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만의 세상‘, ‘인간만의 사회‘라는 건 존재 하지 않습니다. 동물은 인간이 이 땅에 처음 발을 디디던 순간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인간과 함께 공존해왔습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던 인간과 동물간의 만남. 그 중 아주 우연한 기회에 당신과 만나게 되고, 함께 하게 되었으며, 서로 사랑을 주고받는 관계를 만든 우리들을 기억해주기 바랍니다.”
우리동물병원생명협동조합의 정관은 이렇게 시작된다.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국내 인구가 지난해 기준1000만 명을 넘어섰다. 그만큼 관련시장의 규모도 커지고 있어 지난해 드디어 2조원을 돌파했다. 그러나 동물병원 의료사고와 분양 관련 분쟁도 함께 증가 추세에 있다.
“병원마다 수가가 천차만별이에요. 또 과잉진료가 언제나 문제가 됐죠. 수의사에게 모든 걸 맡길 수는 없잖아요. 반려인들도 함께 공부를 하고 예방교육이 이뤄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포에 있는 주민들이 주축으로 반려동물 관련 협동조합을 만들었습니다.”
김현주 사무국장에 따르면 마포구 망원동에 위치한 우리동생의 조합원은 현재 삼백 명을 넘어셨다. 또한 우리동생에는 700마리의 동물조합원도 참여하고 있다. 사람과 동물이 동등한 생물임을 인정하고, 공존하는 게 목표기 때문이다. ‘보리’라는 이름의 동물대표를 둔 것도 이런 정신을 실천하는 방식의 일환이다.
우리동생은 1997년부터 도쿄 신주쿠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일본 비영리 민간단체 ‘네코다스케’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고양이 구출’이라는 뜻의 네코다스케는 무작정 길고양이를 보호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양이를 마을 공동체의 일부분으로 인식하고 주민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한다. 이를 통해 천덕꾸러기로 여겨졌던 길고양이들이 독거노인의 고독사, 무연사를 방지하는 등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거듭나기도 했다.
“마포구의 경우 혼자 사는 사람이 많거든요. 지금까지 이 사람들은 지역사회 모임에 참여하지 못했죠. 우리동생이 생긴 이후 1인 가구가 지역사회 모임에 많이 참여하게 됐어요.”
우리동생의 목표는 ‘인간과 동물의 공존’이다. 각기 흩어진 사람들을 한곳으로 모아 인간만의 세상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사람과 동물이 공존하며 풍요롭고 행복한 살아가길 바란다는 것. 그런 점에서 지금까지의 동물보호 운동이 유기견 문제 등 이슈 중심이었던 것과 차이를 보인다.
지난해 5월 창립총회를 열고 같은 해 7월 협동조합 허가를 받은 우리동생은 올해 동물병원 개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병원이 설립되면 진료 및 치료가 합리적인 가격에 이뤄지는 게 가능해진다. 이윤을 추구하지 않는 투명한 운영을 통해 중성화 수술과 심장사상충 주사 등 부풀려졌던 진료를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또 불필요한 과다진료를 막을 수 있다. 의사결정 과정도 투명하여 조합원 모두 모든 사항에 대해 나이, 출자금과 관계없이 동등하게 투표를 한다. 공통의 관심사로 모인 만큼 조합원의 관심이 높아 일의 처리가 신속하다.
“조합원토론회를 통해 다양한 의견이 개진되었어요. 진료비 메뉴판과 같이 흥미로운 논의들이 많이 나왔죠.”
또 치료뿐 아니라 한 달에 한 번 조합원이 모여 동물단체나 관련 전문가의 수업을 듣는다.
“질병에 걸렸을 때 초기 대처법도 배우고 동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유기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거든요. 수업뿐 아니라 다른 조합원들과의 대화를 통해 반려동물의 개체차를 이해하는 경우도 많아요.”
현재 우리동생은 마포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가입한 조합원이 많다. 또 동물을 키우지 않는 조합원도 있다.
“팔짱끼고 잘되나 두고 보자는 식의 태도는 곤란하지만 참여하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누구나 가입이 가능합니다.”
우리동생을 통해 인간과 동물이 살아갈 미래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