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4대강 사업’으로 발생한 부채 원금 8조원 중 2조4000억원을 세금으로 갚기로 결정했다.
이자까지 포함하면 5조3000억원이다. 실패로 끝난 4대강 사업에 책임 추궁없이 또 세금을 쏟아붓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국회 교통위원회 김상희·이미경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한국수자원공사(사장 최계운)의 4대강 부채 원금 8조원을 정부가 30%, 수공이 70%로 나눠 갚기로 결정했다. 액수로 환산하면 정부가 2조4000억원을, 수공이 5조6000억원을 갚는 셈이다.
당초 수공은 4대강 사업의 부실을 책임지고 부채 원금을 갚기로 했었다. 그러나 매년 늘어나는 이자를 충당하기 힘들어 정부가 이를 나눠 갚기로 한 것이다.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부채 원금 2조4000억원, 이자 2조9000억원 등 총 5조3000억원을 갚기 위해 내년부터 2031년까지 16년간 매년 3400억원씩 수공에 지원한다. 이를 위해 내년도 예산안에 원금 지원 390억원과 금융비용 지원 3010억원 등 총 3400억원을 편성했다.
하지만 실제로 정부가 대신 갚아주는 수공의 부채는 이보다 더 크다. 정부는 원금 2조4000억원 외에도 이자 4조4000억원까지 부담하기 때문에 그 금액은 6조8000억원에 달한다.
따라서 수공의 4대강 사업 부채는 모두 12조4000억원으로, 정부가 이중 절반을 부담하는 것이다. 현재까지 정부가 대신 갚아준 수공의 부채는 1조5000억원이다.
수공은 올해부터 2036년까지 22년간 5조6000억원을 부담하기로 했다. 수공은 원금 부담을 위해 ▲발전 단지사업에서 4억원 ▲부산에코텔타시티 등 친수구역사업에서 1조원 ▲4대강 사업비 절감 2000억원 ▲다목적댐 이수 사업에서 4000억원 등을 마련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의 부채 지원 방안을 이달 말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최종확정할 예정이다. 수공 또한 이사회를 개최해 부채 해결방안을 의결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강주엽 수자원정책과장은 “수자원공사가 수익사업에서 발생하는 순이익을 활용해 최대한 부채를 갚되 다만 부족한 부분은 정부가 메워 나가는게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미경 의원은 “결국 부채를 갚기 위해 더 많은 사업을 벌리는 꼴”이라며 “국토부가 성급히 2016년 예산에 부채 원금을 포함시키려고 불가능한 계획을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김상희 의원은 “녹조발생과 수질악화 등으로 실패한 4대강 사업에 대해 법적, 행정적 책임도 묻지 않고 또 다시 국민혈세를 지원하는 것은 안 된다”며 “4대강 핵심 추진자들에 대한 책임 추궁과 대국민사과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환경단체들도 반발하고 나섰다. 4대강 사업에 대해 매년 예산 삭감을 요구했지만 정부가 이를 외면했다는 지적이다.
환경운동연합의 오일 간사는 “적자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에도 정부의 주먹구구식 운영이 이 같은 상황을 낳았다”며 “수공 이사들 뿐만 아니라 4대강 사업을 요구한 이명박 대통령도 함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