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 빠진 독에 물을 부으면 아무리 부어도 부어도 소용이 없다. 그래서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이 시대를 살아가는 대학생과 청년 계층은 밑 빠진 독에 물을 붓고 있는지도 모른다.
서울에 거주하는 A씨(27세)는 졸업을 유예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취업준비를 하고있다. 하지만 매달 빠져나가는 학자금대출 이자와 생활비로 인해 아르바이트 하는 시간을 줄여서 취업준비에 힘쓸 엄두를 못내고 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에 들어간 K씨(29세)의 경우에는 “사회초년생의 월급으로는 학자금을 갚아나가는 데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라며 학자금 상환 금액을 낮게 책정하여 오래도록 갚는 것이 차라리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게 학자금 대출로 인해 졸업을 하자마자 빚더미에 앉게되어 대출을 갚느라 허덕이는 사람들을 학자금 푸어 라고 한다.
한국장학재단 홈페이지에서 경제적 여건에 관계없이 누구나 의지와 능력에 따라 고등교육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2009년 설립된 준정부기관이며, 재단은 정부의 교육비 부담 완화 정책을 충실히 수행하고 미래 인재의 꿈과 열정을 지원하며 21세기 교육환경과 교육복지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에 대응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지금 당장 교육비가 없는 학생들에게 교육의 숨통을 트여주는 것은 맞지만 후에 다가오는 부담에 대해서는 아직 미비한 것이 사실이다.
국세청의 2015년 통계자료 발표에 따르면 학자금 대출을 상환해야 하는 전체 인원은 85,359명이며 미상환 인원은 6천여명에 이른다. 취업난과 경기침체로 인한 청년들은 대학 졸업과 동시에 빚을 안고 사회생활을 시작해야하는 처지이다.
일본의 경우 젊은 청년층의 인구감소와 고령화 인구의 증가가 맞물리면서 일을 할 수 있는 젊은 연령층에게 많은 경제적 부담이 가해지고 있다. 이에 더하여 학자금 대출의 부담까지 안고가야 하는 학자금 푸어 현상은 진작부터 일어나고 있다.
학자금 푸어 현상으로 인해 대학 진학을 단념하는 학생들도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경제 발전을 이루던 때에는 소득 수준도 높지 않고, 가계 생활을 유지하는 데에도 벅차서 학업을 단념한 이들이 많다. 하지만 이를 보완하기 위해 마련한 학자금 대출 제도가 다시 꿈을 접고 학업을 단념하는 이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겨우 마이너스에서 벗어나 0점에서 시작하려 하니 이미 40세가 되어 버렸다
*우리는 왜 공부할수록 가난해지는가(천주희·사이행성·2016년)
책의 저자 역시 학교를 다니던 10년간 2200만 원의 학자금 대출을 받았다. 대학 교육 특성상 학과별로 차이가 나는 학비로 인해서 예체능 계열 등 학비가 특히 비싼 학과를 졸업한 경우에는 빚의 부담이 더 커진다.
서른살의 나이에 취업준비생과 실업자의 타이틀로 학자금 대출의 부담을 지기 시작하면 마흔살의 나이가 되서야 갚는 경우도 허다하다.
꿈을 이루기 위해 빛을 받으며 성장해야할 청년들은 ‘빛’대신 ‘빚’을 받아 살아가고 있다. ‘N포세대’라는 말이 쓰일 정도로 암울한 현실의 정서가 만연한 요즘, 반드시 갚아야 할 빚이 아닌 빛을 받고 반드시 꿈을 이룰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