어 때문에 아이러니하게 법의 보호망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제대로 된 근로자의 권리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법만 바뀔 수 없는 상황, 사업주와 노동자가 함께 나아가야
노동기본권의 적용 범위는 고정된 원칙이 아니다. 시대가 변화하여 기술이 발전하고 새로운 가치관에 따라 시대마다 올바른 법이 탄생한다. 과거 경기 침체와 고용 불안정 속에서 그 틀을 이루었던 노동 기본권은 이제 수십 년이 지난 지금 노동자들의 권리와 사회적 보장을 원하는 흐름으로 변화해 가고 있다.
사업주는 과거의 낡은 법에 보호를 받으면서 자신의 수익성만을 바라본다면 결코 존경 받지 못할 것이다.
노동자의 경우 변화해 가는 시대의 흐름에 편승하여 자시만의 편의성을 생각한다면 경쟁 사회속에서 도태될 것이다.
사업주와 노동자는 공존할 수밖에 없다. 서로의 의견을 듣기 시작하고 자신의 주장을 조금 줄인다면 앞으로 더욱 오랜 시간 함께 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