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때는 장래희망, 꿈이라는 말이 쉬웠다. 옆자리 짝궁은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 말했고 뒷자리에 앉은 남자아이는 비행기를 조종하는 파일럿이 되고 싶다고 말했었다. 그 당시에는 꿈을 그리기 위해서 이름 있는 학교를 졸업하고 스펙을 쌓을 필요가 없었다. 그저 하얀 도화지와 몇 가지 색이 있는 색연필, 크레파스만 있으면 우리는 자신이 원하는 꿈을 그릴 수 있었다.
청년 취업난이 이어지고 있는 시대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를 나와야 좋은 기업에 취직할 수 있고 좋은 기회를 얻어 원하는 기업에서 인턴 경험도 거쳐야 하며 해외연수까지 다녀와야 흔히 말하는 대기업에 취업할 가능성이 커진다. 자격증도 따야 하고 사회 경험도 있으면 좋으며, 면접 때 질문하는 내용에 대비해 또 공부해야 한다. 이러다 보면, 사실 왜 이렇게 아등바등 대기업에 취직하려고 하는지 의문이 들 때도 있다.
그렇게 눈을 돌려 주위를 보면, 대학교 문과를 졸업하고 치킨집을 차린 친구도 있고 부모님께 사업을 물려받아 사장님이 된 친구도 있다. 전공에 맞춰 이 일, 저 일 하다가 흔히 말하는 취집을 해 가정주부가 된 친구도 있고 청년창업에 눈을 돌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친구들도 있다. “꿈을 갖고 하고 싶은 것을 1~2년만 꾸준히 준비하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란 말을 누군가는 쉽게 말한다. 그렇지만 꿈이란 것은 어떻게 꿔야 하는 것일까.
알바몬의 조사 결과에 의하면 대학교 4학년을 다니는 752명에게 물었을 때 진로를 결정하지 못한 이들이 40%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진로를 결정했다고 답한 60% 중에서도 본인이 평소 생각하고 있었고 하고 싶었다고 생각한 일에 대해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다는 이들은 절반도 되지 않았고 대부분 아르바이트나 적성검사, 전공수업, 취업 강의 등 외부의 요인에 의해 진로를 결정했다고 응답했다.
알바몬과 잡코리아가 함께 조사한 다른 결과에 의하면 취준생 10명 중 7명이 취업을 위해 마구잡이 스펙을 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자신이 쌓는 스펙이 취업에 도움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 확신하지도 못한 채 대책 없이 스펙을 쌓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들 중 대부분은 “그냥 아무것도 없는 것보다 나을 것 같아 준비 중”이라고 답했다.
이렇게 막연하게 공부하고 준비해서 어느 정도 수준에 맞는 적당한 회사에 들어가 바라던 것보다는 조금은 모자란 월급을 받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에 익숙해지기 시작한다. 이런 이들 중 회사 우울증에 시달리는 이들도 있기 마련이다. 직급이 낮은 사원급에서 우울증을 경험한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나고 미래의 모습이 탄탄대로는 아니기에 불안하다고 대답한 직장인들이 많았다.
어떤 이들은 이들의 이런 모습을 그저 안타깝게만 바라본다. 그리고 꿈을 꾸라고 강요하곤 한다.
“차라리 장사를 해”, “나라면 회사 때려치우고 다른 곳으로 이직하겠어”, “너 하고 싶은 것을 찾아봐”
너무나도 어려운 고문이다. 안정감을 추구하는 삶 속에서 빠져나와 새로운 도전을 하는 일이 얼마나 두려운지 이들은 모른다. 남들과 같은 길 위에서 다른 사람들 속에 녹아 내 위치를 지키는 일이 힘들고 괴로울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 본인이 할 수 있는 최선임을 이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꿈, 새로운 도전? 다음 생에나 해볼 생각이다.
누군가에게는 번지점프를 하는 일이, 새로운 곳을 찾아 나서는 일이 행복하고 즐거운 일이고 멋진 일일 것이다. 하지만 다른 누군가는 익숙한 골목에서 내가 아는 가게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일이, 내가 알기에 좀 더 정확하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무언가를 시도하거나 도전하는 일보다 더 즐거운 일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의 교육은 사실 정체돼 있다. 교과서 속에 있는 지식을 그저 암기하고 교육하고 시험 보는 형식의 교육을 12년 이상, 대학원까지 가면 20년 이상 하게 된다. 그리고 실전 투입되는 신입사원에게 도대체 뭘 배워왔냐는 소리를 쉽게 하는 이들까지 있다.
이러한 사회 속에서 우리가 꿈꿀 수 있는 공간, 시간은 없다. 사실상 꿈이란, 정말 잠들고 나서야 꿀 수 있는 꿈이어야 어울리는 것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