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송가에서 졸혼에 대해 많이 다루고 있다. 졸혼은 일본의 작가 스기야마 유미코가 펴낸 소설에서 유래한 단어이다. 한자로 뜻을 풀이하면 혼인을 졸업했다는 뜻이다. 부부가 법적 이혼 없이 각자의 삶을 살기 때문에 화목한 별거에 가깝다고 긍정적 별거 라는 뜻 풀이도 누리꾼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서로의 삶에 간섭하지않고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졸혼은 이제 TV 프로그램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예능 프로그램과 드라마에서 실제 졸혼의 주인공이 등장하거나 가상의 졸혼 모습이 등장한다. KBS 2TV 예능프로그램 ‘살림하는 남자들2’에서는 아내에게 졸혼을 선언한 배우 백일섭이 나와 졸혼남의 황혼기 싱글 라이프를 보여주고 있다.
가족에 얽매인 평범한 노년 가장의 모습이 아닌, 자신이 삶의 중심이 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외에도 E채널의 ‘별거가 별거냐’와 MBN의 ‘졸혼수업’은 부부의 가상 별거를 담는다. 기대 이상의 화제를 모아 시즌2 방송도 확정지었다고 한다.
졸혼은 한 번 뿐인 인생, 즐기며 살겠다는 욜로(YOLO)족의 삶의 태도와 부합한다. 결혼에도 방학이 필요하다며, 잊고 있던 자신의 꿈을 이루며 보람차게 살겠다는 모습이 졸혼의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제작진은 별거나 이혼 조장이 아닌 부부 행복 지수를 높이기 위한 특별한 프로젝트라고 한다.
미국에서는 결혼 안식년이라며 재충전을 하자는 말이 나온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고령화 시대가 도래하면서 길어진 노후를 보내는 부부들은 각자 이루지 못한 꿈과 자아 실현을 위해서 자유롭게 나아가고 싶어 한다. 그래서 법률상 부부가 누릴 수 있는 장점을 누리면서, 신뢰를 바탕으로 서로를 존중하기에 안정감을 제공하고 자녀들에게 죄책감도 들지 않기에 졸혼을 선호하는 부분이 많다고 보고 있다.
졸혼을 동의하는 어떤 누리꾼은 충동적인 이혼을 예방하는 차원과 서로에 대한 가치를 재확인하는 시간이 될 수 있다며, 이혼의 임시방편이 아닌 건강한 결혼생활로 돌아가기 위해 회복하는 전환점의 역할을 해낸다면 긍정적이지 않느냐는 말을 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우려의 시선과 걱정을 보내기도 한다. 동거처럼 결혼 전에 살아보고 겪어보자 라는 삶의 형태가 가져온 부작용들에 대해서 너무 빠르게 잊은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있고, 법적으로 결혼한 상태에서 이혼한 것처럼 사는 것 아니냐는 말도 있다. 자유를 향한 삶의 형태가 가져올 부작용에 대해서 많은 이들이 외면하고 긍정적인 부분만 부각되고 있다는 의견도 상당하다.
졸혼에 대한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 같다. 지금은 TV 방송에 긍정적인 모습들이 나오지만, 분명 부작용과 폐해들이 나타날 것이다. 우선순위를 정하기 어려운 졸혼. 결혼에 졸업이 있는지. 가족이라는, 가정이라는 울타리가 이렇게 쉽게 변화할 수 있는지, 변화해도 되는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