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코리아 손은경 기자] 서지현 검사의 미투 운동(Me Too, 나도 당했다)이 문화계까지 번졌다.
6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한 최영미 시인은 문단 내에 떠도는 성추문에 대해 폭로했다. 그는 문단 내 성폭력 문제에 대해 “첫 시집을 1994년에 내고 문단의 술자리에 많이 참석했는데, 그때 목격한 풍경은 놀라울 정도로 충격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단이 이런 곳인 줄 알았다면 여기 들어왔을까 싶다”라고 덧붙였다.
계간지 ‘황해문화’ 겨울호를 통해 발표한 시 “괴물”에 대해서는 “처음에 자신의 경험이나 사실을 기반해서 쓰려고 하더라도 약간 과장 되기도 하고 그 결과물로 나온 문학 작품은 현실과는 별개의 것”이라고 전했다.
시 “괴물”은 “En선생 옆에 안지 말라고/ 문단 초년생인 내게 K시인이 충고했다/ 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 K의 충고를 깜박 잊고 En선생 옆에 앉았다가/ Me too/ 동생에게 빌린 실크 정장 상의가 구겨졌다/ … / 괴물을 키운 뒤에 어떻게/ 괴물을 잡아야 하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날 최 시인은 “괴물” 속 En이라 칭한 당사자가 한 언론사를 통해 “그럴 의도가 없었지만, 오늘날에 비추어 희롱으로 규정된다면 잘못했다고 생각하고 뉘우친다”라고 전했다는 사실에 “구차한 변명”이라며 “그는 상습범이다. 여러 차례 많은 성추행과 성희롱을 목격했고 피해를 봤다. 피해자가 셀 수 없이 많다”고 단언했다.
또 최 시인은 “그런 문화를 방조하는 분위기, 묵인하는 분위기였다”며 “내가 그들의 성적인 요구를 거절해 복수한다면 그들은 한 두 명이 아니고 아주 여러 명이라는 것”이라고 폭로했다.
최영미 시인의 폭로 이후 류근 시인은 본인 페이스북에 “고은 시인의 성추행 문제가 ‘드디어’ 수면 위로 드러난 모양”이라며 “6~70년대부터 공공연했던 고은 시인의 손버릇, 몸버릇을 이제야 마치 처음 듣는 일이라는 듯 소스라치는 척하는 문인들과 언론의 반응이 놀랍다”고 전했다. 류근 시인은 En의 당사자를 ‘고은’이라고 폭로한 셈이다.
류 시인은 그러한 만행을 지켜보고도 ‘묵인하고 지지한 사람들’과 ‘성추행 당하는 행위조차 마땅해야 한다고 말한 이들’에게 모두 공범이라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서지현 검사와 최영미 시인의 용기 있는 미투 운동이 각 계 퍼져있던 성추행 문제를 수면위로 끌어올렸다. 동시에 그릇된 성문화를 목격하고도 방관 혹은 묵인하는 목격자에 대해 꼬집었다. 류근 시인은 ‘목격자는 공범’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성폭력 사건에 있어 우리 사회 내에는 아직까지 피해자는 위축, 가해자는 모른 척, 목격자는 외면하는 분위기가 만연하다. 피해자가 웅크린 사회는 옳지 못하며 침묵은 답이 아니다. [이뉴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