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현지시각) 호주 연방검찰은 ‘20일 호주 북부 다윈에서 27세 한국인 여성을 체포해 아동 착취물 제작 혐의로 기소’했다고 전했다. 해당 한국인 여성이 체포된 경위는 앞선 19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19일 남성혐오 인터넷 커뮤니티 일명 ‘워마드’에는 호주에 거주하고 있는 20대 여성이 게시판에 남자 아이를 성폭행했다는 자랑조의 글이 기재됐다. 글쓴이는 자신이 돌보는 고용주의 아들에게 수면제를 탄 음료를 먹여 성폭행했다는 글과 함께 주스에 하얀 가루를 타는 장면, 남자 어린이가 잠들어 있는 장면 등 동영상 캡처본을 7장 올렸다.
해당 글에 달린 워마드 회원들의 댓글도 가히 충격이었다. “부럽다”, “메일 주소를 남길 테니 동영상 원본을 공유해달라”는 의견이 많았다. ‘워마드 아동 강간’ 사건에 대한 정확한 사실 여부는 호주 경찰의 수사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지만 ‘아동 성폭행’을 아무렇지 않게 조롱거리로 삼는 워마드 회원들의 반응은 누리꾼들의 분노를 사기에 충분했다.
더 나아가 워마드 운영자는 해당 사건을 두고 ‘누명과 오해’가 있었다고 전하며 워마드보다 더 질이 좋지 않는 남초 커뮤니티가 활성화되는 한 워마드도 문을 닫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운영자는 “남성 여론을 기반으로 한 근거 없는 편파 수사나 폐쇄에 대한 압박이 이루어진다면 변호사를 선임해 강력하게 대처하겠다”고 단언했다.
워마드가 말하는 ‘남성 여론’과 ‘미러링’은 무엇일까.
워마드가 말하는 ‘남성 여론’에 대해 이해하기에 앞서 워마드가 표방하는 ‘미러링’을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한다. 무의식적 모방 행위를 내포하고 있는 미러링은 마치 거울에 비춰본 듯한 ‘역지사지’의 의미를 담고 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방식이다. 워마드의 미러링은 본래 사회 내 퍼져있는 여성 혐오 문화를 고발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됐지만 근래에는 여성 혐오 문화에서 성별만 바꾼 채 남성 혐오 문화로 조장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남성’이라는 주체라면 어른, 아이할 것 없이 거의 무조건적으로 ‘원색적인 비난과 조롱’을 일삼는 것이다.
그렇다면 워마드가 도 넘은 미러링을 하게 된 배경에는 무엇이 있을까. 이는 여성혐오를 조장하는 일부 남초 커뮤니티를 토대로 되짚어볼 수 있다. 노골적인 여성 혐오로 누리꾼들의 질타를 받은 ‘일베’는 대표적인 극우 사이트이다. 일베 회원들은 대한민국 여성들을 일명 김치녀라 비하하며 삼일한(여자는 3일에 한 번씩 때려야 한다)과 같은 신조어를 사용해 여성 혐오를 거침없이 드러냈다. 일베 회원들이 보인 대표적 여성혐오 사건으로는 이화여대 피켓 시위가 있다. 당시 일베 회원은 위안부를 팔아먹은 돈으로 학교 키웠다고 표현하며 소금덩이 김치라는 여성 비하도 거침없이 내뱉었다. 그들은 위안부 할머니를 두고 원정녀라 모욕하기도 했다. 이처럼 일베가 조장한 여성 혐오 분위기는 심각할 정도이다.
워마드가 말하는 남성 여론이란 이렇듯 극단적인 여성 혐오를 내포하고 있는 집단이 아닐까 싶다. 혐오는 혐오를 낳고 성별로 양분화된 두 집단이 노골적인 방식으로 서로를 조롱하며 멸시하고 있는 분위기다.
잘못된 미러링 방법
페미니즘을 내세우며 여성혐오에 맞서 미러링을 시작한 워마드, 메갈리아와 같은 여초 커뮤니티에서 근래 들어 남성 혐오만을 표방하는 분위기가 만연하다. 여성 혐오의 심각성을 알리고 저지하기 위해 세상에 나섰지만 근래 모습을 보면 극단적인 여성 혐오를 조장했던 일베와 같은 동선을 따라가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혐오를 혐오로 대응하는 잘못된 미러링 방법이 적용된 것은 아닐까. 단지 여성이라, 단지 남성이라 혐오하는 분위기는 멈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