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 건강은 오복 중 하나로 꼽힌다. 그 정도로 귀중하면서도 쉬 얻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인류의 수명 연장에 가장 큰 요인으로 항생제의 발명과 더불어 손꼽히는 게 치의학의 발달이다. 이가 튼튼해지면서 우리는 더 오래 영양 공급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자연히 더 오래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내 자신의 이보다 더 좋은 게 없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다. 통상 오십 년을 쓸 수 있다는 자연치아. 그러나 인류는 백세 시대를 넘보고 있다. 열 살에 영구치가 전부 났다면 환갑을 기점으로 자연치아의 수명은 다하고 만다. 남은 사십 년은 무엇에 의지해 살아갈 것인가.
몇 년 전부터 우리에게 익숙해진 단어가 있다. 바로 임플란트다. 텔레비전 광고를 통해서 보험을 통해서 우리는 이 단어를 자주 듣게 된다. 아예 임플란트를 대표상품으로 내건 프랜차이즈 치과도 성업 중이다.
㈜이노바이오써지의 왕제원 대표는 우리가 이 단어에 익숙해지기 전, 그보다 훨씬 전부터 임플란트를 시술하던 치과 의사였다. 원광대에서 치과보철학을 전공하고 무려 이십년 전부터 실제 환자에게 임플란트 수술을 임상에 적용한 국내에 몇 안 되는 의사였다. 학회를 드나들며 외국의 최신 기술과 정보를 습득하길 게을리 하지 않던 그가 어느 날 깊은 고민에 빠졌다.
“임플란트는 유럽 임플란트 학회를 가장 쳐줍니다. 가장 처음 개발했기 때문이죠. 우리나라 치과 실력 좋습니다. 손 기술 최고죠. 그런데 우리를 우습게 압니다.”
95년도에 도쿄에서 열린 심포지엄이 결정타였다. 동료라고 생각했던 선진국 의사들의 차가운 냉대에 왕 대표는 깊은 상처를 입었다.
“나름대로 국내에서는 임플란트에 자부심 있었는데 무시당했죠. 그 이후로 국제 학회에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무의미하게 느껴졌어요. 그냥 어깨 너머로 흉내 내는 것에 지나지 않지 않습니까? 그들을 능가할 수 있는 걸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그는 아예 다른 방식으로 임플란트에 접근하기로 결심했다. 그 노력의 결과가 바로 ‘Innovative Bio-freindly Surgery’ 즉 혁신적인 생체 친화적인 수술법이었다. 이를 위한 임플란트 전반적인 제품에 대한 독자개발을 위해 지난 2008년에는 ‘이노바이오써지’라는 이름으로 회사를 설립했다.
“제가 처음에는 ‘레드오션에서 블루오션을 창출하겠다’는 의미로 로고 색을 보라색으로 정했습니다. 그런데 올해 블루로 바꿨어요. 더 이상 틈새시장을 노리는 게 아니라 아예 새로운 시장을 만들겠다는 각오에요.”
왕제원 대표의 이런 자신감은 독자적인 기술력에 기인한다. 대표상품 ‘IBS implant’는 현재 ISO13485인증, CE인증 등을 마치고 대만, 우크라이나,인도, 중국, 이란 등 세계 각국에서 인증절차가 진행 중에 있다. 또 국내적으로는 임플란트 수술에 있어 혁신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치과의사들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전국 세미나를 펼치고 있다. 겨우 육 년차 회사에 지나지 않지만 국내에 난맥상을 보이고 있는 사십 여개 업체 중 열 손가락 안에 드는 매출을 보이고 있다. 아직은 6:4 정도로 수출의 비중이 높지만 국내 사용자들의 수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노바이오써지는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물로 20여 가지 특허 보유 및 출원 중에 있으며,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특허에 대한 출원이 진행되고 있다.향후 수출이 진행되는 대륙별 생산 공장 설립 및 유통망 구축을 통한 현지화를 통해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유럽에 가서 부스에 ‘아직도 20세기에 만든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습니까.’라고 내걸었죠. 임플란트의 역사가 60-70년 된 유럽과 그들의 룰로 맞서면 안 되고 새로운 시스템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지는 판에 들어가는 건 미련한 짓입니다. 새롭다고 다 혁신이 아니죠. 이길 수 있는 것만 혁신입니다. 이기기 위해 바꾸는 거고 혁신을 말하는 겁니다. 필요해서 바꾸는 거죠.”
모교인 원광대와 MOU를 맺고 본격적으로 시장에 뛰어든 왕 대표는 자신과 함께할 수 있는 인재들을 기다리고 있다.
“내가 낸 특허고 내 돈 내고 만들었어도 내 것이 아닙니다. 이룬 것은 직원들이죠. 사업에 대한 특별한 마인드 없이 뛰어들어 손해도 많이 봤습니다. 이제 어느 정도 자릴 잡았으니 우수한 인재들과 함께 했으면 합니다. 우수한 인력이 기간산업이 아닌 치과로 가는 것을 많이들 우려합니다. 전 치과로 가는 건 좋다고 봅니다. 그러나 충치 치료만 하는 건 낭비입니다. 그들이 학계로 업계로 뿌리내릴 수 있게 해줘야죠.”
그는 전세계에서 1위가 되는 게 목표다. 현재 임플란트계 BIG 4의 매출이 1조에 달한다. 이 회사들은 공통점이 있다. 모두 독자적인 원천기술로 커온 회사라는 점이다.
“원조들이 1위입니다. 이노바이오써지도 우리만의 시스템으로 아예 판을 바꾸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감히 1위를 꿈꿉니다. 현재 해외 22개국에 진출해 있습니다. 지금은 싹을 틔우는데 주력할 겁니다. 시스템의 근간이 될 수 있는 논문을 내고 함께 세미나를 하며 우리의 이론을 알릴 수 있는 인재를 필요로 합니다. 당장은 손해 같아도 함께 꿈을 꿀 수 있는 그런 이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자신에 찬 어조에서 왕제원 대표의 꿈이 더 이상 꿈이 아닌 현실이 될 날이 머지않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