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지하철을 타고 주위를 살펴보면 심심치 않게 기모노를 입은 사람이 눈에 띈다. 역사정신에 무게를 두는 일본 풍토상 이런 모습은 생소하지 않다.
성인식에 입을 전통의복을 위해 적금까지 든다는 이곳에서 자국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돋보이는 건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사뭇 다른 모양새다.
대중교통에서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어르신은 찾아보기 힘들 뿐더러 설사 있다 해도 주목을 받아야만 한다. 한국에서는 마치 다른 나라에서 한복을 입고 있는 것 같이 어색한 시선이 꽂히곤 한다.
▲배성주 한옷의 배성주 대표 |
수원 영통구의 자리한 배성주 한옷의 배성주 대표는 이러한 현실이 못내 안타까웠다. 이에 그는 올해 성남시에서 주관하는 행사에서 아이들의 머리와 옷매무새를 직접 고쳐주며 우리 전통의 매력을 전했다.
50명의 학생들에게 성인식을 치러주는 이 행사는 삼계례로 이뤄진 우리나라 성인식 문화를 대중들에게 보여주며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는 평을 받은 바 있다.
그 뿐만 아니라 매년 궁중복식연구원에서 주관하는 전시회를 운형궁, 역사박물관과 같은 전통을 상징할 공간에서 우리 옷을 알리는 전시회를 이어왔다.
한옥마을, 민속박물관, 궁중박물관과 같은 곳에서는 침선전수회를 통해 그의 스승이기도 한 서울시 무형문화재 박광훈 선생의 전통정신을 알리는 데 첨병으로 나서기도 해왔다.
▲무형문화재 박광훈 선생과 배성주 대표 |
게다가 국외에서도 그의 움직임은 두드러진다. 지난 2002년에는 한중수교 10주년을 맞아 북경복장학원과 궁중복식연구원과 협약해 궁중복식패션쇼와 전시회에 참가했다.
이어 2005년 제7회원주한지문화제에서 한지원단으로 한복단독 패션쇼를 진행했으며, 작년에는 대만초청 천연염색전시회에서 궁중복식 전시를 연 바 있다.
당초 보름으로 기획했던 이 쇼는 성원에 힘입어 한 달로 기간을 연장했다는 후문이다.
성균관대학에서 무형문화재 박광훈 선생을 통해 궁중복식을 배웠던 배성주 대표는 이후 현재 까지도 선생의 개인 사사를 받아왔다.
배 대표는 “처음 궁중복식을 접할 때 정말 미칠 만큼 재밌었다”며 “궁중복식만 배운 게 아니라 출토복(장례복장)과 같은 복식을 배웠는데 각각 집안과 지방마다 서인 남인이냐에 따라 의복의 형태나 바느질 방법들이 달라지는 것이 너무 신기 했다”고 말한다.
이어 “이런 연구를 하며 옷을 짓다보면 어느새 푹 빠져 시간가는 줄 몰랐다”고 덧붙였다. 그는 타고난 한복장이였던 모양이다.
▲배성주 한옷 |
이후 지난 2000년에 배성주 한옷을 설립해 “제대로 된 우리옷을 입혀 보자”라는 가치를 내걸고 지금껏 한복의 긍지를 지켜왔다. 한복에 대한 첫인상은 불편할 거라는 오해 그리고 행사 때만 입는 옷이라는 편견이 앞선다.
하지만 배 대표는 “옷의 첫째는 실용성”이라며 “속옷부터 겉옷까지 모두 맞춤으로 제작하므로 한복이라도 편안하게 착용할 수 있다”고 배성주 한옷에 대해 전한다. 이들은 기존 한복의 모든 틀을 고수하는 것이 아니라 길이와 넓이 등의 조정을 거쳐 알맞은 옷으로 제작해낸다. 이른바 생활한복이라고 불리는 배성주 한옷은 유연한 대응으로 불편함은 없애고 장점은 극대화한 것이다.
배 대표는 “현대에 와서 버선을 광목으로 만들면 불편해서 신을 수가 없다”며 “스판으로 만들면 편하고 하다못해 관절염으로 고생하는 분들은 굳이 버선을 신지 않고 양말을 신으면 된다”고 전한다.
▲배성주 한옷 |
대여 없는 한복점, 한복 인식의 출발점은 정통성
다른 한복점은 대부분 대여 서비스가 수익구조의 큰 축을 담당한다. 하지만 배성주 한옷은 이와 달리 대여 서비스가 없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 첫 발을 내딛는 것처럼 좋은 옷의 시작은 그 주인이 입으면서부터”라고 그는 짚는다.
웨딩드레스를 빌리는 데는 몇백만원도 쉽게 쓰지만 한복은 그렇지 못 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문화 속에서 한복에 대한 인식을 출발점부터 바꿔보려는 그의 의지가 대여 없는 한복점을 만든 것이다. 전통의 가치를 지닌 한복은 그만큼 제대로 짓기 어려운 옷이기도 하다. 배성주 한옷은 바로 이런 한옷의 정통성을 보여줄 수 있는 곳이다.
배 대표는 오는 7월 7일 포온아트갤러리에서 ‘권위를 짓다’라는 주제로 개인 전시회를 열 예정이다. 이전에 아버지들이 가졌던 권위의 회복을 위해 이번 전시회가 기획됐다.
배 대표는 “산 같던 아버지 그리고 기둥 같던 우리 전통 문화의 맥이 어느새 끊어진 듯한 모양새”라며 “한 가정의 일원과 한 나라의 국민으로서 혼을 되찾으려는 취지”라며 권위를 짓다에 대해 설명했다. 전통의 향을 물씬 느낄 수 있는 이번 전시회에 아버지의 손을 잡고 발걸음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