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코리아 손은경 기자] 19일 개봉한 작품 <판타스틱 우먼>은 연인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용의자로 몰리게 된 트랜스젠더 ‘마리나’가 슬픔을 딛고 세상의 의심과 편견에 맞서 자신을 지키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중년 여성의 섹슈얼리티와 고독, 희망을 섬세히 그려내며 여성 관객들로부터 깊은 공감을 이끌어낸 영화 <글로리아>의 세바스찬 렐리오 감독과 칠레 최초 트랜스젠더 배우 다니엘라 베가의 만남으로 일찍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영화는 연인을 잃은 트랜스젠더 ‘마리나’의 용기 있는 여정을 진정성 있게 그려내며 전 세계 관객들에게 담담하지만 강렬한 울림을 전하고 있다. 여기에 제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각본상 포함 3관왕은 물론, 제90회 아카데미시상식 외국어영화상까지 수상하며 예비 관객들의 기대감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이번 ‘문화 eNew’에서는 오프닝 시퀀스부터 엔딩 크레딧까지 이중 <판타스틱 우먼>이 공개한 명장면 BEST 3 비하인드 스토리를 소개한다.
△ <판타스틱 우먼> 오프닝 시퀀스 ‘이과수 폭포’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의 경계에 위치한 이과수 폭포는 주인공 마리나와 그녀의 연인 오를란도의 관계를 설명하는 중요한 단서다. 마리나의 생일을 맞아 오를란도는 그녀에게 이과수 폭포 여행권 2장을 선물하려 하지만, 티켓의 행방을 알지 못한 채 그날 밤 갑자기 세상을 떠나고 만다. 그가 죽은 뒤 홀로 남겨진 마리나가 과연 이과수로 가는 티켓을 찾을 수 있을지 관객들의 궁금증을 자아낸다.
△ 버스트 키튼 감독 작품 <스팀 보트 빌 주니어>(1928) 재현
사랑하는 연인 오를란도를 잃고 그를 애도할 틈 없이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용의선 상에 오른 마리나는 그의 가족들로부터 장례식 참석을 거부 당한다. 뿐만 아니라, 성범죄팀 형사의 강압적 추궁 속 수치심마저 느끼는 그녀에게는 어느 곳 하나 기댈 곳 없다.
슬픔과 외로움, 고통으로 가득 찬 그녀의 삶은 거리를 거닐던 그녀가 강풍을 마주하는 장면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진다. 중력을 거스른 채 앞으로 끝없이 기울어지는 그녀의 모습은 슬랩스틱 코미디의 거장 버스트 키튼 감독의 <스팀 보트 빌 주니어>(1928)의 한 장면에서 영감을 얻어 연출됐다. 판타지와 현실을 오가며 그녀의 심리를 대변하는 세바스찬 렐리오 감독의 독창적 연출은 관객들에게 잊을 수 없는 여운을 남긴다.
△ 정체성을 묘사하다
영화 속에는 주인공 마리나가 거울에 스스로를 비추는 장면이 자주 등장해 눈길을 사로잡는다. 특히, 거리를 거닐다 굴절된 거울에 자신의 모습을 비추는 장면은 많은 언론과 평단, 관객들로부터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히고 있다.
촬영 감독인 벤자민 에카자레타는 일반적이지 않은, 흔들리는 거울을 사용함으로써 마리나의 이미지를 더욱 굴절시켰다고 밝혔다.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는 “같은 모양으로 나타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만화경처럼, 거울에 비쳐 흔들리는 모습을 통해 그녀의 정체성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라고 설명해 관객들로부터 큰 공감을 이끌어냈다. 이처럼 날카롭지만 묵직한 메시지를 담은 영화는 관객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든다. [이뉴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