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라는 이슈가 미디어를 통해 흘러나온 지도 벌써 몇 년이 지났다. 그 동안, 이 뜨거운 감자는 식을 줄도 모르는 듯 열기를 더해갔고, 결국 우리 사회에 고착화된 문제로 자리 잡아 버렸다. 한국의 청년 문제는 날이 갈수록 청년 실업률 최고치를 갱신하고 어수선한 취업 시장은 ‘공시족’ 대폭 상승과 ‘캥거루족’의 등장 등 전무후무한 사회 현상을 조성하고 있다.
물론 ‘청년 문제’가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특히, 청년 실업은 전 세계의 시급한 문제 상황으로 대두되고 있으며 세계적 정세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기도 한다. 그러나 장기화된 국내 경제 침체와 사회 구조적 측면, 그리고 이 문제가 단순히 청년이라는 특정 세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볼 때, 한국의 청년 문제는 보다 실효성 있고 현실적인 방향으로 해결해 나가야 함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청년 문제 해결의 주체는 누가 되어야 할까? 여기 단순히 나만의 문제에서 벗어나 우리의 문제로 인지하고 이야기하는 청년 오지라퍼들이 있다.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김희성 사무국장을 만나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문제의 시작은 오지랖에서부터
“한 사회에 제도나 법률이 잘 갖춰진 것과는 별개로, 실제로 이것이 순기능을 하는지, 또 구성원의 삶이나 일상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지가 중요합니다. 중요한 것은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 사회적인 공감대와 합의 수준이 점차 높아져야 한다는 것이죠.”
날이 갈수록 우리 사회에 ‘공동체’라는 개념이 희미해져간다. 관계가 단절되고 파편화된 ‘한국식 개인주의’가 성행하고, 이 때문에 공감대를 형성하는 행동을 어색해하고 한편으로는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도 많다. 청년층도 예외는 아니다.
청년정책네트워크는 나의 문제를 넘어 우리의 문제로 인식하고 다른 사람의 삶이나 공동의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져보는 것에서 출발한다. 일명 오지라퍼(Oziraper). 청년정책네트워크에 소속된 회원들을 부르는 명칭이다. 이렇게 각자의 관심분야를 가지고 한 곳에 모인 오지라퍼들은 사회의 문제를 해석하고 해결하는 방향을 모색하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정책 제안이나 시정 활동 등에 참여하게 된다.
서울 청년 시민이라면 누구나! 서울 청년들의 참여 플랫폼
지난 해, 청년정책네트워크는 특정 이슈들을 정책화 하는데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구조적인 의문점을 지울 수 없었다. ‘주거’, ‘일자리’ 등 큰 영역을 토대로 팀을 선정하고 활동했지만, 개개인이 가지는 다양한 문제의식을 담아내지는 못했다.
또한, 평범한 일상생활을 살아가는 청년들에는 다소 힘든 활동일 수도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고민 끝에, 올 해 시작되는 청년정책네트워크 3기에서는 일상의 다양한 주제를 담아보는 방법을 모색했다. 일상에서 만난 문제에서 시작된 질문이나 고민은 ‘오지라퍼’라는 이름으로 이들을 모이게 하고, 모임 활동을 통해 목소리를 내고 해법을 모색하며 필요하다면 정책을 제안하기도 한다.
“우리가 현실에서 마주한 문제와 고민을 풀기 위해 모인 모임들은 시민으로서 사회에 참여하는 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아가 ‘청년’이라는 틀을 넘어 한 사람의 청년‘시민’으로서 청년의 삶과 미래를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청년이 주도적으로 시민의 권리와 의무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청년을 통해 생명력 넘치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기를 꿈꾸다
우리나라에서 청년을 법적으로 근거하는 것은 ‘청년고용촉진특별법’ 단 하나다. 그러나 청년을 규제하고 있는 유일한 법률마저 일자리에 국한되어 다른 청년 문제의 법적 근거로 작용하기는 힘들다.
2014년 청년정책네트워크는 서울시와 함께 ‘청년 기본 조례’를 제정, 지자체 내에서 청년 정책을 수립해야 할 의무나 책임을 명시하고 법적인 근거로서의 청년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서울시 청년 정책을 위해 서울시에서 기본적으로 지원해야 할 종합 계획을 이야기했고 보다 세부적인 사항들을 위해 지속적인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청정넷은 청년들을 위한 사업 분야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가산디지털단지와 대방에서 운영되고 있는 ‘무중력지대’는 그 대표적인 예로, 청년들이 개인의 삶을 설계할 수 있는 긍정적인 공간으로 평가받는다.
무중력 지대는 ‘뜻하지 않은 어려움으로 이끄는 중력에서 벗어난 곳’이라는 의미로, 청년들이 함께 모여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고 한편으로는 마음의 짐을 잠깐이나마 내려놓는 장소가 된다. 또, 누군가에게는 회의실이, 때로는 도서관이, 자기 사업을 하고 싶지만 자금이 없는 청년들에게는 개인 사무실이 되는 등 청년 개인의 필요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변모하기도 한다.
무중력 지대와 함께 각 지방자치단체의 주목을 받고 있는 ‘청년 희망 두 배 통장’ 또한 청년정책네트워크의 대표 사업으로 거론되고 있다. 한 오지라퍼에 의해 제안된 청년 희망 두 배 통장은 적금 금액의 최대 전액을 추가적으로 적립해주는 제도로, 현재도 청년들의 자산 형성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안타깝지만 청년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청년들이 앞장서야 한다. 보다 많은 청년들이 앞으로의 삶과 미래에 대한 고민에 능동적인 모습을 보일 때, 청년정책네트워크는 ‘청년 거버넌스’로서의 역할을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이며, 이를 통해 공공의 자원을 청년의 삶을 개선하는데 고민하고 실행에 옮길 수 있을 것이다.
“청년정책네트워크는 청년시민의 사회 참여를 지속적으로 지지하는 ‘버팀목’이자, 이러한 움직임이 흩어 지지 않고 담길 수 있는 ‘그릇’이자, 청년의 목소리가 더 크게 전달될 수 있도록 하는 ‘확성기’가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