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워크레인 사고 예방을 위한 정부합동 안전대책이 발표된지 불과 한달도 채 되지 않아 지난 9일 용인시 기흥구 고매동 물류센터 공사현장에서 타워크레인 사상 사고가 났다. 이 사고로 트레인에서 작업중이던 근로자 7명이 추락했으며 그중 3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올해 들어 타워크레인 사고로 숨진 근로자는 모두 17명이다. 정부까지 나서 정부합동 안전대책을 촉구하며 타워크레인 등록 단계부터 해체 단계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 사고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고 전언했지만 잇따른 사고로 보아 해당 대책이 현장에서 잘 시행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지난 10일에는 타워크레인 붕괴 직전 크레인이 움직였다는 목격자의 진술이 나온 상태다. 타워크레인 인상 작업 도중에는 크레인을 움직이지 않는 것이 원칙인데 크레인 트롤리가 움직였다는 것이다. 트롤리는 물건을 수평으로 옮길 때 사용되는 장치로 사건 당일처럼 크레인 높이 조정하는 작업을 할 때는 움직이지 않아야 한다. 인상작업 도중 트롤리를 움직이면 자칫 무게 중심이 바뀌어 크레인이 균형을 잃어 쓰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타워크레인 기사의 과실 여부를 확인하고 있는 중이지만 해당 운전자 역시 중상을 입은 관계로 사실 여부 파악은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해당 사건이 애초에 예고된 인재라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크레인 작업 투입 전에는 안전 예방 교육을 받는 것이 원칙이지만 작업자와 교육 이수자 명단이 달랐으며 타워크레인 기사와 해체 작업자 사이에서 원활한 피드백이 오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원칙대로라면 타워크레인 작업 안전관리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작업감독자를 선임해 설치·해체·상승 작업 시 동승해 작업절차 준수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허나 현장에서는 기사와 감독자와의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이며 현장소장 역시 현장에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말’뿐인 안전대책에 대한 허실이 여실히 드러나는 부분이며 효율성에 대한 의문을 야기시키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올해 타워크레인 사고로 사망한 이 모두가 하청업체 직원이었다는 점에서 열악한 하청노동자들의 업무환경에 대해 다시금 짚어봐야할 때가 아닌가 싶다. 지난 10월 의정부 타워크레인 때와 마찬가지로 현장에서 관리 감독의 역할이 체계적이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시일내에 공사를 마치기 위해 ‘빨리빨리’식의 업무 지시도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청업체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고려해 정부는 원청의 안전관리 소홀로 사고 발생 시 처벌을 강화하고, 임대업체는 장비결함으로 사고발생 시 단계별로 제재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했으나 원청에 수개월동안 영업정지를 하거나 벌금형에 그쳐 사실상 처벌 수위가 약하다는 허점이 있다.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서 근로자의 안전은 누구도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정부가 제시한 안전대책 방안을 토대로 현장에서 조금더 체계적으로 작업을 이행했더라면 대형 사상사고를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비용 절감, 고수익 창출, 많은 일감 따내기 등의 간접적인 이유로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노동자의 안전이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민간 업체가 아닌 정부 국가기관이 확실히 나서서 기기 안전검사 및 현장 안전 관리, 감독에 대한 정밀검사를 강화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