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이 물에 빠져 당황했던 경험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일단 침수가 되면 깨끗한 물로 헹군 뒤 전원을 즉시 차단하고 배터리 분리 방식 스마트폰이면 배터리를 분리하고 외관의 물기를 제거한 후 그대로 말려 수리센터에 최대한 빨리 가져가는 수밖에 없다.
이걸 말려보겠다고 드라이어를 들이대거나 쌀통에 집어넣지만 그 순간에도 스마트폰 내부의 메인보드와 주요부품은 착실한 속도로 부식된다. 자 이제 수리센터에 거금을 지불할 차례다.
엘큐피코리아의 리퀴펠(LIQUIPEL)은 이런 비극으로부터 소비자를 지켜줄 희소식이다. 리퀴펠의 방수코팅은 전자기기의 내부와 외부에 나노입자를 코팅하여 물 등의 액체에 의해 전자기기가 우발적으로 손상 및 부식되는 것을 방지하는 혁신적인 기술이다. 수증기, 염분에 의한 부식도 막아낼 수 있다.
콜라건 바닷물이건 흐르는 제형의 모든 액체로부터 전자기기를 지켜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미 미국, 홍콩, 호주 등 전세계에서 수백만 명의 사용자가 리퀴펠 덕에 안심하고 전자제품을 사용 중이다. 어떻게 이런 놀라운 일이 가능할까. 비밀은 소수성(Hydrophoicty)에 있다, 물의 표면각도를 79도에서 최대 146도 이상으로 늘려 물이 스며들지 않고 튕겨지게끔 만든다.
이 기술은 스마트폰뿐 아니라 블랙박스, 스마트와치, 이어폰, 전자사전, 스마트빔, 디지털카메라, PDA 등 모든 소형가전에 적용 가능하다.
이 놀라운 기술은 국제전자가전제품 박람회(CES 2013)에 소개되어 큰 화제를 모았고, 에디슨 어워즈(Edison Awards)를 수상한 바 있다. 당시 어플리케이션 개발 회사를 운영 중이던 천인관 대표는 이 기술의 높은 잠재력에 주목했다. 즉시 미국에 사는 지인에게 부탁해 스마트폰에 해당기술을 적용해보았다. 결과는 놀라웠다. 그는 국내 도입을 결심하고 바로 사업에 박차를 가했다.
최근 삼성 갤럭시 S4 액티브 모델이 설거지하듯 스마트폰을 물에 넣고 씻는 충격적인 광고로 크게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게 천인관 대표의 입장이다.
액티브 모델의 경우 방수에 초점을 맞춰 모든 마감을 고무패킹으로 둘렀으며 이로 인해 일반 스마트폰에 비해 두껍고 투박한 디자인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게다가 미국에서 물속에서 사진 촬영을 하는 등 공격적인 광고를 내보내 문제가 되기도 했다. 뒤늦게 국내에 출시된 이 모델은 물에 잠깐 헹구는 정도로 광고 수위를 낮췄다.
엘큐피코리아 천인관 대표는 리퀴펠의 기술력이 ‘생활 방수’임을 강조한다. 수중에서 사용하는 게 주가 아닌 만큼 그 이상의 확대해석은 금물이라는 게 대표의 입장이다. 그가 생각하는 기술의 가능성은 오히려 스마트폰에 머물지 않고 더 많은 제품군으로 나아간다. 모든 종류의 소형가전, 부품뿐만이 아니라 생활 전반에 응용이 가능하다는 것. 가령 복도식 아파트의 경우, 비가 심하게 들이치게 되면 전자도어락이 오작동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가정의 안전이 위협되는 심각한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
엘리베이터도 수분과 습기에 취약한 기기 중 하나다. 이런 생활 전반으로 제품의 응용을 확대하는 게 가능하다. 심지어 천 대표는 섬유에도 방수코팅을 하는 실험을 거듭하고 있다. 고가의 넥타이에 김치찌개나 커피를 흘려버렸던 경험이 있는 소비자라면 귀가 번쩍 뜨일 소식이다.
발수 기능을 하는 섬유에는 어떤 액체도 얼룩을 남기지 않는다. 고어텍스가 같은 기능을 갖고 있지만 일반 섬유의 다섯 배에 달하는 가격이 부담이다. 엘큐피코리아의 기술은 어떤 섬유에나 적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응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엘큐피코리아는 기술의 차이로 다른 업체와의 차별화를 꾀한다. 타 업체의 경우 마치 손톱에 매니큐어를 바르듯이 방수코팅을 시도한다고 생각하면 쉽다. 이 방식의 문제는 코팅한 면과 면이 닿았을 때 전류가 흐르지 않는다는 것. 반도체 등에 적용이 불가능하다.
천 대표는 타 업체를 두고 경쟁 관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소셜커머스 등을 통해 무리한 홍보를 하지도 않는다. “불량률이나 A/S 등을 통해 추후에 소비자가 판단하겠죠.” 제품에 대한 강한 확신과 자신감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