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서울시는 들개 116마리를 포획했고 63마리를 살처분했다. 하지만 들개 수는 줄어들지 않았고 민원 역시 이어지고 있다.
과거 딩고(오스트레일리아 들개)와 같이 야생에서 살아가는 개를 우리는 ‘들개’라고 불러왔다. 하지만 대한민국 땅에 살고 있는 들개들은 더 이상 그런 종류의 들개가 아니다. 산속에서 여러 세대를 거치면서 야생화된 ‘유기견’을 지자체에서는 들개로 정의하고 있다.
대부분의 들개들이 사람이 키우다가 버린 중형견 이상의 개로 추정되는 가운데, 사람의 무책임한 행동에 의해 혹독하게 살아가는 이들을 위험하다는 이유만으로 포획해 살처분하는 일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사)동물보호시민단체(이하 카라)는 살처분 방식에 대해 오래전부터 문제제기 해왔다. 살처분 자체에 문제가 있기도 하지만, 아무리 살처분하더라도 중성화 수술이 돼 있지 않은 아이들이 계속해서 버려지면 새끼가 끊임없이 태어나기에 근본적이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카라의 의견이다.
10여 년 전 은평구 대규모 재개발 사업 시 버려진 개들이 북한산으로 유입되고 중성화 수술이 안 된 개들끼리 짝짓기를 하면서 들개의 개체 수가 증가했다.
이에 서울시와 카라는 들개 예방을 위해 북한산과 불암산 인근 재개발지역 거주 주민을 대상으로 반려동물 중성화 수술 지원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용산지역에 7월 중으로 ‘중성화센터’를 오픈할 예정이며 카라는 시범 지역 선정 및 지역 전수조사와 주민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
카라는 서울시 재개발지역을 사전 조사하여 시범지역으로 은평구 갈현동 300번지 일대(갈현1지역) 23만9247㎡, 은평구 불광동 245번지 일대(불광5지역) 11만7191㎡, 중계본동 중계동 30-3 일대(백사마을) 18만8900㎡ 등 세 곳을 선정했다. 세 곳은 모두 산(북한산, 불암산)과 인접해 있고 주택이 많은 곳으로 총 거주민은 4100여 가구로 조사됐다.
카라는 5월 29일부터 7일간 해당 지역의 전수조사를 통해 수술 대상 가구를 파악하고, 7월부터 중성화 수술이 집행되도록 보호자의 동의를 받는 작업을 하게 된다. 이 과정에는 주민설명회, 토론회 등이 동반되며, 이후에 마을공동체 사업에 동물보호 사업이 반영되도록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인간이 버린 이들의 삶을 책임지기 위해 특별한 보호시설도 필요하고 적극적 입양 활동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 카라 측 의견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문제이기에 가장 먼저 서울시는 반려동물 중성화 수술을 지원하는 것으로 들개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마련의 발판을 만드는 듯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