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은 87년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물고문을 받고 사망한 서울대 대학생 박종철 열사의 30주기가 있었다. 박종철 열사는 당시 수배중이었던 민주화 추진 위원회의 박종운의 후배였는데 박종운의 소재를 캐내기 위해서 하숙방에서 체포되어 남영동으로 끌려가 모진 고문을 받다 물 고문 도중 숨졌다. 경찰의 은폐로 묻힐뻔한 이 사건이 알려진건 다름 아닌 양심선언을 한 내부자들이 있었기 때문인데, 당시 박종철이 의식을 잃자 경찰은 인근의 중앙대 의대의 의사 오연상씨를 불렀고 오의사는 박종철의 사인이 물고문이란것을 확신하고 화장실에서 경찰 출입 기자에게 몰래 이 사실을 알린다. 이윽고 시신은 국과수로 운송되었고 국과수 담당관 황적준 박사역시 자신의 아들뻘인 박종철의 시신을 보고 경찰에 의한 물고문이라는 양심 선언을 하였다. 이를 계기로 국민들은 분노했고 이는 87년 개헌에 큰 도화선이 되었다.
이와 같은 내부자들은 진실의 문을 여는 오픈 게이트로서 동서양 가리지 않고 사회 발전을 위해 놀라운 폭로를 한다. 미국 역시 최근 CIA요원이었던 에드워드 스노든의 프리즘 프로젝트 폭로사건이라는 대형 사건이 터졌다.
인류의 운명을 걸고 싸운 세계2차대전, 나치를 비롯한 추축국과의 피할수 없는 대결에서 승리를 거둔 연합군, 그 중에서도 미국은 전쟁 승리에 대해 혜택을 가장 많이 받았고 명실상부 초강대국의 위치에 올라서게 된다. 이후 미국은 소련과의 기나긴 냉전 시대를 거쳤고 소련이 스스로 무너진 90년대 부터 미국은 사실상 세계의 경찰을 자처하며 세계구급 분쟁에서 각국의 배후를 조종하는 거대한 축으로 작동했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지 못했고 21세기가 시작된지 얼마되지않은 2001년, 미국의 심장 뉴욕을 공격한 9.11테러로 인해 미국은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미정부는 냉전을 거치며 해외에 널리 뻗쳤던 첩보 감시망,노하우를 자국 네트워크에 더욱 강화하게 되었다. 조지 부시 정부는 테러의 위험을 미리 차단한다는 미명하에 미 정부 산하의 수많은 정보국에 큰 권한과 예산을 편성했으며, 자유와 인권의 나라라고 불렸던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 앞에 제한없는 국민의 개인 정보 수집 범위와 애국자법이라는 무소불위의 집행법을 두고 연일 언론과 시민단체와 지루한 공방을 계속 이어갔다.
그러던 2013년 6월 10일 전직 CIA 요원인 에드워드 스노든(Edward Joseph Snowden)은 가디언지와 워싱턴 포스트지와의 인터뷰에서 미 정부와 전세계가 발칵 뒤집어질, 미 정부의 PRISM 프로젝트를 고발하게 된다.
1983년생인 에드워드 스노든은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전쟁에 이라크의 해방에 기여하고 싶다는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그린베레에 입대하여 이라크 전쟁에 참가한다. 하지만 미군이 이라크에서 벌인 행태는 그와의 생각과는 전혀 달랐고, 미군의 무자비한 민간인 학살과 약탈같은 범죄를 목격하며 회의감을 느끼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스노든은 심각한 부상을 당해 의병제대를 하게 되었고 미군당국은 스노든이 가진 IT기술을 살려보고자 그를 NSA로 이직시키고 NSA에서 CIA로 다시 이직하게 된다.
2007년 스노든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네트워크 포럼에 참석을 하게 되었고 이 과정에서 미 정보당국의 고위 아이디를 몇개 발급받아 프리즘 프로젝트의 정보를 열람하게 된다.
프리즘 프로젝트의 내용은 상당히 충격적이었는데 미 정보 당국은 그간 국민들의 전화번호, 휴대폰 번호, 이메일과 인터넷 아이디와 비밀번호는 물론 신용카드 정보,은행 계좌 정보까지 그 사람의 모든 데이터를 다 수집하고 있었고 심지어는 외국인들 그리고 미국의 우방이라 불린 유럽과 아시아등 각국의 고위 관료와 대통령,총리들까지도 도청,감청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소설 “1984”에 나왔던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존재 “빅브라더”의 역할을 자신이 몸담고 있던 집단이 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스노든은 홍콩으로 망명하여 이 사실들을 주요 언론사들과의 인터뷰로 폭로하게 된다.
미국 정부는 처음엔 스노든의 말을 일고의 가치도 없는 헛소리라며 부인했지만 스노든이 이를 예상이라도 한듯 빼 내온 자료를 일부 공개하자 키스 알렉산더 NSA 국장은 스노든을 “국가의 배신자” “간첩”이라며 사실상 도,감청을 한 사실을 시인했다. 하지만 그는 911테러와 같은 잠재적 대형 테러를 50건이상 미리 막아냈다는 말로 도,감청에 대한 정당성을 애써 변명하는데 그쳤다.
이후 미 당국의 강제 소환을 두려워한 스노든은 21개국에 망명요청을 하게 되었고 미국의 압력에 11개국은 그의 망명을 불허하였다. 하지만 미국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는 미국을 자극이라도 하듯 스노든의 망명을 임시로 허가 하였고, 이에 당황한 미국 언론들은 스노든을 깍아내리기 위한 여론전을 펼쳤다.(중국을 통해 러시아로 망명한 스노든의 행적을 두고 “스노든은 독재자를 좋아해”같은 민망한 제목의 기사까지 쓸 정도였다.)
2014년에 스노든은 프리즘 프로그램을 폭로한 공로로 언론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퓰리쳐상 공공 서비스” 부문을 수상하게 되었고 아직까지 미 정부와 신경전을 펼치며 망명중에도 폭로를 이어 가고 있다.
미 시민사회에서도 그가 간첩이 아니라 내부고발자라는 이유를 들어 그의 사면을 촉구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지만 사면을 허가해줄지에 대해선 회의적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더구나 온건파로 알려진 민주당의 오바마 정부 임기가 끝나고 다시 미국의 패권을 가져와야 한다고 부르짖는 공화당의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서 미 정부는 스노든과 같은 양심 선언자들에 대한 전방위적인 압박과 그에 대한 시민사회의 옹호여론에 더욱 부정적으로 대할 예정이다.
이 이야기는 2016년에 헐리웃에선 올리버 스톤 감독, 조셉 고든 래빗 주연의 “스노든”이란 제목의 영화로 제작이 되었다.
오래전부터 국가의 안보를 위한다는 명분하에 국가가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는 사건들은 외국에만 있었던것이 아니다. 이 땅에서도 군부독재 정권이 민주주의를 탄압하기 위해 수많은 국민들을 간첩으로 내몰아 무자비한 고문과 구타로 폐인을 만들거나 목숨을 잃게 만들었던 사실들이 존재했다. 앞에 소개했던 박종철 사건과 같은 무자비한 국가에 의한 폭력사건들을 국민들은 다들 아실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몇년전까지도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으로 하여금 아직까지도 간첩조작,북풍을 조장한 사건들을 보면 아직도 이 땅의 더러운 정치권력 집단은 안보를 핑계삼아 정확한 증거나 사안없이 개인을 언제 또 간첩으로 몰아 내세울지 모르는 일이다. 항상 그럴떄마다 용기있는 사람들의 내부고발로 하여금 사건의 진상이 드러났고 사회는 발전해왔다. 이런 사건들은 매번 시민 공동체 사회에 큰 물음을 던지게 만든다. 과연 국가란 무엇인가? 개개인이 모인 사회가 국가라면 자유와 권리를 국가가 억압해도 좋은것인가?국가 보안법 이라는 귀에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로 쓰이고 있는 법이 아직 이 땅에 숨쉬고 있고, 북한이라는 나라와 휴전상태인 한반도에서, 그 해답은 아마 영원히 풀지못할 숙제로 남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애국자들은 항상 조국을 위해 죽는 것을 떠벌리지만, 조국을 위해 죽이는 것은 말하지 않는다.
Patriots always talk of dying for their country but never of killing for their country.
-버트런드 러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