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이 되는 동무’라는 뜻의 ‘반려자’라는 단어. 흔히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배우자를 지칭하는 이 단어가 ‘한낱’ 동물에게 붙여지고 있는 점에 대해 심기가 불편한 사람들도 있으리라.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예전과는 사뭇 다른 요즘, 일산에서 서울시 서추구로 본원을 확장하여 이전한 ‘헬릭스동물메디컬센터’를 찾아가 보았다.
서울고속버스터미널 근처에 위치한 이곳은 로컬동물병원으로서는 과히 최대 규모라고 할 수 있는 450평 크기의 대형 동물병원이다. 그 규모에 걸맞게 1.5T MRI, 16CH CT, 최첨단 내시경 등, 고가의 장비가 보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일산점에 이어 금번 서초본점의 확장이전에 대해 헬릭스동물메디컬센터 김성호 원장은, ‘서울지역의 환자보호자들의 접근성을 높여 좀 더 적극적이며 양질의 영상진단과 내, 외과에 관련된 진료가 제공될 것이다.’라며 포부를 밝힌다.
‘상생과 집중’을 성장목표로!
새롭게 확장 이전한 서초본원의 성장목표에 대한 질문에 김 원장은 ‘상생과 집중’이라는 단순명료한 단어로 답변한다. ‘상생’이라는 말에 대해 그는, ‘이곳에서는 동물병원에서 제공하는 미용서비스나 예방의학적인 1차 접종은 하지 않는다. 인근에 있는 작은 병원들은 타격을 받을 수가 있기 때문에 이런 것들을 포기하기로 과감하게 결정했다.’라고 설명한다. 그의 말처럼, 같은 지역 안에서의 대규모 동물병원의 출현은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누군가에게는 결코 유쾌한 소식이 아닐 것이기에 충분히 공감이 가는 부분이다.
‘상생’에 대한 설명 중 김 원장은, ‘인적자원과 갖가지 장비를 다 갖출 수 없는 소규모의 동물병원은 정해진 시간이 되면 퇴근을 해야되기 때문에 입원환자를 케어하는데 많은 에로점이 있다. 입원 환자는 때에 따라 한 밤중에 주사처치나 혈액체취, 엑스레이 촬영, 초음파 등의 검사나 처치가 필요한데, 그것들을 해낼 수 있는 병원이 저희 같은 병원이고, 그런 점에서 인근병원과 상행을 해야한다. 하지만 저희가 ‘상생’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지역병원에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어서 아직은 숙제로 남아 있다.’라며 조심스레 우려를 표현한다.
또 하나의 성장목표인 ‘집중’이라는 단어 속에는 수의사이자 경영자인 그의 철학이 숨어 있는데 이에 대해 김 원장은, ‘집중관리가 필요한 환자들이 있을 경우, 미용이나 1차 접종 같은 소소한 서비스들로 인해 시간이 분산될 수도 있어서 자칫 환자들에게 소훌해질 수가 있다. 저희 병원의 모토는 중증환자들의 관리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가급적 지역병원에서 진행하는 일반적인 반려동물 서비스는 지양하고 있다.’라고 설명한다.
자연스런 구전에 내어맡긴 겸허한 경영마인드
한편, 중증환자들을 집중적으로 치료하는 대규모 동물병원로서 좋은 장비, 첨단의 비싼 기계를 앞세운 대외적인 홍보가 있을 법도 하다. 그러나 이에 대한 질문에 그는 ‘홍보는 전혀 못 했다.’라며 의외의 말을 한다. 연이어 그는, ‘그냥 저희를 차갑게, 또는 따듯하게 지켜봐주셨던 분들이, ‘아…규모만 크게 해서 돈을 벌려고 했던 게 아니었구나. 정말 중증환자를 잘 다룰 수 있는 병원이구나.’하는 것을 인정받았다’라며 조용한 미소를 띄어 보인다.
처음엔 누구나 그렇듯, 번듯하게 시설을 차려놓는다고 해서 의뢰가 쏟아져 들어오는 것은 아니었다고 그는 고백한다. 하지만 1차 진료처에서 진단이 애매하게 나오거나 처치계획조차 불분명한 위험한 상태에서 의뢰받은 동물들에게서 좋은 결과물들이 나오고, 그런 결과물들이 하나 둘씩 쌓였단다. 그러다보니 지금은 지역동물병원 원장님들을 통해 종 종 의뢰를 받고 있는데, 영상진단과 관련된 결과물을 바라고 의뢰하는 병원도 있고, 내외과적으로 중증질환을 앓는 환자들을 해결해야하는 상황에서 이곳의 내, 외과 전문의들에게 의뢰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지역 인근의 작은 병원에 타격을 가하는 인위적인 홍보보다는 ‘자연적인 구전’에 내어맡기며 상생하려는 그의 겸허한 마음이 엿보여 훈훈한 인간미를 느끼게 한다.
헬릭스동물베디컬센터의 또 다른 특징은 직원들을 위한 풍성한 배려이다. 16명의 수의사와 10여명의 진료서포터들이 일하는 이곳은, 각과 과장들을 위한 전용사무실과 상담실, 탈의실과 당직실, 내부식당과 세미나실을 따로 공간배분하고 있어 직원복지에 상당한 정성을 기울인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지금은 병원이 설립단계이기 때문에 16명이라는 적인 인원의 수의사가 있지만 궁극적으로 저희가 계획하고 있는 것은 수의자들만 30명~50명을 생각을 하고 있다. 그래야 환자들의 집중관리, 중증관리가 제대로 될 수 있을 것 같다.’라며 기대에 찬 표정을 지어보인다.
수의사와 반려동물의 보호자가 서로 공감하며 납득할 수 있는 검사진단과 처치가 이루어지는 것을 마음에 담고 있는 김 원장. 그런 그도 전문의로서 바라는 소망이 있다. 그 첫번째는 동물병원에서 걷어지는 나랏돈이 반려동물과 유기동물, 산업동물의 연구와 질병치료에 투명하면서도 골고루 배분되는 것이다. 두번째는, 주사기와 약물을 동물약국을 통해 구매해 조치할 수 있는 ‘자가진료의 철폐’ 문제이며, 마지막으로, 동물을 너무 사랑하지만 돈이 없어 치료하지 못하는 어려운 이웃의 반려동물에 대한 ‘의료보험혜택’에 대한 희망의 말을 조심스레 풀어놓았다.
‘힐링’의 열풍으로 음악치료, 미술치료, 식물치료라는 말에 이어 ‘동물치료’라는 말이 낯설지 않은 요즘이다. 언제부터 동물에 의지하여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만물의 영장인 우리네들의 삶이 이리도 복잡하고 힘에 부치게 된 것일까?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반려동물의 건강과 함께, 보호자의 마음에는 신뢰를, 인근 병원에는 상생의 동반자로 자리잡는 헬릭스동물메디컬병원이 되길 기대한다.