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코리아 손은경 기자] “마티니, 젓지 말고 흔들어서(Vodka martini, shaken, not stirred)”, 이보다 더 고집스런 대사가 있을까 싶다. 007 시리즈의 거의 모든 작품에서 제임스 본드는 ‘젓지 않고 흔들어서 만든 마티니’를 마신다.
007 시리즈의 주인공 제임스 본드는 극 중에서 첩보기관 SIS(MI-6)에 소속된 스파이로 등장한다. 그는 일명 관능적인 남자의 대명사이기도 하다. 그의 취미는 흡연과 음주. 특히 그는 ‘젓지 않고 흔들어서’ 제조한 보드카 마티니를 애정한다.
흔들어 만든 마티니와 젓어 만든 마티니 맛의 차이는? 사설에 따르면 흔들어 만든 마티니의 경우 공기가 녹아 기포가 생기므로 젓어 만든 마티니에 비해 맛이 좀 더 부드럽고 순해진다고 한다. 때문에 흔들어 만든 마티니의 맛이 별로라고 평하는 이들도 적잖다.
5년 전 영국에서는 애주가 제임스 본드를 두고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당시 CNN 보도에 따르면 영국 로얄더비병원 응급의료팀은 ‘브리티시 메디컬저널’에 제임스 본드의 주량과 관련된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본드가 등장한 소설을 토대로 그의 음주습관을 분석한 결과 제임스 본드의 일주일 주량은 의사들이 권고하는 수준의 4배 이상 되는 양이라고 한다.
당시 연구팀은 실제 사람이 그런 음주습관을 갖고 있었다면 암이나 우울증, 고혈압 등에 걸릴 위험이 높다고 밝혔다.
또 연구팀은 제임스 본드의 “보드카 마티니, 젓지 말고 흔들어서”(Vodca martini-shaken, not stirred)라는 유명한 대사도 본드의 건강상태를 암시한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책에 나온 것처럼 그의 음주 소비량이 과도하고 만성적이었다면 알콜 유발성 떨림 증상을 겪을 수 있는데, 그렇게 되면 본드 자신이 음료를 젓지 못했기 때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매력적인 스파이 제임스 본드도 반하게 만든 마티니는 어떤 술일까? 마니티는 칵테일의 한 종류로 진에 베르무트를 섞은 후 올리브로 장식한 무색투명한 칵테일이다. 향긋함이 특징이며 동시에 강한 쓴맛도 지니고 있다. 상당히 독한 칵테일로도 유명한데, 마티니의 알코올 도수는 약 34˚이다. 대개는 드라이 진과 드라이 베라무트의 비율을 3:1로 한다고 알려져 있다.
참고로 제임스 본드가 마시는 것은 진 마타니가 아닌 보드카 마티니이다. 보드카 마티니는 말 그대로 진 대신 보드카를 베이스로 사용한다.
또 상대적으로 오리지널 진 마티니가 버거운 사람들은 스위트 마티니를 마시기도 한다. 스위트 마티니는 드라이 베르무트 대신에 스위트 베르무트를 사용한 것으로 스윗한 맛이 살아있어 진 마티니에 비해 부담이 덜 된다고 한다.
제임스 본드처럼 거의 폭음에 가깝게 음주를 즐기는 것은 옳지 못하다. ‘적당히’라는 미학을 지켜야 술의 맛을 더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이번 주말, 제임스 본드처럼 ‘젓지 말고 흔들어서’ 만든 마티니 한잔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이뉴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