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살면서 수많은 쓰레기를 만들어 낸다. 음식을 사고 내용물은 먹지만, 포장지는 버린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시더라도 커피는 다 먹고 컵은 버린다. 먹다 남은 음식물도 버리고 쓰다가 못 입게 된 옷이나 못 신게 된 신발도, 코를 푼 휴지도 더러운 곳을 닦은 물티슈도 버린다.
그렇기에 우리는 필요한 곳에 쓰레기통을 설치해야 하고 쓰레기처리장을 만들어 수많은 쓰레기를 처분해야만 한다. 쓰레기통이 없다면 우리는 쓰레기를 손으로 들고 다녀야 하고 버릴 곳을 못 찾아 방황할 것이다. 하지만 쓰레기통에 쓰레기를 버리는 것이 과연 쓰레기를 처리하는 바른 해결법일지는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일이다.
서울도시철도공사에서는 지난 2015년 4월부터 여자 및 장애인 화장실을 포함한 5~8호선 내 157개 전 역에서 ‘휴지통 없는 화장실’을 운영한다고 밝혔고 이를 2017년 4월까지 운영해오고 있다. 여성 및 장애인 화장실에는 휴지통을 없애는 대신 위생용품을 버릴 수 있는 전용수거함을 설치해 불편할 수 있는 부분을 최소화한 듯 보인다.
왜 쓰레기통을 없애야 했을까?
서울도시철도공사 측 관계자는 “쓰레기통이 있어서 냄새가 더 많이 난 부분이 있다. 위생상의 문제도 있지만, 쓰레기통에서 불이 난다거나 하는 안전사고 역시 휴지통을 없애야 하는 이유 중 하나였다”라고 말하며 “쓰레기통을 없애는 것의 불편한 점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휴지를 변기에 넣어도 잘 내려갈 수 있게 통수를 원활하게 유지하려고 노력해왔고 개선 시점부터 지금까지 꾸준한 보완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휴지통이 없다는 사실에 혹시 변기가 자주 막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의 눈길을 보내기도 했으나, 공사 측에서는 시행하기 전후의 자료 분석 비교를 통해 시행 전후 변기 막힘 현상의 다름이 없음을 증명한 바 있다.
이는 화장실 휴지통에만 해당하는 사항은 아닐 것이다. 길을 걷다 보면 길거리 곳곳에 쓰레기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대부분은 쓰레기통 속에 쓰레기가 얌전히 들어있지 않은 모습 또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쓰레기통을 없애고 싶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길거리에 쓰레기통이 없다면 사람들은 쓰레기통 주위에 쓰레기를 버리지 못하고 쓰레기를 버릴 수 있는 공간까지 쓰레기를 들고 갈 것이기에 길거리를 청결하게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공사에서는 이를 화장실 휴지통에 적용했고 실제로 5~8호선 내 화장실을 방문해보면 화장실 내부가 쓰레기통이 있는 곳보다 더 청결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쓰레기통이 없어지면 이를 관리하는 인력의 인건비를 절약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쓰레기통 설치비용 혹은 유지·보수 비용도 앞으로 절약될 것으로 판단된다.
길거리에 꼭 쓰레기더미가 쌓여 있을 필요가 있을까?
쓰레기통이 없다면 우리는 보다 깨끗한 길거리를 걸을 수 있을 것이다. 쓰레기통이 있다는 이유로 검은 봉지에 분리수거도 되지 않은 수많은 쓰레기를 담아 버리거나 그 주위에 작은 쓰레기들을 던지는 일도 없을 것이다. 물론,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어 쓰레기통 안에 제대로 된 쓰레기만 넣어준다면 그것만큼 좋은 일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많은 이들은 아직 준비되지 않은 듯 보인다. 그렇기에 쓰레기통이 없애는 일이 많은 이의 인식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고 더 나아가 깨끗한 길거리 환경을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