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옥자> 속 거대 동물 옥자는 강원도에서 나고 자란 산골 소녀 미자의 둘도 없는 단짝 친구이다. 자연을 벗 삼아 평화롭게 지내던 둘은 어느 날 찾아온 글로벌 기업 ‘미란도’에 의해 이별을 맞는다. 옥자가 뉴욕으로 끌려갔다는 사실을 안 미자는 옥자를 되찾기 위해 먼 여정에 나선다.
영화 <옥자> 속에 등장하는 각각의 캐릭터들은 각자의 이권을 위해 옥자를 차지하려 애쓴다. ‘슈퍼돼지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 ‘미란도 코퍼레이션’의 CEO ‘루시 미란도’는 유전자조작에 의해 탄생한 옥자와 같은 종의 동물을 대량 생산해 돼지를 대체할만한 ‘맛있는 먹거리’로써 소비자에게 전파하려는 야욕을 가진 인물로 등장한다.
이밖에도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자 하는 동물학자 죠니, 동물을 학대하고 생명체를 야욕의 수단으로만 여기는 비인도적인 미란도 기업의 경영 방식을 파헤치려 옥자를 앞세워 작전을 수행하는 비밀 동물 보호 단체 ALF까지, 각자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옥자를 탐하는 인물들이 나온다.
미자는 자신의 친구 옥자를 찾기 위해 뉴욕까지 찾아가지만, 옥자를 둘러싼 이들 인물들에 의해 만남의 기회를 번번이 놓친다. 그러던 중 비밀 동물 보호 단체 ALF의 수장의 도움을 받고 옥자가 있는 공장으로 당도하지만, 옥자와 같은 슈퍼 돼지를 도축해 돼지고기로 가공해 생산하는 공장의 참혹한 모습을 보고 혼란에 휩싸인다. 영화속에는 전기총으로 옥자에게 머리를 겨누는 모습, 전기충격기로 폭력을 가하고 실험을 빌미로 잔인하게 옥자를 다루는 모습이 줄지어 등장한다.
영화 <옥자>는 당장 우리 주변에서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는 비윤리적인 공장식 도축을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봉준호 감독과 함께 감금틀 추방 10만인 서명운동을 벌인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역시 “<옥자> 속 미자에게 옥자는 동물을 고기 생산 공장으로 여기는 시스템과 맞서 싸워서라도 구해야만 할 가족이었습니다”라고 전하며 “하지만 우리들이 먹는 고기의 99% 동물을 평생토록 몸도 돌릴 수 없는 좁은 스톨에 가두어 키우는 공장식 축산에서 생산됩니다”라고 현실을 꼬집었다.
카라는 ‘오직 음식이 되기 위해 철저히 본능을 억압받으며 키워지는 천만 마리의 옥자들을 스톨로부터 해방시킬 10만인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이미 유럽연합을 시작으로 여러 나라에서 감금틀이 폐지되고 있는 실정이나 대한민국 법에는 돼지 스톨 등 감금틀 사육 금지가 명시되어 있지 않다.
그렇다고 한국이 공장식 축산을 지양하고자 하는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것은 아니다.
1994년부터 높은 수준의 동물복지 기준에 따라 인도적으로 동물을 사육하는 소·돼지·닭 농장을 대해 국가에서 인증하고 인증농장에서 생산되는 축산물에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마크’를 표시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영국과 같이 한국 역시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된 주요 취지는 공장식 축산을 넘어 지속가능한 축산으로써 농장 동물에 대한 복지 수준 향상을 추구하자는 것이다.
이는 과도하게 밀집되거나 열악한 환경에서는 소모성 질병 및 전염병 등으로 동물을 건강하게 기르기 어려워 쾌적한 환경에서 건강하게 동물을 길러 소비자에게 건강하고 안전한 축산물을 제공하자는 취지다.
이어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3일 복지축산농장 인증제를 강화해 공장식 축산업과 관련된 관리 역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동물의 보호와 복지 강화를 위한 개선사항이 포함된 것이다.
해당 인증제를 표시하기 위해서는 동물의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한 도살규정 준수와 도축장 운송 시 동물보호법에 따른 운송차량을 이용해야 한다.
복지축산농장 인증제를 강화한다고 해서 공장식 축산이 아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동물들의 고통을 줄일 수 있는 더 나은 인도적 축산, 도축법을 강구해야 하지 않을까.
영화 <옥자> 속 옥자와 마찬가지로 모든 동물은 고통을 느끼며 두려움을 기억한다. 동물보호시민단체에 카라에 따르면 “옥자와 같은 돼지들만 한국에서 연간 1천5백만 마리 도축되는 실정”이다. 해당 단체의 전언에 따라 “음식이기 이전에 지각력 있는 생명으로서 무수히 많은 농장동물들이 자본주의 축산 시스템 속에서 고통받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