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0만 자영업자의 삶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장기화된 경기 불황에 매출 감소가 지속되고 빚과 임대료 부담마저 높아지면서 희망은 절망이 돼버렸다. 특히 음식점업 등의 경우 김영란법 여파와 조류인플루엔자(AI)로 인한 달걀값 급등이라는 직격탄을 맞아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다.
11일 한국은행의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자영업자의 소비지출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는 94로 한 달 전보다 4포인트 떨어져 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가계수입전망지수 역시 4포인트 감소한 89로 4년 만에 최저치다. 이는 자영업자의 경제활동이 심각하게 위축됐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즉 수입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도 하지 않으며 지출은 당연히 힘들다는 것이다.
자영업자의 암울한 현실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통계청의 ‘2016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5년 자영업자 가구 평균 소득 증가율은 1.2%로 임시·일용근로자(5.8%)나 상용근로자(2.1%)에 크게 못 미쳤다. 전체 자영업체의 21.2%는 한 달에 100만원도 채 벌지 못했다.
반면 빚은 크게 늘어 자영업자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만들었다. 한은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9월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액은 464조5000억원에 달한다. 특히 생계비 마련 등을 위한 가계대출이 14% 급증해 자영업자의 절박한 삶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이 같은 자영업자의 위기의 원인은 우선 경제불황이 장기화됨에 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1.25%까지 내리고 정부가 각종 예산을 편성해 경기부양에 나섰지만, 민간소비가 좀처럼 살아날 조짐이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가계 소득 증가세가 날로 주춤하고 기업은 각종 대내외 불확실성에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지 않는 상황도 악재다.
문제는 자영업자의 위기가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우선 작년 9월 말 시행된 김영란법과 AI사태는 내수 악화라는 불에 기름을 끼얹은 모양새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행정연구원의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식품접객업과 유통·농축수산·화훼업 등 업종의 사업체 40.5%가 김영란법 시행 이후 매출이 감소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AI파동의 여파도 만만치 않다. 대표적 자영업체인 치킨집은 파동 이후 닭 수급난과 매출감소라는 이중고에 처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정부와 지자체 등이 ‘생계난’에 처한 자영업자들을 위해 창업컨설팅, 금융지원 등을 포함한 다각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